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뇌의 비대칭성, 남자가 더 그래

좌우뇌의 비대칭성, 남자가 더 그래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뇌2003년5월호
2010년 12월 08일 (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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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지만 아직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게 남과 여이다. 살을 맞대고 수십 년을 지내온 부부라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그만큼 남녀는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는 신비한 존재이다. 따라서 남녀의 문제는 예로부터 철학과 예술의 소재가 되어왔고, 현재에도 그렇다. 그런데 인간의 행동은 뇌가 결정한다. 남녀의 행위에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뇌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 이유는 남자와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서로 다르게 교육되기 때문이다. 즉 남녀 행동의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과 문화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논리적, 진취적, 공격적이다. 여성은 감성적, 수동적이며 모성 본능이 강하다. 남성은 과격한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성은 서로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성과 여성의 이러한 행동 양식의 차이가 선천적인 것은 아니며 사회적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후천적인 것이라는 주장, 즉 남녀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생물학적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온 근거 중 한 가지는 뇌의 구조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오랜 동안 남녀의 뇌 구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남녀의 뇌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우선 제일 간단한 차이를 말하자. 남자와 여자의 뇌는 그 무게가 다르다. 서양인의 경우 남자 뇌의 평균 무게는 1,450그램이고 여자의 그것은 1,250그램 정도이다. 요즈음은 MRI 같은 뇌 영상술로 이런 사실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한때 이 사실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두뇌가 우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뇌의 크기가 클수록 뇌의 기능이 우수한 것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다양한 뇌의 기능을 만족하게 측정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IQ 라는 것은 남녀가 동등한 점수가 나오도록 처음부터 고안된 것이며 이것은 우리 능력의 일부만을 측정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스 홉킨스 대학의 라이스 Reis 교수 팀은 5세에서 17세 사이의 소년, 소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MRI로 측정한 뇌의 부피와 IQ는 어느 정도 비례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남녀 차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몸처럼, 우리의 뇌도 좌우 반구로 나뉘어 대칭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해부학적인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대칭이다. 예컨대 우리의 팔, 다리를 움직이는 운동 신경 중추는 뇌의 양 옆에 똑 같은 모습으로 위치해 있다. 그런데 우리의 뇌에는 비대칭적인 기능 또한 존재한다. 가장 뚜렷한 것은 언어 기능, 즉 우리가 말하고, 남의 말을 알아듣고, 글을 쓰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 즉 `언어 중추’는 90 % 이상 왼쪽 뇌에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뇌의 모습은 우리 몸처럼 완전한 대칭은 아니다. 언어 중추가 있는 왼쪽 측두엽은 반대쪽에 비해 평균 7cm3 정도 더 크다. 반면 공간 인식에 관한 기능, 즉 우리의 신체와 바깥 공간과의 상호 관계를 인식하는 기능은 오른쪽 뇌에 모여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뇌에 손상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그 증세가 달라진다.

언어 기능이 왼쪽 뇌에 모여 있기 때문에 우리의 왼쪽 뇌에 뇌졸중 같은 병이 생기면 환자는 언어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를 실어증이라 한다. 실어증 환자는 발성기관은 정상인데도 말을 하지 못한다. “이름이 뭐예요?” 하면 전혀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환자는 말은 유창하게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환자에게 “손 들어보세요” 하면 엉뚱하게도 눈을 감는다. 가장 심한 경우는 말을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반면 오른쪽 뇌에 뇌졸중이 생기면 말을 잘 알아듣고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 한대로 오른쪽 뇌에는 공간을 인식하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이런 환자는 흔히 왼쪽 반쪽을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즉 그 쪽을 ‘무시’한다. 왼쪽을 잘 보지 않으려 하고, 아예 목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기도 하다. 가지가 둘 있는 꽃 그림을 베껴보라고 하면 왼쪽 가지는 빼먹고 그리며, ‘서울아산병원’이라는 글을 읽어보라고 하면 ‘산병원’이라고 읽기도 한다.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 남녀의 뇌 구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선 그 동안 밝혀진 의학적 사실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위에서 말한 대로 언어중추는 왼쪽 뇌에 있으므로 왼쪽 뇌에 질병이 생기면 실어증이 생긴다. 그런데 랜스델 (Lansdell), 기무라(Kimura) 등 학자들은 왼쪽 뇌를 손상당한 환자들 중에 실어증 증상을 갖는 사람은 여자에 비해 남자에서 더 많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또한 그 증세도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심한 경향을 보였다. 왼쪽 측두엽이 손상된 환자를 대상으로 속담 풀이 능력을 테스트해 보면, 남자 환자에서 더 지장이 많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런 사실은 남자는 언어기능의 거의 전부가 왼쪽 뇌에 모여 있는 반면 여자에서는 언어기능이 좌우에 분산되어 흩어져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좀더 최근 혈액 순환 정도를 측정하거나 기능적 MRI 등을 사용하여 연구한 결과에서도 여성은 남성과 달리 말하는 도중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독증(글을 읽지 못하는 환자), 말더듬이 등 언어기능과 관계된 환자의 대부분은 남자인데, 이 사실도, 남자에서는 뇌의 기능이 분산되지 못해 뇌 손상이 그대로 증상으로 나타났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오른쪽 뇌에 치우쳐 있는 기능, 즉 공간 인식 능력 역시 남녀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몇몇 연구자들이 조각 맞추기 등의 검사를 사용한 공간 인식 능력 테스트를 오른쪽 뇌가 손상된 환자에게 시행해 보았다. 그 결과 역시 여자에 비해 남자에서 기능 손실이 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비언어적 기능의 평가는 언어 평가에 비해 객관성이 적으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이러한 사실들은 언어 기능은 왼쪽에, 공간 인식 기능은 오른쪽에 모여 있는 특성, 즉 뇌의 ‘비대칭성’의 정도가 여자보다 남자가 더 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남성의 경우 뇌 기능이 한 곳에 ‘전문화’되어 있는 것에 비해, 여성은 대뇌의 기능이 좌, 우에 분산되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좌, 우 뇌의 신경세포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는 쪽은 남성보다는 여성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글│김종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과장. 울산의대 교수. 저서로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뇌졸중의 모든 것>, <신경학 교과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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