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레인 인터뷰] 간단한 혈액검사로 치매 조기 발견 가능해져

[파워브레인 인터뷰] 간단한 혈액검사로 치매 조기 발견 가능해져

브레디스헬스케어 황현두 대표

▲ 브레디스헬스케어 황현두 대표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걸림돌로 단연 치매를 꼽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게도 치매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시작되면 약물로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아직 완전한 치료제가 없기에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예방 관리가 중요하며 최대한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2023년 설립한 브레디스헬스케어(대표 황현두·김지나)는 치매 조기 진단 및 예방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혈액을 통해 치매의 위험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초고감도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을 상용화했다. 기존 혈액검사 기술 대비 민감도가 수천 배 이상 높은 '디지털 면역분석(Digital Immunoassay)'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현재 국내외 유수의 대학병원 및 연구기관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링과 같은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활용한 라이프로그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치타케어'를 런칭하기도 했다.

혈액 검사 및 라이프로그 기반의 치매 위험 분석 서비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황현두 대표를 만나 보았다.

 

▲ 브레디스헬스케어 혈액검사 키트


 Q.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어떻게 기술 개발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브레디스헬스케어는 퇴행성 뇌질환과 연관된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진단과 예방을 위한 혁신을 꿈꾸며 시작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기존 진단 방식은 MRI나 PET 스캔을 해야 했기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척수액 채취처럼 환자에게 부담이 큰 방법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정기검진이나 조기 발견이 어려웠죠.

사실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겠다는 시도는 계속 있었습니다. 여러 회사가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검사가 불가능했습니다. 이런 실패 사례들로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이나 이로 인한 인지기능 장애를 진단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디지털 면역분석 기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혈액 속에서 검출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는 극미량으로 기존 기술로는 검출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면역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초고감도 검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퇴행성 뇌질환 진단이 급증하는 현실을 보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공학자로서 극미량의 물질을 검출하는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한 도전이었죠.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인드와 공학자로서 열정이 만나 지금의 브레디스헬스케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퇴행성 뇌질환과 연관된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분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정기적으로 검진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혁신이었고,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Q. 회사 홈페이지에 "100세 시대가 모두에게 축복인 세상을 만든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에 주목하게 된 것은 '100세 시대'라는 말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면서였습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100세 시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치매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많은 분들이 두려워하는 병입니다. 단순히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넘어서, 삶의 질과 존엄성까지 위협하는 문제니까요. 더구나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까지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사회에서 치매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되려면 치매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는 퇴행성 뇌질환과 이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발견과 관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정기적으로 간단히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를 통해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모든 분이 자신의 삶을 끝까지 존엄하게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브레디스헬스케어는 치매 위험 분석 서비스를 시작으로 최근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치타케어'를 런칭했다.


Q. 치매 관련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할 것 같은데 브레디스헬스케어에서 개발한 '초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디지털 엘라이자 Digital ELISA)'은 기존 검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알츠하이머병의 완벽한 치료법이 없기에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이 분야에 중요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geing)와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 Association)는 'p-타우217(p-tau217)'이라는 물질을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데 적합한 혈액 바이오마커로 지정했습니다.

이는 간편한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변화를 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로 미래에는 비침습적인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타우217은 혈액 속에 극미량으로만 존재해서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디지털 면역분석 기술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검사법보다 수천 배 이상 높은 감도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아주 적은 양의 물질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죠. 또한 기존에는 뇌척수액을 채취해야 했던 검사를 간단한 혈액 검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디지털 면역분석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검체 분석(GCLP)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체외진단의료기기(IVD)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병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현재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의 바이오마커도 발굴하기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면역분석과 같은 초고감도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은 그동안 측정이 불가능했던 새로운 바이오마커나 약물 타겟을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더 많은 뇌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방을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결국 저희가 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 질병의 조기 경고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Q. 혈액 검사 방식의 치매 위험 분석 서비스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 브레디스헬스케어의 치매 위험 분석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요? 


혈액 기반 인지기능 저하 위험 분석 서비스가 가져올 변화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조기 발견이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치매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집니다. 적절한 식습관 관리, 운동, 수면 관리, 그리고 약물 치료를 통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거든요. 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삶의 질을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MRI나 PET 스캔 같은 고비용 검사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혈액 검사라면 부담 없이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죠. 마치 혈압이나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듯이,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도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예방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현재 여러 대형 병원, 연구기관들과 협력하여 이 기술의 임상 적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가 지역 의료기관이나 건강검진 센터 등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와 규제 기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술이 의료 현장에 도입되면, 치매 진단 및 관리의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합니다. '치매는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 브레디스헬스케어에서 개발한 스마트링.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링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박수, 체온, 호흡, 운동량, 산소포화도, 수면 패턴을 파악한다.


Q. 지난해 11월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기업 및 기관과 협력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혈액 검사 방식의 치매 위험 분석 서비스가 일상생활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단순히 진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조기 발견, 예방, 관리'가 모두 연결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먼저 혈액 검사와 일상생활에서 얻어지는 생체 신호(심박수, 수면 패턴 등)를 통해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방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얻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수행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 식이, 사회활동, 수면 등의 생활 습관 관리가 인지기능 향상과 치매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는 대규모 지역사회 기반으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을 통해 수면 패턴, 심박수 변동, 신체 활동량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인지기능 저하의 초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AI 기반의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혈액 검사 기술은 단순히 인지기능 저하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것을 넘어, 인지기능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람마다 치매 증상과 진행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브레인트레이너와 같은 전문가들이 개개인에 맞춘 식습관, 운동, 수면 등을 관리해 치매 발병을 늦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각 지역 노인복지시설이나 치매안심센터는 물론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같은 기관들과 협력해서 모든 사람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뇌 건강법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치매를 단순히 발견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최근 싱가포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나라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과 향후 브레디스헬스케어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퇴행성 뇌질환과 인지기능 저하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라 처음 개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 여러 국가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다른 특색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난양기술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국립신경과학연구소(National Neuroscience Institute) 등 주요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아시아권 퇴행성 뇌질환 바이오마커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현지에도 여러 분석 기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세계 최고 수준의 분석 신뢰도를 인정받아 해외 기관들로부터 디지털 면역분석을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검체 분석을 의뢰받고 있습니다.

체외진단의료기기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 임상과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미국 FDA 승인과 싱가포르 HSA 허가를 위한 절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LDT(Laboratory Developed Test) 형태로 우선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또한, 파킨슨병을 비롯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한 현재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각 국가의 의료 환경과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더 나은 질병 진단과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황현두 대표


Q.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1회 졸업생입니다. 뇌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원래 바이오시스템학과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故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기부한 사재 300억 원을 기반으로 미래에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2002년에 세워진 학과입니다. 

이 학과의 특별한 점은 당시 국내에서 최초로 바이오, 정보, 전자, 나노 기술들을 융합한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학부와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 꼭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거나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 도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게 되었습니다.

뇌 분야는 다른 생물학 분야와 비교하면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습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계속해서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기술을 통해 치매와 같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l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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