고혈압, 치매에 악영향
면역력을 떨어뜨려
하루 담배 15개 피는 것과 같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같이 탬버린을 흔들면서 즐기던 노래방도 혼자서 찾는 사람들의 공간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의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홀로 지내는 사람의 건강을 염려하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로움이 심장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이고 당뇨병에 걸린 것처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타임스는 “요크대학 연구진이 21년 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로운 사람의 뇌졸중 발병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30%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낀 사람의 조기사망률은 정상인보다 50% 높게 나왔다. 그런데 외로움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흔히 나이든 사람이 더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국정신건강협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8∼34세 젊은이들이 55세 이상 연령대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에는 약 100만 명이 만성적 외로움을 느끼는 걸로 조사됐다. 이들은 건강을 해치는 술, 담배,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중독 등에 빠지는 비율도 높았다.
앞서 1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진이 생애주기에 따른 미국인의 삶을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청소년기와 노년기에 대인 관계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청소년기에 친구나 가족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염증에 걸리는 위험이 운동이 부족할 때만큼이나 높아졌다. 이 시기에 낮은 수준의 대인관계를 맺은 사람은 체질량지수(BMI)와 복부둘레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노년기의 대인관계 결핍은 당뇨에 걸렸을 때보다 높은 확률로 고혈압으로 이어졌다. 캐슬린 뮬란 해리스 박사는 "넓은 대인관계를 만들고 타인과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건강한 식생활이나 신체적 활동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NAS) 회보에 실렸다.
주목되는 것은 면역력의 약화다.
미국 시카고대 존 카치오포 박사 연구팀은 50~68세 성인 141명을 대상으로 외로움의 수준에 따라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백혈구의 변화가 크게 일어나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미국국립과학원회보ㆍ2015)
한편 미국 브리검영대학 연구팀은 300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분석한 결과 심한 외로움을 겪는 것이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거나 알코올중독, 비만에 필적할 만큼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2009년에 발표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