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왕따나 폭력을 당하면 큰 상처가 되어 기억에 남는다. 왕따를 당한 아이는 커서 타인의 눈치를 유난히 많이 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왕따나 폭력을 당한 아이는 이런 심리적인 영향뿐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빨리 늙는다'는 연구결과가 새로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 게놈 과학·정책연구소 신경과학연구실의 이단 샬레브(Idan Shalev) 연구원은 236명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집단 따돌림(왕따), 폭행, 신체학대 피해 아동의 텔로미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 보았다. 텔로미어는 생물학적 나이와 관련 있는 염색체(DNA) 말단 조직으로, 나이 먹으면 길이가 점점 줄어든다.
그러자 같은 쌍둥이인데도 왕따나 폭행 피해 아동은 아닌 아이보다 텔로미어 길이가 더 빨리 짧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폭력 피해 횟수가 많을수록 텔로미어 길이도 짧아졌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은 사람일수록 수명이 짧고 만성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폭력 피해 경험이 5세 이전에만 있는 아이들은 텔로미어가 다시 자라났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텔로미어가 이미 짧아진 사람이라도 감소 속도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는 흡연이나 비만, 정신질환 등 다른 요인으로 짧아지기도 한다. 이런 요인들을 피하고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를 꾸준히 하는 등 건강에 주의하면 텔로미어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