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분석과 가상현실 기술로 새로운 중풍환자 치료요법 제시

뇌파 분석과 가상현실 기술로 새로운 중풍환자 치료요법 제시

가상현실. VR (virtual reality)로도 친숙한 이 기술은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가상에서 3D로 만들어 특수 장치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가상의 현실을 시각적, 공간적으로 마치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VR 헤드셋을 쓰고 롤러코스터를 타는가 하면 전 세계 유명한 관광지를 방 안에서 돌아다녀 볼 수도 있다.



최근 이런 다양한 종류의 VR 기술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면서 대부분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극히 일부만이 헬스 케어, 항공 군사 훈련 등에 활용된다. 2017년 4월 네이처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논문에서 안글린 박사 (Julia Anglin)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진은 뇌파 분석 기술과 VR을 활용해 새로운 중풍 환자 치료요법을 제시했다.

▲ 미국 뉴욕 주립 알바니대학교 뉴로테크놀로지센터에서 실시하는 리코버리엑스짐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모습. 뇌파분석과 가상현실을 접목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사진=뉴로테크놀로지센터>


연구진은 운동신경장애가 있는 중풍 환자들에 대한 운동신경 개선 치료요법으로 헤드 장착 VR기기와 BCI (Brain-Computer Interface) 뇌파분석 기술을 활용한 치료요법과 일반 운동치료 요법을 비교 분석하였다. 머리에서 측정된 뇌파(EEG) 신호와 근전도 신호(EMG)를 이용하여 실험 참여자가 움직이는지 혹은 움직임을 시도하는지를 측정하였다. 만약 움직임 신호가 감지되면 VR 헤드셋을 통해 가상의 팔을 의도대로 움직여 실제 팔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VR을 통한 시각적 피드백으로 뇌신경 처리를 강화하고 손상된 대뇌 운동피질에 영향을 주었다.

VR과 뇌파분석 피드백을 이용한 치료요법이 일반 운동치료 요법(conventional training, 모니터 상에 움직임을 보여주는 단순한 방법)과 비교하였을 때, 평균 적응 시간은 비슷했지만 함축 학습(implicit learning), 즉 의식적인 노력에 의지하지 않고 과제 능력의 향상을 보이는 것에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VR과 뇌파 분석을 이용한 운동신경 치료요법이 인지전략에 더욱 의존하고 있어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아직까지는 22명의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중풍환자들에 대한 실험 역시 단기적, 장기적 계획으로 진행한다. 연구진에 리우 박사(Sook-Lei Liew)는 “운동신경이 손상된 중풍 환자들에게 VR 아바타가 적용된 치료요법을 사용한다면 뇌가소성 촉진, 회복에 도움이 되고 결국 손상된 사지 근육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뇌파분석과 가상현실 이용해 중풍환자 재활치료는 물론 식물인간 상태 환자와의 의사소통도 추진

미국 뉴욕 주립 알바니대학교(University at Albany) 뉴로 테크놀로지 센터 (Center for Neurotechnology)에서는 “리코버리엑스짐 – recoveriX gym”이라는 뇌파 분석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중풍 환자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연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뇌파분석으로 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감각 피드백과 VR 시각 피드백을 이용하여 움직임을 보여주며 운동능력 재활치료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역시 뇌가소성에 영향을 주며 뇌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다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센터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치료요법이 환자들의 빠른 회복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피드백으로 인한 동기부여 역시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 뇌파분석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중풍환자 재활프로그램인 리코버리엑스짐 장치를 착용하는 모습.<사진=뉴로테크놀로지센터>

또한, 센터에서는 “마인드비글 – mindBEAGLE”이라는 시스템도 소개했다. 이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CI 기술을 이용해 자각 장애(impaired consciousness) 혹은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의사를 읽어 내거나 간단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다. 의사나 환자의 가족 혹은 도우미에게 환자의 의식 상태나 자각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환자와의 장벽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이렇듯 많은 VR 기술들이 뇌공학 관련 기술과 접목되어 단순한 흥미 유발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용 이외에도 의료, 헬스케어 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현재 나와 있는 기술들이 대중화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송영제 선임연구원 br-md@naver.com

[참조 사이트]
 https://www.nature.com/articles/srep45469
 http://www.recoverix.at/Home
 http://www.mindbeagle.at/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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