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자살을 알리는 언론보도가 모방자살을 부를 수 있다는 '베르테르 효과'가 사실인 것으로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유명인 자살에 관한 언론의 기사 수와 모방 자살 증가 수를 분석해, 유명인 자살을 알리는 언론보도와 모방 자살의 상관관계가 통계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자살한 유명인 중 언론에 많이 보도된 15명에 관한 신문과 TV 기사량, 통계청 모방 자살자 수를 정량적으로 모델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상관계수가 0.74로 유의미한 값이 나왔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 연관성이 높다.
특히 2008년 자살로 숨진 탤런트 故 최모씨의 상관계수가 가장 높았다. 자살에 관한 일별 신문 보도량과 일별 모방자살의 상관계수가 0.71, TV보도량과 모방자살의 상관계수는 0.76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고려대안산병원 인간유전체연구소 서수연 박사는 "사람들은 유명인이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유명인의 자살 같은 부적응적인 행동도 따라해 모방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모방자살은 위인 본받기의 부정적인 행동양태”라고 설명했다.
연구 팀은 이번 연구는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국내 유명인 자살에 관한 언론 보도와 모방 자살의 관련성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데도 자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가 부족했다”며 “설문조사를 통한 모방자살 연구는 있었지만, 모방자살을 모델링하고 언론보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살에 관한 선정적인 보도가 범람하는 현실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유명인 자살 이후 언론보도지침’와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은 눈여겨볼만하다.
김남국 교수는 "유명인 자살 이후 언론보도에 노출된 횟수와 모방 자살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향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언론도 자체적인 자살보도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과학분야의 유명 학술저널인 ‘역학 및 정신과학 학술지(Epidemiology & Psychiatric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글. 정명빈 기자 np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