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념은 ‘홍익인간’, 거꾸로 가는 교육 현실

교육이념은 ‘홍익인간’, 거꾸로 가는 교육 현실

청소년 멘탈헬스 핵심과제로 추진해야

행복지수 세계 최하위, 자살률·흡연율 세계 1위, 우울한 대한민국 청소년

주요 선진국에서 21세기 미래교육의 키워드로 창의성과 인성을 이야기하면서 ‘창의 인성’은 대한민국 교육계에 화두로 자리 잡았다. 2009년부터 대두한 ‘자기주도학습’이란 개념 역시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목적으로 채택한 평가방식이었다. IT 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을 변화시킨 스티브 잡스는 ‘21세기가 원하는 창의적 인성을 갖춘 리더’의 모습으로 대표됐다.

이런 사회적 흐름과는 달리 2012년 대한민국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문제는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 왕따 문제 등, 인성교육과는 모두 거리가 먼 이슈들이었다. 청소년 인성문제는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교육계에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청소년 흡연율 세계 1위, 어린이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3년 연속 최하위. 2012년 대한민국의 현주소였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제2조를 보면, 교육이념이 홍익인간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과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칭송받아왔다. 높은 교육열은 우리의 자랑이었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경제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붕괴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성적경쟁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청소년들의 멘탈헬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힌 2012년 초·중·고 12년간의 교육과정에 편성된 예산은 약 39조에 이른다. 나라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12년간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지적 능력을 갖춘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일반 학원과 다를 게 없다.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거둬 교육지원을 하는 목적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문화에 이바지하는 조화롭고 행복한 인재를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학부모들이 아이 성적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이러한 취지와 다르지 않다. 어떤 부모가 처음부터 ‘나만 잘살고 보는 자식’을 바라겠는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력을 갖춰 ‘나도 잘 살고, 나라도 잘살고, 세계도 잘 살게 하는’ 훌륭한 홍익인간으로 자식을 성장시키는 것이 모든 학부모의 희망 사항이 아닐까.

‘남보다 잘살아야’ 경쟁분위기 교육본질 망각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남보다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성공지향’, ‘경쟁 위주’의 사회분위기는 너도나도 대학에 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84%가 대학에 진학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학구열이 높고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이 넘는 독일에서도 36%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우리나라는 높은 대학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대졸 취업률은 51%에 불과하고, 이 중 37%는 비정규적으로 취업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네덜란드는 인구 1천6백만 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경제 강국이자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선진국이다. 네덜란드에서 대학(학문연구중심대학-WO) 진학률은 15%에 불과하고 대부분 졸업 후 1년 내에 취업한다. 우리나라 상∙하위 10%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4.5배인데 비해, 네덜란드는 2.9배에 불과하고 학력 간 임금격차도 적고, 근로시간은 OECD국가 중 가장 짧다.

자신의 가치 일깨우는 인간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네덜란드의 교육은 만 4세에서 16세에 이르는 초, 중고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중학교 진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때 진로를 결정한다. 중고등학교 입학시험 결과와 그간의 학업성취도를 기록한 학생기록부를 검토하여 학부모와 상의한 후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고등학교에 신청한다.

네덜란드가 배출한 세계적인 축구감독 히딩크도 상위보통중고등학교의 전신인 HBS에 다니다가 축구에 소질이 발견되어 축구선수로 발탁,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스포츠 리더전문교육 기관에 진학해 축구감독 자격증을 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인문계 중고등학교나 대학을 나오지는 않았지만, 영어는 물론 독일어, 프랑스어, 그리고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까지 구사한다.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대학에 목숨 걸지도 않고, 사교육에 시달리지 않는다. 모든 이들이 월등히 공부를 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문직업을 갖거나 고소득 연봉의 직장에 다닐 수는 없다. 네덜란드의 교육제도는 이러한 상황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14세~15세에 자신에게 알맞고 좋아할 수 있는 직업적 진로를 정한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일찍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필요한 경우에 대학에 진학한다. 네덜란드는 건강한 교육제도가 건강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건강한 사회를 만든 좋은 예다.

대한민국의 교육도 이제 달라져야 할 때다. 성적 위주의 평가체제를 개선하고 청소년의 뇌를 존중하는 교육, 인간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의 목적인 홍익인간의 정신에는 조화와 상생, 평화, 복지, 민주주의, 공정, 양심, 힐링 등이 담겨 있다.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 아이들 저마다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글. 안민경 객원기자 jazznye@hanmail.net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