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골든 슬럼버’에 담긴 뇌과학

영화 ‘골든 슬럼버’에 담긴 뇌과학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 타인을 위해 또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위해 단 하나인 목숨을 걸게 되는 걸까?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냉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한없이 선의를 가진 존재를 만나면 우리의 마음이 약해진다. 오랫동안 우정과 신뢰를 쌓아온 친구를 위해 기꺼이 두려운 존재에 맞서고 뇌가 지시하는 합리적인 행동을 역행하게도 한다.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영화 ‘골든 슬럼버’는 정치권력에 의해 조작된 음모 속에 아이돌스타를 구한 국민영웅에서 유력 대선후보를 폭사시킨 사이코패스로 둔갑해버려 오로지 살기 위해 뛰어야만 하는 청년 건우(강동원 분)와 친구 선영(한효주 분), 금철(김성균), 동규(김대명 분)의 이야기이다.

영화제목인 골든 슬럼버는 황금빛 단잠이란 뜻으로,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인 애비로드에 수록된 곡이다. 폴 매카트니가 해체를 앞둔 비틀즈 멤버들이 예전처럼 함께 모이길 바라며 작업한 곡이다. 풋풋한 20대 초반, 밴드 활동하던 그들의 꿈을 잊지 못하는 건우(강동원)의 꿈을 나타낸다. 건우(강동원)은 남 어려운 것을 절대 넘기지 못해 오지랖이 태평양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한없이 착한 택배기사이자 소시민이다. 

▲ 거대 권력의 음모 속에 진한 우정을 보여준 영화 '골든슬럼버' <사진=영화 골든슬럼버 공식 페이스북?

이 영화에서 ‘국가’라는 이름을 쓰며, 가짜 뉴스를 만들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거대 정치권력이 생존을 위협하고 직장과 소중한 가족을 볼모로 두려움을 조장해 주인공과 친구들을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함정 속으로 밀어 넣는다. 누구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하는 공포의 상황에서 주인공 건우(강동원)는 끊임없이 친구들을 믿고 선의를 나타낸다. 건우(강동원)는 배신했을 지도 모를 친구 금철(김성균)을 위해 위험천만한 함정으로 돌아오고, 친구 무열(윤계상)과 전 국정원 요원 민씨(김의성)는 건우를 대신해 죽음을 맞는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언론이 친구를 범인으로 몰아도 동규(김대명)와 선영(한효주)은 끝까지 건우(강동원)의 진실을 믿고 그를 돕는다. 이들에 의해 두려움 속에 힘없는 한 시민을 들쥐처럼 몰아대던 정치와 언론권력에 맞서 반전으로 이끈다. 

영화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은 두려움은 우리 뇌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우리는 위협을 느끼면 뇌에서는 0.01초 만에 두려움의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뇌에서 두려움을 감지하는 부위는 편도체로, 편도체가 주변 위험을 감지하고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0.01초에서 0.03초면 충분하다. 인간이 진화하는 데 두려움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우리 뇌는 생명 활동을 담당하는 뇌간과 감정 반응을 하는 구피질, 그리고 사고 판단을 하는 신피질 3층 구조로 되어있다. 두려움은 그중 구피질의 방어막으로 생존을 위해 위험한 것을 피하게 하는 방어 본능이다. 무의식적인 두려움은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파악하고 위축된 반응을 일으킨다.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우리 에너지가 위축된다. 위축된 상태에서는 스스로 무엇을 하기 어렵기도 하려니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인간은 두려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배타적으로 반응하며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되어 있다.

사람을 위축시키는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뇌의 작용은 무엇일까? 미국 메릴랜드대 동물학 교수인 수 카터의 프레리들쥐 연구에 의하면, 한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프레리들쥐의 암컷에게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두려움을 느끼는 뇌 부위의 활성도를 낮추고 수컷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고 한다. 이 옥시토신 덕분에 유대와 애착을 강화시켜 장기간 헌신과 결합을 위한 신경회로를 활성화 시킨다. 오랜 연인, 부부, 친구, 가족에게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이 영화 초반 친구 무열(윤계상 분)은 건우(강동원)를 향해 “이렇게 착해 빠졌으니까 남에게 이용을 당하는 것”이라고 분노한다. 전 국정원 요원 민씨(김의성 분)는 효용가치가 없다고 길에 버린 건우(강동원)가 시동 꺼진 자신의 차를 미는 것을 보며 “저 눈 중독성이 있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가깝다 믿던 사람조차 배신 한 상황에서도 큰 눈으로 울 것만 같은 청년 건우(강동원)의 착한 표정과 신뢰가 상대를 동요시킨다.

주인공 건우(강동원)은 요령껏 제 몫을 챙기는 사람들에 비해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착하다. 그러나 두뇌능력 중 SQ(Social Intelligence Quotient- 사회성 지수)가 높은 편이다. 일상 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동시에 적절히 판단해서 행동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의 SQ 능력은 호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뇌에 있는 거울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있어 바로 공감共感이라는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골든 슬럼버라는 곡과 함께 주인공 건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신해철의 ‘그대에게’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감정을 찾아본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글. 안승찬 기자 br-m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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