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아름다운 수도 프라하를 통해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코 보헤미아 지역이 유럽의 유리 문화를 주도했던 유리 생산지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체코에서는 선사 시대의 유리 팔찌와 구슬 등이 발견돼 오래 전부터 유리가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체코에서 유리 제작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중세시대이다. 경제, 문화의 번영과 함께 왕, 귀족, 교회와 부유한 시민이 수요자로 등장함에 따라 유리의 제작이 급속히 증가했고 고급 유리가 생산되었다. 성당, 일반건물의 건축이 증가하자 색유리창인 스테인드글라스도 제작되었다. 색유리 조각을 납선으로 연결하고 슈아르즐로(schwarzlot)라는 기범의 검은색 그림을 그려 장식하였다. 체코의 유리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20일부터 특별전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를 개최한다. 한국과 체코 간 외교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이하여 체코국립박물관ㆍ프라하장식미술관과 공동 개최하는 전시회다.
▲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을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15세기 전반, 체코국립박물관 소장).
이 전시에서는 체코가 자랑하는 보헤미아 유리를 중심으로 체코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340여 점의 전시품이 선보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보헤미아에서 생산된 다양한 유리 공예품을 볼 수 있다. 이 공예품을 통해 보헤미아 유리가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 개발로 유럽 최고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있다.
특히 보석처럼 투명하고 반짝이는 크리스털 유리는 보헤미아 유리를 대표하는 품목이다. 당시에 인기 있던 주제인 인물 초상, 사냥 장면 등을 섬세하고 정밀하게 새긴 잔은 누가 보아도 감탄하게 될 것이다. 보헤미아 유리의 장식 기법은 붉은색의 루비 유리, 금사를 넣은 유리, 금박 그림을 넣은 이중벽 유리 등 다양하다.
19세기에 이르면 이러한 장식 기법은 더욱 다변화되며, 특히 유리에 불투명한 색과 문양을 넣어 마치 준보석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 유행한다. 또한 유리의 투명하고 반짝이는 성질을 이용하여 값비싼 보석의 대체품으로 사용한 유리 장신구 산업도 발달하였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 것은 유리를 이용한 현대미술 작품. 보헤미아 유리의 전통은 현대에도 이어져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체코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유리 학교에서 공부한 후 유리 분야에 종사한다. 예술가들은 유리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유리를 매체로 한 20세기 작품들은 체코의 유리 제작 전통이 지금도 활발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 전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체코의 기독교 관련 유물이다. 체코인들은 기독교 신앙과 유리 제작 기술을 결합하여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체코국립박물관 소장의 스테인드글라스 3점이 선보이는데, 이들은 체코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모습을 미세한 표정까지 입체적인 자수로 표현한 중세의 제의복, 나무로 조각하여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성모자상,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아기 예수상 역시 꼭 봐야 할 이번 전시의 백미이다.
전시는 4월26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 전시개요>
○ 전시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 전시기간 : 2015년 2월 10일 (화) - 4월 26일 (일)
○ 전시대상 :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보헤미아 유리 및 체코의 역사와 문화 관련 유물 340여점
(‘요세프 융만에게 헌정된 잔’ 등 295건 343점)
○ 공동주최 : 국립중앙박물관, 체코국립박물관, 프라하장식미술관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