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느라 집중해서 내릴 역을 지나친 경험을 한 적이 혹시 있는가? 최근, 어떤 대상에 몰두하게 되면 주변에서 나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뇌 용량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각과 청각이 함께 사용되기 위해 다투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닐리 라비 교수팀은 100명의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헤드폰을 쓰게 했다. 한 그룹에는 쉬운 작업을 하게 하고 나머지 한 쪽에는 집중력이 필요한 어려운 작업을 하게 했다. 그리고 불시에 어떤 소리를 들려 주었다. 그러자 쉬운 일을 하던 사람 10명 중에서는 2명만 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던 사람은 10명 중 8명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 현상을 두고 연구진은 ‘부주의 귀먹음(inattentional deafness)’이라 칭했다.
이것은 특정 위치로 시선을 두고 있으나, 주의가 다른 곳에 집중되어 시야 속의 대상이 지각되지못하는 현상이나 상태를 일컫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와 비슷하다. 관련하여 유명한 실험으로는 집중해서 농구를 보던 사람들 앞으로 고릴라가 지나갔으나 게임에 집중하던 사람들이 고릴라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관심, 지각과 정신물리학(Attention, Perception And Psychophysics)’에 게재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 등이 27일 보도했다.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