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교사(경북 김천 조마초등학교)가 2011년 새롭게 부임한 학교는 전교생이 불과 50여 명, 한 학년 당 8~9명밖에 되지 않는 농촌의 작은 학교였다. 착하고 순수한데 시골에서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못해서인지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의욕과 자신감이 부족했다. 어느 정도 인원이 있으면 서로의 재능과 특기를 보고 자극이 될 텐데, 서로가 너무 빤하게 보여서 그런지 의욕도, 잘해보고자 하는 열정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감과 열정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교사는 아이들과 매일 아침 뇌교육을 시작했다.

▲ 김은주 경북 김천 조마초등학교 교사
김은주 교사가 뇌교육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7년 여름방학 우연히 참가하게 된 뇌교육 교사 직무연수를 통해서였다. 김 교사는 교사생활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얼른 방학이 끝나길 손꼽아 기다렸다. 연수 때 알게된 것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그렇게 뇌교육은 김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뇌교육을 알고부터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기본 마인드가 아이를 성장시키겠다고 생각하니 아주 작은 활동을 하더라도 아이가 성장하는 것이 보이더라."
"학교 놀이터에 누군가가 땅을 파서 나뭇가지로 대충 덮어 놓아 지나가는 아이들이 다치는 일이 생겼다. 체육선생님이 전교생을 모아놓고 누가 했냐고 으름장을 놓는 무서운 상황이 일어났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가 살그머니 손을 들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본인 말고도 5,6학년 형들도 함께한 것인데 당시 3학년이었던 우리 반 아이가 대신 나섰던 것이다. 장난으로 했더라도 본인의 잘못으로 누군가 피해를 보면 용서를 구하고,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도 손을 들고 말하는 것은 어른도 쉽게 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 조마초등학교 김은주 교사의 교실 모습
지난해 김은주 교사는 3학년 아이들과 매일 아침 뇌체조를 10분가량 한 후 푸시업을 아이들과 함께했다.
"아이들이 재밌고 즐거운 것은 하는 데 필요하지만 해야 하는 건 하기 싫어한다. '푸시업은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힘을 길러준다', '공부하거나 힘든 과제를 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길러준다'며 아이들을 독려했다."
1. 그냥 한다.
2. 힘들어도 한다.
3. 죽어도 못할 것 같은데 3개를 더한다.
푸시업 규칙의 첫 번째는 그냥 하고, 두 번째는 힘들어도 하고, 죽어도 못할 것 같은데 3개만 더하기 이다. 이런 식으로 매일 최소 5개는 하게 된다. 매일 기록표에 기록을 하니 7월 경에는 아이들 대부분 20~30개는 거뜬히 해내고 김 교사가 잊어버리는 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푸시업을 하자고 말할 정도였다.
키가 작고 왜소한 체구 때문에 피해의식이 컸는지 조 현 학생은 말할 때마다 악을 쓰며 말해 아이들이 싫어했다. 현이는 푸시업을 시작한 이후 매일 아침 60~70개는 거뜬히 해냈다. 푸시업을 할 때마다 친구들이 함께 숫자를 세어주고 옆에서 응원해 주니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김 교사가 "현이가 한계를 넘는 방법을 체험했구나" 말하니, "선생님! 저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며 활짝 웃었다. 악을 쓰며 말하던 버릇도 사라지고 수업시간에도 적극적으로 발표하면서 1학기 평균 87점이었던 현이의 성적은 2학기 97점으로 껑충 뛰었다.
"아이들에게 항상 남을 앞질러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것, 자기 의지를 키우는 것을 강조한다. '거봐, 선택하니깐 되잖아", '네가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어!' 교사가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아이들 성향은 달라진다. 아이들 의식은 지구를 넘어 우주만큼 커질 수 있다."

▲ "매일 아침 뇌체조와 푸시업을 통해 밝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김은주 교사는 주 1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뇌교육을 통한 '자기 성찰 놀이'를 자주 했다. 뇌체조를 통해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의 주파수 맞추기', '용기방송국 vs 두려움방송국' 등 자기감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엄마한테 혼나고 주눅이 들어 등교한 날에도, 친구와 다투고 속상한 날에도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하루를 보냈던 아이들은 금방 긍정적인 감정으로 선택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이 어느 날 우리 반의 좋은 분위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보자고 제안했다. 매일 조례·종례 시간에 하던 "사랑합니다" 인사를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김 교사도 함께했다. 교무실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사랑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처음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의 교무실에 들어갈 때마다 "사랑합니다" 인사하니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지 보름 만에 교무실에 계시던 선생님이 '사랑합니다' 같이 인사하는데 어찌나 고맙고 기뻤는지 모른다. 이제 선생님들도 마주치면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사랑합니다' 인사를 받아 주시는데, 아주 작은 인사지만 학교 전체 분위기가 매우 달라졌다."
올해 32회 스승의 날 김은주 교사는 학교지도 및 교육발전에 헌신한 모범교원으로 선정돼 장관표창을 받았다.
늘 아이들의 꿈을 물으며 “나는 너희에게 공부만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참 스승이 되고 싶다. 이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말하는 김은주 교사. 스승의 날이면 아이들이 보내오는 “스승님께”로 시작하는 편지 한 통, 학부모님이 보내는 “선생님 같은 분만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는 말 한마디에 감동하며 교사라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