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불꽃이 태양보다 더 뜨겁게 한낮을 달구는 문래동 철공소 거리. 태양이 지고 용접 불꽃도 사그라지면 검고 거친 철판 위에 반딧불이처럼 반짝이는 예술의 빛이 어른거린다.
1 철로 된 것으로는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호황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대형 철공소들이 빠져나가 한산해진 이곳. 그러나 철근 자르는 소리, 매캐한 금속 냄새, 철을 나르는 구릿빛 얼굴들은 아직도 거리를 채우고 있다.
2 이가 빠져 헤벌쭉한 시계는 이 거리의 전성기와 뜨거웠던 대낮의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듯 바쁘게 시간을 살아간다.
3 값싼 임대료, 시끄러운 소음을 내도 민원이 없는 작업 환경 덕에 철공소 골목으로 모여든 예술은 오늘도 고단한 현실의 수레바퀴와 함께 굴러간다. 한낮의 치열했던 철 공장은 밤이 되자 품목을 바꿔 힘차게 예술을 생산해낸다.
4 거리에 인적이 드물어지고 현실은 예술 속으로, 예술은 현실 속으로 섞여든다. 어둑해진 거리에서 현실과 예술은 경계를 무너뜨리고, 나란히 공존한다. 서로의 안식을 위해.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 사진·김경아, 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