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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을 얻은 인간 프시케
인간의 ‘영혼’ 또는 ‘정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사이키psyche’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프시케에서 유래한다. 프시케는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신과 결혼해 불멸을 얻었다. 그녀는 뼈아픈 고난을 통해 이런 명예를 얻었다. 원래 프시케는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인 에로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랑에 빠진 에로스는 그녀를 자신의 궁전에 머무르게 했다. 그러나 프시케는 언니들의 질투로 인해 에로스의 믿음을 저버리게 되었다. 프시케에게 실망한 에로스는 그녀의 곁을 떠났고, 프시케는 궁전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프시케는 에로스와 다시 결합하기 위해 아프로디테가 내린 네 가지 과제를 수행했다.
프시케의 네 가지 과제
아프로디테의 네 가지 과제는 인간이 개발해야 하는 능력을 상징한다. 프시케는 힘겹게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전에 갖지 못했던 능력을 얻는다. 첫 번째 과제는 여러 종류의 곡류가 섞인 곡식더미를 분류하는 것이었다. 프시케가 산더미처럼 쌓인 곡식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그녀 앞에 한 무리의 개미들이 나타나 곡식을 분류해주었다.
이 과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갈등을 일으키는 감정들을 우선순위를 정해 분류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프시케는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감정, 가치, 동기를 잘 걸러서 중요한 것을 구별해내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프시케가 받은 두 번째 과제는 숫양으로부터 황금 양털을 얻어오는 것이었다. 그 양은 누군가 털을 깎으려 하면 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거나 짓밟을 정도로 거칠었다.
이 과제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녀의 처지를 안 갈대는, 숫양들이 털을 고르기 위해 등을 문지른 가시나무에서 안전하게 황금 양털을 구해주었다. 여기에서 황금 양털은 권력을 상징한다. 경쟁적인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곳곳에 내재한 위험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스스로 상처를 입거나 세상에 환멸을 느껴 마음을 닫고 냉소적인 태도를 갖기 쉽다. 그녀는 이 과제를 통해 원하는 것을 획득하면서도 자비로운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아프로디테는 두 개의 과제를 통과한 프시케의 손에 작은 크리스털 병을 쥐어주면서 금단의 시냇가에서 물을 가득 채우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독수리가 그녀를 돕기 위해 나타난다. 독수리는 멀리서 전체를 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재빨리 낚아채는 능력을 상징한다. 이는 개인적인 판단에 지나치게 치중해,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잘못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
프시케의 마지막 과제는 지하세계의 페르세포네에게 내려가 작은 상자에 화장수를 담아오는 것이었다. 도중에 도움을 청하는 불쌍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절대 돕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었다. 만일 이것을 어기면 영원히 지하세계에 남게 된다. “안돼요!”라고 세 번 거절함으로써 프시케는 마지막 과제를 마쳤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은 자신의 목표나 중요한 일을 완수하는 데 꼭 필요한 선택의 힘이다.
프시케를 통해서 본 우리의 모습
프시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언니들의 유혹에 넘어가 그것을 잘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사랑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프시케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네 가지 과제를 수행해 잃었던 것을 다시 얻었다. 또한 용기와 결단력을 시험했던 과제를 통해 프시케는 크게 성장하고 새로운 능력과 힘을 갖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의 풍요로운 혜택을 겸허하게 누릴 줄 모르는 미성숙한 존재다.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문제를 비롯해 최근의 경제 위기, 식품 안전성 문제, 높은 자살률까지 우리 앞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쌓여만 간다. 그중 어느 것도 해결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프시케가 고난을 통해 성숙했듯, 우리도 고통스럽지만 자기 정화를 통해 후손에게 성숙한 삶을 물려주기를 소망한다.
도움 받은 책·《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진 시노나 볼린
글·윤선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뇌교육학과 교수, 인지과학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