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이분법과 이중주

뇌의 이분법과 이중주

* 브레인 토크

브레인 21호
2011년 03월 09일 (수) 14:17
조회수14660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다양한 개성이 중시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만연해 보인다. 진보인가 보수인가, 신세대인가 기성세대인가 하는 복잡한 문제부터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 하는 정치적인 이슈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사소한 문제까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중간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이분법은 뇌의 기능을 설명할 때도 자주 사용된다. 물론 뇌의 기능을 둘로 나누어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질병에 의해 뇌가 손상된 환자들을 보면, 그리고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뇌의 여러 부위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많은 뇌과학 연구들이 특정 부위의 역할을 알아내고자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어느 부위는 운동을 처리하고 어느 부위는 시각을 처리하며, 더 나아가 얼굴을 처리하는 부위, 풍경을 처리하는 부위 등으로 세세히 조각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분법적인 접근의 장점은 무수히 잘린 뇌의 기능들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 ●

큰 개념으로 뇌를 두 부위로 구분해보자. 뇌는 뇌들보(corpus callosum)를 사이에 두고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좌우 외에도 뇌는 앞쪽과 뒤쪽, 겉과 속 그리고 바깥쪽과 안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이분법이 단순히 모양을 기준으로 나눈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들 간에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이런 차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스펙트럼이 있는 일종의 경향으로, 그 차이도 실제로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도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이라는 말에 익숙할 정도로 좌반구와 우반구의 차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좌반구는 흔히 언어 능력을, 우반구는 시공간을 관장한다고 한다.

이는 여러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중 한 관점에서 보면 우반구는 전체적인 정보처리, 좌반구는 세세한 정보처리를 관장하며, 주파수로 구분해보면 저주파는 우반구, 고주파는 좌반구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반구는 ‘숲’을 좌반구는 ‘나무’를 처리한다고 할 수 있다. 말은 딱딱 끊어지는 고주파 정보기 때문에 좌반구에서, 음률이나 억양은 저주파 정보처리기 때문에 우반구에서 주로 처리한다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서는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간질 환자의 뇌들보를 수술적으로 자른 경우나 병변에 의해 손상이 되어 좌우반구의 소통이 깨지는 경우 여러 가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이 ‘외계인 손’이라는 증상인데 이 경우 오른손과 왼손이 따로 작동하게 된다. 두 손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오른손이 잠그는 단추를 왼손이 푸는 등의 매우 흥미로운 증상을 보인다.


● 기능, 구조에 따라 다양한 구분 가능 ●

뇌를 앞뒤로 구분할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의 《앞쪽형 인간》이라는 책에서도 보면 뒤쪽 뇌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위라고 할 수 있고, 앞쪽 뇌는 정보를 내보내는 부위라고 할 수 있다.

신경해부학적으로도 시각이나 청각, 체감각 등의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는 후두엽, 측두엽 등 뇌의 뒷부분에 존재하고 운동을 담당하는 부위는 전두엽에 존재한다. 정상인은 앞쪽 뇌와 뒤쪽 뇌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뒤쪽 뇌는 외부 자극에 반응하도록, 그리고 앞쪽 뇌는 이를 자신의 목표에 따라 조절하여 적절한 반응을 골라내도록 한다.

따라서 앞쪽 뇌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자신의 목표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외부 자극에 반응을 하게 되어 무엇이든지 만지고 따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앞쪽 뇌의 발달 과정은 인간이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앞쪽 뇌가 미숙해 주위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뇌는 또한 양파와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바깥에 뇌피질이 있고 안쪽으로 여러 겹의 구조물들이 존재한다. 이런 구조는 진화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처음부터 완성품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하위 뇌 구조 위에 새로운 뇌 구조가 덮어 씌워지는 식으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구조물들의 역할로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이나 본능적인 행동들이 나타나게 된다.

하위 뇌 구조물들은 새로 생긴 뇌 구조(신피질)에 의해 조절되어 목표나 사회적 규율에 따라 먹고 싶은 것을 참고 행동을 자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이나 전두엽 치매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신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인지 기능 장애뿐 아니라 본능적인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뇌를 둘로 나누는 방법은 외측과 두 반구가 맞닥뜨려 있는 내측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아직은 잘 확립되어 있지 않은 구분이기는 하다. 여러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내측의 구조(precuneus, medial frontal area, cingulate gyrus)들은 주로 본인 자신의 내면에 대한 정보처리 및 반응을, 외측의 구조들은 외부 환경과 이에 대한 반응을 처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명상이나 최근 얘기되고 있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에서 내측 부위의 활성을 볼 수 있다. 너무 바깥의 정보만을 처리하다 보면 우리 자신을 잊게 되고, 너무 본인에만 치우치면 사회적 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연주를 하여 몇 번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정기 연주회를 앞두고 연주곡을 정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연습해본 적이 있는데 당시의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현악 파트와 관악 파트로 나누어 연습을 했는데 관악 파트끼리 할 때는 밋밋한 느낌이 들다가 관현악이 함께 모여 연주하자 근사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특히 4악장 초반부에 현악기와 관악기가 서로 대화를 나누듯이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선율에 전율을 느꼈다.

물론 독주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합주의 매력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들이 모여서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음악뿐 아니라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고 우리의 뇌도 예외는 아니다.

좌뇌와 우뇌, 앞쪽 뇌와 뒤쪽 뇌, 뇌피질과 피질하 부위, 외측 뇌와 내측 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뇌를 나눠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간의 다양한 이중주를 통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내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인 사고들도 소통을 통해 좋은 해결책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자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할 때 ‘짬짜면’이라는 해결책이 있듯이 말이다.

 

 

 

글·정용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URL: ibrain.kaist.ac.kr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