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되는 오묘한 음료이다. '외모는 거울로 보고 마음은 술로 본다'는 속담처럼 적당한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속마음을 이야기할 힘을 주지만, 과음은 '만병과 사고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 과도한 음주는 각종 암, 간 및 심혈관 질환, 정신장애 등 60가지 이상의 질병과 손상의 원인
- 음주 관련 질환 및 사고 사망자: 전 세계 사망자의 3.8%, 우리나라 사망자의 9.1% 차지
- 2007년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약 19조 원, 이 중 주폭으로 치른 사회적 비용 약 4조 원
- 2010년 음주운전 사고 28,641건으로 1990년(7,303건)에 비해 약 4배 증가
# 최근 고위험 음주(폭음)자 늘어
지난 14일 방영된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정주리가 회사에서 해고통보를 받고 금빛나와 함께 술을 폭풍 흡입했다. 술에 취한 정주리는 장규직에게 술주정을 하며 "내가 얼마나 장 팀장을 싫어하는지 아느냐? 장 팀장 얼굴 보기 싫어서 회사 나가기 싫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힘든 속내를 드러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우리나라만큼 음주문화가 성한 곳이 있을까? 정주리처럼 직장생활의 고충과 삶의 애환을 토로하며 술을 마시다 보면 누구나 고위험 음주자가 될 수 있다.
▲ KBS2 드라마 '직장의 신' 방송캡쳐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적정 섭취 권장량은 남자 소주 5잔(알코올 40g), 여자 소주 2.5잔(알코올 20g)이나,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보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11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한 잔이라도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경우는 92.9%였으며,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는 7.1%에 불과했다.
'2012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 결과에서 하루 한 번의 술자리에서 소주 8잔(알코올 60g, 남자) 이상 혹은 5잔(여자 40g, 여자) 이상 섭취하는 고위험 음주군이 증가했다. 특히 여성 고위험 음주군 비율이 주 1회 이상은 14.3%(2011년)에서 18.1%(2012년)로, 주 2회 이상도 7.7%(2011년)에서 11.1%(2012년)로 높아졌다.
▲ 2011~2012년 여성 고위험 음주군 비율 증가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맥주', 고위험 음주자는 '소주' 선호
지난 9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서 호주 출신 예능인 샘 해밍턴이 한국의 술 문화를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주류 구매 및 섭취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샘은 술을 즐겼던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말도 안된다. 맥주 막! 3천 cc, 5천 cc, 1만cc, 이거 호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거 말도 안 된다"며 호주와 한국의 다른 음주문화를 지적했다.
▲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방송화면 캡쳐
실제로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마신 술은 맥주가 9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소주(87.8%), 기타 탁주(52.5%), 복분자주(26.8%), 위스키(25.6%), 포도주(25.4%), 매실주(21.0%), 청주(15.0%), 약주(14.9%) 순이었다. 고위험 음주자는 일반 주류 소비 패턴과는 달리 소주(66.3%)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맥주(20.8%), 포도주(2.9%), 탁주(2.6%)가 뒤를 이었다.
# 술 마신후 운동은 필수!
50대 중년층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음주습관이 반영된 병으로, 지방간-간염-간경화-간암 순으로 발전한다. 2011년 알코올성 진료통계에 따르면, 50대가 전체 환자(14만 7,323명)의 32.1%(4만 7,216명)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안에 술로 인해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것을 말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으로 간세포가 손상돼 염증이 생긴 경우다. 성인 남성이 매일 소주 240~480mL(소주 한 병 360mL)를 마시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성별과 연령대를 떠나 술을 과하게 즐기면 음주 질환이 오게 마련이다. 술자리에서 한꺼번에 술을 많이 마시는 습관은 비만율을 높일 수 있다. 소주 한 잔의 열량은 8층 건물을 걸어서 올라가는데 소모한 열량과 같다. 소주 한 병을 마셨을 경우는 여의도 63빌딩을 한 차례 올라가야 음주로 발생한 열량을 소모할 수 있다.
소주 한 잔(50mL)이 알코올 함량은 8g이다. 알코올 1g은 7kal이다. 1층 계단 올라가는데 약 7kal 가 소요된다. 음주 후 하는 운동은 비만을 방지하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컨디션 회복에도 좋다.
▲ 100kal 소비를 위한 운동(기준: 70kg 남자)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 [인터뷰] 운동으로 술의 유혹 이겨낸 이성규 씨 "꾸준한 운동으로 음주 습관 바꿨지요"
"21일 생활수련을 시작하면서 술을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 처음 일주일을 참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열흘이 되더라. 벌써 반이 지났으니 끝까지 참아보자는 마음이 강해졌다. 운동에 계속 집중하다보니까 안 좋았던 몸이 좋아지면서 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일 꾸준한 운동으로 음주습관을 고친 이성규 씨(51)를 만났다. 35년 동안 의류아동복 패턴 기술자로 일해온 이성규 씨. 현재 동대문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서울 사대문 구석구석 안 거친 곳이 없었다고 한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 때문에 부딪히는 인간관계도 힘들었다. 그런 스트레스와 힘듦을 술로 풀려고 했다. 술을 많이 먹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시비도 걸게 되고. 정말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상태까지 가게 되더라."
▲ 꾸준한 운동으로 음주 습관 개선에 성공한 이성규 씨
이 씨는 2년 전 의류 도・소매 사업을 시작한 후 주위 사람과 의견 차이로 트러블이 생기면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위와 간, 장 등 육체 건강도 안 좋아졌다. 음식물이 조금만 안 들어가도 속이 쓰린 위궤양에 증상과 함께 장도 더부룩하고 따끔거렸다. 간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인생의 꿈과 희망이 없었다. 자포자기하듯 인생을 살았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산 것이다. 나쁜 정보를 듣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푸는 습관이 오래 되어 몸과 마음 건강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이 씨는 아내가 가져온 책을 우연히 접하면서 단월드를 찾게 되었다. 건강을 회복해야겠단 마음이 절실했던 만큼 운동에 임하는 마음도 간절했다. 일 때문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새벽반에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새벽반 수련을 위해서라도 술을 더 자제하게 되었다.
매일 1시간씩 기체조, 명상 등 운동을 꾸준히 하니 몸의 변화가 느껴졌다. 원장의 권유로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해 21일 생활수련도 시작했다. 다른 회원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자력(自力)을 키우기 위해 단배공(절수련의 일종)과 호흡 수련 위주로 혼자 하는 운동 프로그램이었다. 새로운 습관을 위해 뇌에서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최소 기간인 21일 동안 말이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힘이 생기면서 술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일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술 한 잔하자고 연락이 온다. 요즘은 "운동 중이라 술 안 먹는다. 식사나 함께하자"고 하면 주위에서 놀란다. 진짜냐며 그러다 진짜 도사 되는 거 아니냐며 농담도 던진다."
이 씨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무엇보다 가족이 좋아한다고 한다. 이 씨의 아내는 "술을 자제하는 힘이 많이 생겼다.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욱하는 성격도 없어졌다. 인간관계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많이 참아주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 씨는 음주 습관을 고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음주 습관을 고칠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술을 끊을 수 있는 자기만의 원동력인 꿈이 있어야 한다. 인생 목표가 바로 설 때 자기 관리에 대한 마인드가 생긴다. 술보다는 자기 인생의 꿈과 목표에 맞춰 살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술을 절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다 같이 어울려 술을 먹어도 돌볼 가정이나 신경 쓸 일이 있는 사람들은 적당히 먹고 중간에 먼저 빠져나간다. 목적과 희망없이 먹다 보면 1차, 2차, 3차 그러다 쓰러질 때까지 가는 거다. 목표의식을 갖고 운동을 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부정적인 의식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힘이 생긴다."
이 씨는 운동을 통해 술을 끊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인생의 꿈도 되찾았다며 "무엇보다 가족을 화목한 힐링패밀리로 만들고 싶다. 예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홍익정신을 전하는 국학 강사가 되어 우리 민족의 역사를 떳떳하게 알려 나가고 싶다. 다른 사람의 꿈과 희망을 깨워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김유경 원장은 "술을 드시는 분들은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으면 술을 마시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또 하나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음주로 간에 피로가 쌓이고, 흔히 '술이 당긴다'고 하듯이 체질이 음주체질로 바뀐다"고 했다.
이어 김 원장은 "단월드에서 하는 수련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관리해주는 데 좋다. 기체조나 호흡은 체질을 바꿔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며 음주 후 간 경락을 자극하여 피로회복을 돕는 '발끝 부딪치기' 기체조를 제안했다.
▶ [동영상] 간 경락을 자극하여 음주 피로회복을 돕는 기체조와 호흡명상
글, 사진, 동영상. 이효선 기자 sunnim03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