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7만 명에서 15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치료를 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수십 년 전만 해도 파킨슨병은 불치병으로 여겼다. 하지만 1970년대 레보도파라는 약물이 개발되면서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 중에서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편으로 치매나 루게릭병과 달리 적절히 치료받으면 환자가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왼쪽부터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모두 파킨슨병을 앓았다.
1817년 영국의 제임스 파킨슨에 의해 붙여진 이름인 ‘파킨슨병 (Parkinson's disease)’은 신경과에서 다루는 이상 운동 질환 중 하나이다. 증세의 특성은 손발이 떨리고(진전), 몸이 굳으며(강직), 행동이 느리고(서동), 말소리가 잘 안 나오며, 표정이 없고, 걸음걸이가 나빠지는(보행장애) 현상을 보인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의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발생한다. 행동이 느려지고, 근육이 떨리거나 강직되어 자세가 굽고, 걷거나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루이체라고 하는 퇴행성 물질이 쌓임에 따라 신경전달물질 중 몸을 부드럽고 원활하게 해주는 도파민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 병의 특징은 뇌세포가 죽어가는 속도가 정상적인 노화로 인한 속도에 비해 아주 빠르고 뇌의 여러 부분 중 선택적 부위만 주로 손상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경세포의 손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파킨슨병의 임상증상도 진행되게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까지 모두 파킨슨병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다.
파킨슨병은 노인성 신경질환 중에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환자 수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더욱 빠르게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파킨슨병 치료·예방법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
파킨슨병은 만성 진행성 뇌질환으로 환자의 증상은 서서히 악화되고 대개 5년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파킨슨병이 발병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불편한 증상을 제외하고는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파킨슨병은 얼마나 관리와 치료를 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파킨슨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진행시기를 늦출 수 있으며, 또한 현대 뇌과학·의학의 발달로 치료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배현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팀은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양한 염증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봉독이 파킨슨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침 치료와 벌침 즉 봉독 약침이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능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 특히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이 눈에 띄게 줄면서 치료되는 것을 확인했다.
배현수 교수는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봉독이 뇌질환을 면역조절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 더욱 의미가 크다. 앞으로 봉독의 어떠한 성분이 면역조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낸다면, 더욱 효능이 뛰어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또한, 지난해 7월 한국뇌과학연구원(원장 이승헌)은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명상인 ‘뇌파진동’이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예방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연구진은 3년 이상 뇌파진동을 수련한 명상 숙련자 46명과 일반 대조군 46명의 두뇌를 MRI(자기공명영상), DTI(확산텐서영상) 장치로 찍어 차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뇌파진동 수련 그룹의 뇌에서 사고와 판단, 감정 조절의 중추인 전두엽과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증가했다. 또한, 내측 전전두엽의 회색질과 백색질의 두께가 동시에 증가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측은 "이러한 연구결과는 뇌파진동이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 예방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음을 의미이다. 또한, 주의력, 사고력, 기억력, 정서조절 등 두뇌계발 측면에서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파킨슨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는 4~6월 3달간 파킨슨병 무료 건강 강좌를 실시한다. 이번 강좌는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70여 개 종합병원에서 파킨슨병의 운동증상과 비운동증상의 이해와 치료를 주제로 진행된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김재우 회장은 "파킨슨병은 무엇보다 평상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이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국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환자와 환자 가족, 또는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