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희망특강 파랑새 최연소 강사, MBC 100분 토론 패널. 한국강사협회 선정 '대한민국 명강사', '국내 주요 기업 및 대학에서 특강. 저서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젊은 Googler의 편지>, <열정력> 등...
공연장에 들어서며 받은 강연 안내 자료를 찬찬히 읽어내려 가다 보니 강연자의 경력 소개가 눈에 띄었다. 최연소 강사라… 33세 나이는 젊은데 낸 책이 벌써 3권…? 대체 어떤 성공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심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읽기'로 성공한 명사들의 노하우를 전하는 <리더스 콘서트>에 김태원 구글 미디어&모바일 팀장이 지난 20일 그 네 번째 주자로 나섰다. '대학생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강의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종대 학생회관 대공연장은 300여 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 김태원 구글 미디어&모바일 팀장이 20일 세종대에서 '독서와 떠나는 차별화 여행'이라는
주제로 대학생들에게 강연을 했다. (사진=이효선 기자)
그가 내건 주제는 '독서와 떠나는 차별화 여행'이었다. 그저 단순 스펙(spec. 영어 스페시피케이션specification 에서 유래된 말. 스페시피케이션은 주로 물품의 세부사항이나 명세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스펙은 '구직자들 사이에 학력이나 학점, 공인 외국어 성적, 자격등 따위를 이르는 말로, 국립국어원에서는 '공인자격'으로 순화하였다) 쌓기에만 바쁜 젊은이들에게 '읽기'라는 것이 지금의 삶과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며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 읽기는 나를 차별화시켜주는 모자와 같은 것
김태원 팀장은 독일의 모자 브랜드(Hut Weber)의 광고(It's the hat)를 예로 들며, 읽기란 무엇인가를 쉽게 정리했다.
▲ 독일의 모자 브랜드(Hut Weber)의 광고(It's the hat)
"읽기라는 건 이 사람이 쓰고 있는 모자와 같아요. 왼쪽에 있는 사람은 히틀러죠. 오른쪽은 찰리 채플린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왼쪽은 모자 벗은 찰리 채플린, 오른쪽은 모자 쓴 히틀러라고 할 수도 있겠죠. 사실 이것은 모자 광고입니다. 모자 덕분에 찰리 채플린은 히틀러가 되고, 히틀러는 찰리 채플린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 모자 역시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죠."
이처럼 대학생의 삶에서 자신을 지적으로 혹은 근본적으로 차별화해 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읽기'인데, 그것을 '스펙'이라고 생각하면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읽기에 에너지를 많이 쓰기가 쉽지 않은 거라고 지적했다.
▣ "너 왜 공부 안 하고 책 읽어?"
김태원 팀장은 얼마 전에 신문기사를 읽다가 본 안타까운 기사 제목을 이야기하며, 읽기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념과 분위기를 꼬집었다.
"재밌는 건 '너 왜 공부 안 하고 책 읽어?' 라고 하면 이 말의 의미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사람들은 이해를 잘 못 해요. 이 말은 '야, 너 왜 밥 안 먹고 밥 먹어? 잠 안 자고 잠자?'라는 말과 같은 겁니다. 외국은 공부가 곧 책 읽기인거죠. 하지만 우리는 공부와 독서를 분리하는 사회입니다. 시험점수에 도움이 안 되는 책 읽기는 딴짓하는 게 되어버렸어요."
그는 누구나 읽기가 중요하다는 건 심리적으로 인정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가까워지지 않는 이유는 책, 신문이라는 것이 내가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어 시험 토익이나 토플은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은데, 독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기에 잘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 "구글 입사요? 스펙이 아니라 창의적인 태도(attitude) 덕분이었죠!"
많은 사람이 그의 구글 입사에 대해 궁금해한다. 김태원 팀장은 주위에서 자신이 대학 때 쌓은 빵빵한 스펙으로 입사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실제 구글에 취직할 때 면접 상황을 이야기했다.
"구글 회사 면접이 길었어요. 보통 회사는 몇 분만에 끝나잖아요. 그런데 우리 회사는 일대일로 앉아서 30분에서 한 시간 동안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마음이 편했어요. 그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제가 전공한 사회학이란 것과 구글이라는 IT 디지털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저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굉장히 빨리 변하고, 특히 디지털 IT처럼 더 빨리 변하는 산업에서는 우리가 이미 쌓아놓은 지식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빨리 배우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변화를 읽어내는 이 능력을 위해서는 관점을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대학교 때 인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학문만 했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형성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전공한 사회학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사회학이 자신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줬고, 그 관점으로 일 하는데 어떻게 이펙트를 주는지에 대한 태도(attitude)에 대해서 크게 강조했다.
▲ '읽기'로 성공한 명사들의 노하우를 전하는 <리더스 콘서트> 네 번째 주자 김태원 구글 미디어&모바일 팀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세종대 학생회관 대공연장에는 대학생 300여 명이 몰렸다. (사진=이효선 기자)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노하우 '신문 읽기'
김태원 팀장은 전날 밤늦게 퇴근해서 찍은 사진 하나를 청중에게 보여줬다. 그의 책상 옆에 한가득 쌓여서 폐휴지처럼 보이는 신문 사진이었다.
"제가 신문을 읽을 때는 항상 형광펜을 들고 읽어요.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에 관한 이야기, 새로운 관점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면 형광펜으로 색칠해서 모아 놓습니다. 메모도 하고 아이디어도 적어서 쌓아 놓아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읽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엑셀파일 등의 자료로 컴퓨터에 저장해놓습니다. 이 자료들이 제가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소중하게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였어요."
그는 늘 신문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배운다며, 때론 많은 이들의 소중한 열정과 다양한 관점이 담긴 신문을 돈을 너무 적게 내고 공짜로 얻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독서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더 열심히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빚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빚을 갚을 필요 없이, 빚을 지면 빚을 갚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자신도 남이 읽을거리를 만들어 볼 것을 권했다.
▣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기를!"
김태원 팀장이 처음 책을 썼던 것은 27세 때, 반응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많았던 악플은 '너는 나보다 못한 주제에 왜 책 쓰니?" 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야, 내가 너보다 공모전 수상 경력이 많은데 네가 뭘 안다고 책을 써?"라고 말했다. 자기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이가 책 쓰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그들에게 김태원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당신을 위해서 글을 쓴 것이 아니라, 예전의 저처럼 방황하고 고민하며 맨땅에 헤딩했던 그 때의 저 같은 후배들이 많을 것 같아 썼습니다. 당신이 저보다 얼마나 훌륭한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당신이 저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면 당신도 자신을 위해서만 살지 말고 당신의 후배들을 위해서 뭔가 하십시오."
그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그 능력과 열정이 자기 자신만을 향해 있는 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강연에 참석한 방청객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열심히 나눠주기를 바란다"며 우리 사회에 더 훌륭한 읽을거리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리더스 콘서트>는 젊은 세대 사이에 사라지는 읽기 문화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국언론재단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리더스 콘서트>는 명사 6명이 젊은이들에게 성공비결을 나누는 자리로, 지난 4일에는 이미도 외화번역가, 6일 나영석 KBS PD, 10일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이 강연을 했다. 이어 24일 민규동 영화감독, 28일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나와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글, 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