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푸드 비빔밥에 담긴 5가지 두뇌의 비밀 - 02

브레인 푸드 비빔밥에 담긴 5가지 두뇌의 비밀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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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43호
2014년 02월 12일 (수)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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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통합과 융합
섞고 비빔의 대표 요리

비빔밥은 원래 골동반(骨同飯, 혹은 骨董飯)이라 불렸는데, 골동반은 ‘어지럽게 섞는다’란 뜻으로 요리의 특성을 나타낸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처럼 섞고, 비비고, 끊이는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비빔밥은 섞고 비비는 음식 가운데에서도 한국적 음식문화의 원리와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섞고 비비는 비빔밥의 요리 특성을 뇌과학 차원에서 한번 들여다보자. 인간의 뇌는 간단히 말하면 외부로부터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하고, 출력하는 ‘정보 처리 기관’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관점에서 보자면 ‘창의성’이란 고차적원 뇌 기능은 뇌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의 축적을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새로운 정보의 발현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의 축적이 이루어졌다고 가정할 때 창조의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통합’과 ‘융합’인데, 비빔밤에 바로 이 핵심적 발현 과정이 깃들어 있다.

우선 ‘통합’과 ‘융합’의 의미를 살펴보자. 둘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질적 정보들이 물리적으로 섞여 이후에 원래의 정보들이 가졌던 속성이 유지되는 경우가 ‘통합’이고, 그 정보들이 새로운 형태 혹은 속성으로 변화되는 화학적 결합 과정을 ‘융합’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빔밥은 통합일까, 융합일까?

비빔밥은 처음에 있는 서로 다른 이질적 음식 재료들이 고추장, 참기름과 함께 버무려지면서 하나의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그렇다고 그 재료들의 속성과 형태가 변하지는 않으니 통합형 음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래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으나 ‘섞고 비비는’ 과정을 통해 맛은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것으로 바뀌었다.

요리를 끝낸 음식을 먹어보면 그 변화된 속성을 ‘느낌’으로 자각할 수 있다. 결국 융합형 음식으로 변화된 셈이다. 요리할 때는 통합, 먹을 때는 융합의 특성을 가진 비빔밥은 어찌 됐든, 다양한 정보의 통합과 융합이라는 창의성 발현 과정을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기존 정보의 승화
촉매 역할의 고추장과 참기름

여기에 비빔밥이 갖는 창의적 요소가 또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비빔밥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가 음식학자들이 보편적으로 얘기하는 건강식 음식이라는 점이다. 보통 채소와 고기의 비율이 8 대 2면 건강식이라는데 비빔밥은 거의 근접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재료와 구성비를 가졌다. 하지만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이 비빔밥은 바로 최고의 건강식 재료가 단순히 섞이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고추장과 참기름의 역할인데, 섞고 비비는 과정을 통해 음식이 고유의 맛을 잃는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창의성이란 다양한 정보의 통합과 융합 과정을 통해, 기존에 가진 정보들의 내재적 속성보다 한 단계 나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빔밥은 특별하다. 다양한 건강식 재료가 고추장, 참기름과 만나면서 새로운 차원의 ‘맛’을 낸다. 섞고 비비는 정보의 통합 과정을 좀 더 밀도 깊게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정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셈이다. 비빔밥 맛의 비밀이자, 기존 정보의 통합과 융합 과정을 넘은 ‘승화’의 단계라 할 만하다.

기존 질서의 파괴와 창조
창의성의 정점

마지막으로 비빔밥에 담긴 창의적 요소 중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기존 질서의 파괴와 창조이다. 비빔밥은 식재료들이 발산하는 빛깔이 선명하고 다양하게 어우러진 음식으로 유명한데, 실제로는 더 화려해서 백화요란百花燎亂, 즉 ‘온갖 꽃이 불타오르듯이 찬란하게 핀다’라고 표현하기도 할 정도이다. 뇌에 주는 시각적 자극이 매우 충만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꽃이 만발한 것처럼 예쁜 이 수려한 음식을 먹기 위해선 반드시 그 아름다움을 ‘파괴’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가 넣은 고추장으로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하지만 그 파괴는 단순한 무너뜨림이 아니라 새로운 승화된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창의성 발현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가 기존의 사고 패턴, 행동 양식 등 기존 질서를 벗어나는 의식과 행동에 기초한다고 보면, 그 빛깔이 주는 아름다움을 과감하게 무너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위한 선택 과정 그리고 승화된 맛에 담긴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미래의 나의 모습이 현재의 나보다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 ‘희망’이라면,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해 때로는 기존의 것을 과감히 내려놓거나 새롭게 바라보는 용기와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섞으면서 말이다. 선조들의 지혜와 혜안이 듬뿍 담긴 우리의 비빔밥은 그래서 한류 대표 음식이란 타이틀에 가장 부합하는 음식이 아닐까.

글·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www.braindesig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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