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내 운동장
‘Save Earth! 불편하지만 조화로운 운동적·생태적 삶을 살기 위해.’ 이장연 씨가 자신의 블로그 대문에 건 글이다. 지구, 생태, 환경을 생각하는 장난꾸러기 ‘그린 몽키’.
하루에 수천 명이 이 블로그를 방문해 그린 몽키의 생각을 읽는다. 지구 환경을 걱정하고, 생태적인 삶을 살며, 사회 이슈를 블로깅하는 그의 블로그에 사람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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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방식으로 블로그를 선택하다
사회와 환경 문제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의 인터넷 블로그에 어느 날 접속했다. 잘 웃고 농담 잘하는 평범한 청년. 그런데 사회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 진지하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환경파괴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기를 바란다. 그러느라 또래들의 관심사인 안정된 직장과 결혼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그는 요즘 식사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한창 한미 FTA 저지 투쟁에 동참할 때, 하루 한끼 단식을 한 경험이 시작이었다. 굳이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그가 무척 아끼는 물건이 있다. 자전거다. 주거지인 인천에서 서울을 오갈 때는 자전거로 왕복 다섯 시간을 달린다.
대학 졸업 후 그는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단체에서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을 할 때 인터넷을 담당했고, 대중과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고 환경문제를 블로깅하던 눈길이 점차 사회 문제에도 머물렀다. 내면에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하루에 열 시간 이상 블로깅을 하게 했다. 필요하면 사건 현장에도 가고,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파워 블로그를 소개하는 매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저에게 블로그는 운동적 삶을 살아가게 하는 도구이자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대상이에요. 블로깅을 계속하는 힘은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다가도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정리하고 표현하지 못하면 방학 숙제를 못한 아이처럼 불안해하죠. 어느 새 노트북 앞에 앉아 불공을 드리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하면서 꽉 막힌 불안감을 떨쳐내요. 그리고 제가 소심한 A형에, 까칠하고 괴팍하고 꼼꼼한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블로그와 꽤 잘 맞아요. 하하~.”
학생 인권문제로 경찰서에 가기도
작년 봄까지 환경단체 사무국장으로 일한 그는 블로그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백수를 선택했다. 그는 백수란 ‘백 가지 근심을 가진 사람’이라며 웃는다.
“백수가 된 후부터 도서관으로 출퇴근해요. 도서관에서 밤 10시에 폐문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신데렐라처럼 집으로 돌아오죠. 사실 출퇴근이라고 하지만, 블로깅을 일로 생각하면 이렇게 오래 못 할 거예요. 블로거로 살아가는 게 제게는 일이 아니라 삶을 즐기는 것이라서 신나게 하고 있어요.”
‘지구를 지켜라’ 블로그를 운영한 지 4년이 흘렀다.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에 공명할 때의 뿌듯함은 그를 다시 노트북 앞으로 불러들였다.
“ ‘진성고 학생 인권 침해문제’로 싸울 때도 그랬고, 1년 동안 ‘계양산 골프장 문제’로 싸우고 있는 지금도 제 마음은 한 가지예요. 사회 이슈들에 대한 저의 글에 사람들이 공명한다고 느낄 때 가장 뿌듯하죠.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만난 수많은 블로거들이 저의 든든한 지원군처럼 여겨져요. 이런 블로거들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때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죠.”
그는 진성고의 실태를 담은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진성학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블로깅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외부 압력은 블로그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를 더 북돋울 뿐이다.
생태적인 삶으로의 의식 전환이 필요해요
환경운동을 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철없는 순둥이였다고 말한다. 다만 중학교에 올라갈 때 ‘중학교는 왜 가지?’ 또 그 이후에는 ‘고등학교는 왜 가지’라고 의문을 품었던 정도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이었다고 회상한다. 사회 이슈에 촉각을 세워온 그는 특히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예전 사람들은 다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순환적인 삶을 살았어요. 점차 문명화, 산업화, 도시화되면서 그것들을 잃어버렸죠. 자연환경이 파괴되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게 아니라 스스로 그 문제를 직시하고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와 용기가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
지난 3월 28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이날 전 세계적으로 ‘지구를 위한 시간(Earth Hour), 스위치를 내려요’라는 캠페인이 펼쳐졌다. 전날 이장연 씨의 블로그에는 ‘최악의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맞서 전 세계가 불을 끄자! 지구 시간 캠페인에 함께하자! 저녁 8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불을 끄자!’라는 글이 올랐다. 8시 30분, 블로그를 로그아웃하고 집 뒤편에 있는 철마산에 올랐다. 도시는 지구별이 아닌 듯,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불빛들로 환했다. 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에게 우리 사회의 희망을 어디서 보는지 물었다.
“희망은 역시 사람들 개개인에게 있지 않나 싶어요. 블로그도 마찬가지예요. 블로그라는 도구 자체는 빈 깡통에 지나지 않죠. 창조적이고 재기발랄한 생각과 몸짓을 가진 블로거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의지와 노력으로 블로그를 새롭게 진화시킵니다. 이는 결국 개인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이죠. 그런 블로거들이 점점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요즘 세대는 그런 기회가 더 많으니까요.”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이장연 씨는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부지런히 ‘운동’을 한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r | 사진·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