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갓세돌(God+이세돌)'을 4대 1로 꺾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대국 결과와 함께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의 이력을 소개한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하사비스가 한국에서 학교 다녔으면 알파고는 나오지도 못했음'
▲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사진=하사비스의 트위터]
하사비스는 '게임덕후'였다. 두뇌 게임 올림픽이라 불리는 '마인드 스포츠 올림피아드'에서 2003년까지 다섯 차례 우승한 바 있다. 앞서 13살 때는 이미 체스 마스터 등급에 오르고 세계 유소년 체스 2위까지 했던, '영재 게임덕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고등학교를 남들보다 2년 빨리 졸업하고 대학 대신 회사에 취직했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개가 팔린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 유명세를 떨쳤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과학과를, 대학원에서 인지 뇌과학으로 박사 논문을 발표해 이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나서 창업한 것이 바로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다.
▲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둑게임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 [사진=딥마인드 홈페이지]
지구 상 가장 똑똑하고 학벌도 좋은 대한민국 아이들,
자연지능을 인공지능으로 키워내는 우리 교육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15세 학생들은 수학, 과학, 읽기 등의 과목에서 언제나 1, 2위에 오른다. 지난해 공개된 'OECD 직업역량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우리나라 청년들(25~34세)의 비율이 67.1%로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42.7%)보다 무려 25%포인트나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구 상 가장 똑똑한 10대들이 자라나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공부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은 '탈조선(지옥과 같은 조선을 탈출하는 것)'을 꿈꾸는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뇌가 복잡한 업무를 수행해내는지를 궁금해했다. 게임을 하면서 이 궁금증은 컴퓨터도 인간의 뇌와 같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터득해낼 수 있을지, 컴퓨터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하사비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른들의 강요에 따라 한우물만 파서 '체스 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청소년기를 거치며 학업 스트레스에 치여 게임에 빠졌을 수도 있다. 잘 풀렸다면 '프로게이머', 잘 안 풀렸다면 'PC방 죽돌이'가 되었을 것이다. 워낙 머리가 좋았으니 특목고를 거쳐 의대에 진학해 성형외과나 치과 의사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문제는 교육이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연지능'이 있는데, 인풋(input, 입력)과 아웃풋(output, 결과)만을 강요하는, 다시말해 낮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들어낸 하사비스의 자연지능,
우리 교육에도 새로운 교육 '자연지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해
새로운 시대가 되었다. 학교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에는 정보의 양은 물론, 새로운 정보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너무나 빨라졌다. 스마트폰만 잘 사용하면 앉은 자리에서 하버드대학 수업도 들을 수 있고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19세기 교육 시스템에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학교는 마치 산업화 시스템의 요체인 '공장'과 같다. 아이들을 줄지어 세우고 과목 위주로 세분화하여 '공장 생산라인'처럼 똑같은 것을 가르치고 똑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기존 우리 교육이 바라는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표준화'다. 한 가지 문제에 한 가지 답만을 요구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교육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자연적이지 않은지 느껴지지 않는가.
영국의 교육운동가 켄 로빈슨 경은 "(새로운 시대 교육은) 인간 본연의 능력, 사람이 가진 진짜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며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들이 기존의 시스템, 통념이 가진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아직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인공지능이 2030년에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자연지능을 가진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내는 교육이 시급하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
관건은,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예술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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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예고] 전문가 인터뷰 ㅣ 정지훈 교수 (경희사이버대 IT 디자인융합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