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씁쓸함이 아닌 달콤한 날로 기억되다

스승의 날…씁쓸함이 아닌 달콤한 날로 기억되다

15년째 영혼의 선물 주기 실천하는 홍익교원연합



감사의 달 5월이라 하지만 감사함보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검색해 보니 어떤 선물세트가 좋을지가 가장 먼저 나온다.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는 스승의 날이 잘못된 관행과 오해로 얼룩진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학교폭력과 교권침해로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의 학교.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스승의 날 본연의 취지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지난 15년간 소통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고 스승의 참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을 만나보았다.

 ▲ 경기홍익교원연합 교사들

경기홍익교원연합(회장 강명옥) 교사들이 모인 지난 4월 28일, 일요일인데도 5월 15일 스승의 날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열띤 토론 중이었다.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편지와 선물을 드리는 '스승의 날'에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고민이라는 교사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고민에 빠진다. 선물을 준비하는 학부모는 경제적 부담으로, 학생들은 다른 반보다 개성 있는 스승의 날 이벤트를 준비한다고 신경전이 오고 간다. 물론 교사에게도 외면하고 싶은 날이다.

홍익교원연합은 스승으로서 초심을 다잡고, 아이들을 깨우는 영혼의 메시지가 담긴 사랑의 선물을 주자는 '영혼의 선물 주기' 교육문화운동을 매년 스승의 날에 15년째 열고 있다.

한순렬 안양 부림중 교사/ 스승의 날에 교사는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집에서 쉬어도, 학교에서 행사를 해도 허전하죠. 선물은 받으면 부담되고, 안 받으면 왠지 나는 이런 존재인가 서운하고. 돌아보면 스승의 날에 행복했던 적이 없던 것 같아요.

한영임 김포 감정중 교사/ 교사가 받는 날로만 생각하는데 제가 선물을 주면 거기서 아이들이 깜짝 놀라죠. "아 선생님이 오히려 주시는구나."
재작년 처음 시작할 때는 쑥스러운 마음에 어렵게 했는데 아이들과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형광펜에 좋은 글귀를 붙여서 줬는데 아이들이 보고 또 보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저의 진심이 전해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홍익교원연합에서 스승의 날 아이들에게 주는 영혼의 선물은 거창하지 않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지우개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나는 자신감도 없어”, “나는 노력해도 안돼”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다. 선생님이 주는 지우개는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을 칼로 도려내고 지우개로 지우라는 의미이다. 늘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자석 밝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을 끌어당겨라. 혹은 너희가 원하는 것을 끌어당겨라.

형광펜 너희는 세상을 밝히는 환한 존재가 되어라.

이외에도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성장한 '선인장', 가꾸는 사람의 정성에 따라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꽃피우는 '꽃씨' 등을 준다.

강명옥 군포중 교사/ 스승의 날을 나를 돌아보고 바른 스승으로 서려는 각오를 다지는 날로 여깁니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 교사로서의 그 마음,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들 앞에 스승으로 당당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죠. 선물을 준비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단순히 그날 하루가 아닌 내가 아이들에게 주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행복합니다.

한순렬 교사/ 선물 가져오지 말아라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가져오고, 어떤 해에는 가져오지 말아라 말 안 해도 아무것도 없고. 하하하. 사람인지라 기대감이 있는데 '영혼의 선물 주기'를 하고 나서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해도 내가 먼저 사랑을 베푸니 행복하더라고요.  



홍익교원연합은 1997년부터 '이 땅의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라는 모토로 시작된 전국 초중고 현직교사들의 모임이다.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올바르게 구현하여 모두가 행복한 교육, 아이들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교육의 얼을 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우리얼찾기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홍익교원연합 내 '행복한 교사모임'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주최한 ‘제1회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ㆍ정책제안 공모전’에서 정책 제안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경기홍익교원연합 50여 명의 교사들은 웃기, 사랑주기(안마), 칭찬하기 등 이른바 '웃칭사'문화를 통해 가정과 학교가 행복한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10년 이상 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교사연수 프로그램(NTTP)'에서 경기홍익교원연합의 뇌교육직무연수는 지난해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뇌교육을 통한 건강ㆍ행복ㆍ평화로운 학교ㆍ학급 만들기'라는 주제로 연간 60시간의 직무연수를 한다. 뇌체조, 명상, 사랑주기 등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고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수학습 프로그램으로 교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 지난해 6월 경기도교육청 뇌교육직무연수. 참석교사들이 뇌체조를 활용한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경기홍익교원연합 제공)

한순렬 교사/ 다른 연수와 달리 뇌교육 연수는 뇌체조, 명상, 사랑주기 등 참석한 교사가 힐링이 되는 체험중심 프로그램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다 짧은 시간에 효과가 큰 것이 장점입니다.

강명옥 교사/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죠. 뇌교육 연수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사가 먼저 행복해 지니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뇌교육 연수는 학교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수 때도 강조하는데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테마 하나를 정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순렬 교사/ 저희 학급은 ‘항상 웃자!’를 급훈을 정하고, 웃는 그림을 교실 곳곳에 붙여두었습니다. 교실 앞문, 뒷문을 지날 때는 무조건 웃어야 하는 '웃음라인'도 만들었죠. 학기 초에는 당번이 돌아가면서 체크도 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교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학급 내 왕따나 폭력 문제가 사라지죠.

한영임 교사/ 홍익교사들은 수업 시작하기 전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라고 구호를 외칩니다. 수업이 시작되어도 산만하고 집중 못 하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죠. 한마디 말의 에너지가 이렇게도 크구나 실감합니다.

윤정인 평택공고 교사/ 저는 일반학교에서 장애가 있거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특수학급을 담당합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대개 자존감이 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학기 초에 꼭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는데 아이들 대부분 ‘가치없다’ ‘쓸모없다’라고 답하죠. 행동도 자신감이 부족하고 위축되거나 눈치를 많이 보고요. 학교나 사회관계에서 잘못 형성된 부분이 분노가 되어 마음과 달리 행동도 부정적으로 나옵니다.  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메세지를 꾸준히 주고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저는 뇌교육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힘듦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교육이 아닐까요?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아이들이 너무나 예뻐 올해 스승의 날에는 어떤 영혼의 선물을 줄까 고민 중입니다.

스승의 날에 교사가 학생에게 선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물을 준다고 해서 인터뷰를 하러 갔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쯤 지우개, 형광펜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스승의 따뜻한 영혼이 담겨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교사들이 학교에 있다면 대한민국 학교가 훨씬 아름답지 않을까.

글, 사진.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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