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배우기로는 한국에는 고유한 전통문화가 없으며, 있다면 그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아류라고 배웠는데 어떤 점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나요?"
민족 문화의 전당, 국학원의 설립자인 일지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국 강연 중 어느 교포 2세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는 전통문화가 없으며, 있다면 그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아류'라는 미국의 중학교 2학년 교과서의 서술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외국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나아가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국인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통일신라시대의 유명한 학자인 최치원 선생은 <난랑비서문>에서 "나라에 '풍류도'라는 현묘한 도가 있어서, 백성을 교화해 왔으며, 유불선 삼교를 포함하고 있고, 그 연원은 선사에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듯,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전래된 유교, 불교, 도교 이전에 고유의 문화 전통이 있었으니 이를 '선도(仙道)'로 통칭할 수 있다.
'선도(仙道)'는 풍류도, 신선도, 선교, 신교, 고신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종교의 차원을 넘어 '신선'으로 표상되는 전인적 인격체가 되는 심신수련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하늘문화(제천문화, 천손문화)', 또는 '밝문화(배달문화)'에 그 본질을 두고 있는데 단순히 눈에 보이는 하늘이나 하늘의 밝음, 해·달을 숭상하는 문화가 아니라 하늘의 밝음과 사람 내면의 밝음을 하나로 보는 '천인합일(신인합일)의 문화를 말한다.
이러한 선도문화는 신라와 가야의 초기 교류사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신라 초 이름 높은 선가(仙家)였던 참시선인(旵始仙人)과 물계자(勿稽子)의 행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들은 이웃나라인 금관가야의 왕과 조우할 정도의 높은 신분과 삽량주의 군사·행정 책임자로서 선도문화의 조화(調和)정신에 입각하여 금관가야와의 화친에 주력하였다.
참시선인과 물계자는 선도의 심신수련법을 통하여 조화로운 성품과 높은 덕망으로 후세까지 존경 받은 인물이다. 참시선인은 거문고를 잘 타 금선(琴仙)이라고도 불리었는데, 기록에 따르면 삽량주의 칠점산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선도의 조화정신을 천명하였고, 금관가야의 거등왕과 '초현대(招賢臺)'에서 회동하여 양국의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물계자는 포상팔국의 난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태자의 미움을 받아 2차례나 논공에서 제외되자, 자신을 따르는 이들이 이를 문제 삼아 정쟁의 조짐을 보임에 분란을 피하여 스스로 은거를 해버리는 등 선도 조화정신에 철저한 출처관으로 후세에 모범을 보였다.
이렇게 옛 문헌 기록으로 남아있는 신라와 가야의 초기 교류사 속의 선도 천인합일(신인합일)문화와 조화사상을 현존하는 유적을 통해 직접 느껴보기 위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천손문화연구회에서는 오는 11월 2일과 3일, 양 일간 김해·양산 지역의 선도 유적을 돌아보는 선도문화답사를 진행한다.
▲ 왼쪽부터 산청 전 구형왕릉, 김해 구지봉의 지석묘, 『동여비고』중의 칠점산과 초현대(자료제공 : 문화재청 홈페이지, 천손문화연구회)
이번 답사는 한민족 고유 선도문화의 조화정신을 오롯이 간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신라나 백제 유적지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아온 김해·양산 지역의 신라·가야 선도 유적지를 돌아보며, 특히 양국의 초기 교류사에 나타난 선도의 '조화사상'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천손문화연구회의 정경희 교수(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는 "신라, 가야의 초기 교류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고유전통인 선도의 조화정신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김해·양산 지역의 선도문화 유적 탐방을 통하여 삼국초기까지만 해도 그 원형이 살아있던 선도 조화정신의 실체를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밝혔다.
답사 예정지는 산청의 전 구형왕릉, 김해의 구지봉, 수로왕릉비, 초현대, 칠점산, 양산의 수두리 일대, 북정리 고분군, 성황산성, 징심헌 유지, 충렬사, 마고산성, 황산강 신라‧가야 접경지 등으로 민족 고유 정신을 바르게 알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문의 : 천손문화연구회 김해‧양산 선도문화탐방 담당자 010-9060-7780
글. 조채영기자 chaengi@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