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트(Euclid of Alexandria, 323–283 BC)는 지금까지도 회자가 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이는 훗날 이집트의 통치자가 되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Ptolemy I Soter)가 ‘기하학을 배우는데 지름길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유클리트의 답변으로 유명하다. 이는 학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노력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배움의 왕도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 그리스 아테네의 최고 학문의 전당 '아카데메이아'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진=Pixabay 무료이미지>
당연하게도, 배움에 있어서 노력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노력 없이는 그 어느 것도 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노력만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방법이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 할 수 있는 학습법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학습법이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은 따로 존재한다. 즉, 모두를 위한 왕도는 존재하지 않지만 나를 위한 왕도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본인도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선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효율적인 학습에 대한 연구는 뇌과학 분야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을 들 수 있다. 뉴로피드백이란 뇌활성화도 측정 장비(EEG, EMG, fMIR, fNIRS 등)를 통해 자기 스스로 두뇌 활성화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1968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Joe Kamiya 박사가 ‘사람도 뇌파(Alpha파, 8-12 Hz)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로 뉴로피드백은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현재 뉴로피드백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학습을 목적으로 한 연구 역시 주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2010년 뉴로이미지(NueroImage)에 기재된 Keizer 연구팀에서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감마파(36-44Hz)를 뉴로피드백을 통해 향상시킨 그룹은 단기기억력과, 장기기억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그룹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는 같은 과제를 수행하더라도 활성화된 뇌영역에 따라 그 성취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학습에 필요한 뇌영역을 활성화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면, 또는 학습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 효율을 증가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 뇌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집트의 통치자인 프로메테우스 1세도 걷지 못했던 배움의 왕도를 우리는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Pixabay 이미지>
현재 뉴로피드백과 관련된 연구는 인간의 뇌지도를 밝히는 커넥텀(connectome)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그 방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2015년에 frontiers in Systems Neuroscience에 Taya연구팀이 발표한 인간의 커넥텀을 이용한 인지능력 향상과 관련된 연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뉴로피드백 방법이 발달함에 따라 이 기술은 단순히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뿐 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뉴로피드백은 단순히 뇌영역을 제어하는 방법에서 뇌영역 간의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방향으로 그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연구하기 어려웠던 고차원 인지능력을 항상시킬 수 있는 뉴로피드백 연구도 활발히 진행 될 거라 예상해본다. 물론, 과거 유클리트가 이야기 한 것처럼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배움의 왕도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습능률을 올려주는 나만을 위한 배움의 왕도는 있지 않을까? 그리고 뉴로피드백 기술이 이를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뇌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집트의 통치자인 프로메테우스 1세도 걷지 못했던 배움의 왕도를 우리는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강호중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