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드라마를 세계인은 재미있게 시청하면서 감동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하여 항상 넓은 친족망이 등장하고, 그 속에서 알콤달콤하고 시끌벅적한 가족관계 그리고 갈등요소가 개입되어 있으면서도 항상 효를 의식하면서 고민하는 모습, 그리고 가족 공동체에서 정서적 지지 및 안식을 느끼는 한국 드라마의 전개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결코 일상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10월 10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한국문화유전자 포럼에서 ‘2012년에 주목할 10대 한국문화유전자’로 역동, 끈기, 예의, 해학, 곰삭음, 흥(신명), 어울림, 정(나눔), 자연스러움, 우리(공동체)를 선정했다.
이날 김기덕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0대 문화유전자 중에서 ‘공동체’에 주목, "한류 열풍 속에 드라마가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은 ‘가족주의’와 ‘효’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국만이 아니라 외국인 대상 모든 한류조사에서 핵심키워드를 추출하면, 항상 ‘가족주의’와 ‘효’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효’를 버렸다, 왜?

중국은 1949년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면서 가부장제에 따른 효를 버렸다.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를 생각하고 부모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잃어버린 가치관을 되살리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보아도, 젊은 주인공들의 주된 갈등은 부모가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왜 그들은 괴로워하는가, 그냥 자기들끼리 살면 될 것을.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와 가족을 의식하는 행동들은 한국 드라마 곳곳에 깔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부부 맞벌이에 아이 하나의 정책,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분가라는 일반적인 경향을 갖고 있다. 또한 현대 중국은 광범위한 영토 속에서 농촌과 대도시의 분리에 따른 가족의 이산으로 친척은 말할 것도 없고 직계가족의 왕래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광범위한 친족 범주가 등장하면서 예의가 남아 있는 한국 드라마의 가족주의는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2011년 4월 5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문판으로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도 주목할 만하다.
‘엄마’라는 존재가 한국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는 근대화과정에서 가족을 위한 희생 위에 존재함을 보여주고, 동시에 한국의 끈끈한 가족문화를 통해 엄마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가족해체의 대안을 찾다!

“전 세계는 ‘가족해체’라는 글로벌 이슈에 직면해 있으며, 현대 한국사회도 가족의 축소 및 해체가 진행되고 청년실업의 증가와 만혼 풍조가 유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안식처’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 더 나아가 다양한 한국의 문화콘텐츠 작품에는 가족과 효문화가 주된 소재로 작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가족과 효에 기반을 둔 한국의 공동체적 문화유전자는 글로벌 이슈인 ‘가족해체’에 대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와 나무, 인간은 한 몸으로 비유했다.
■ 역사 : 과거 - 현재 - 미래
■ 나무 : 뿌리 - 줄기 - 열매
■ 인간 : 부모 - 자신 - 자식
“왜 과거 역사가 중요한 것인가? 그것이 현재를 규정하며 미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의 아름다운 열매만을 감상하지만, 뿌리가 죽으면 열매도 죽는다.”
따라서 <네 부모를 사랑하라>는 계명은 있으나, <네 자식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없는 것처럼 가족에서는 ‘효’가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사상과 효문화를 유교에 한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상 무속의 본질도 효이며 불교의 가르침도 효가 중심이 되고 있다. 효사상과 그에 따른 효문화는 보편성을 갖는 인류의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또한 다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에서도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문화에 대한 경직된 태도가 있었지만, 가족 속에 효문화가 원만하게 작동할 경우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에서 알 수가 있다.
김 교수는 “가족과 효문화에 기초한 공동체 문화유전자는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한류3.0의 K-컬쳐 시대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글 윤관동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