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인공지능 시대, 직업이 아니라 정체성부터 찾아야!”

[5편] “인공지능 시대, 직업이 아니라 정체성부터 찾아야!”

[특별기획] 인공지능 VS 자연지능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진로교육과 부모교육이 중요해
'성장마인드셋'으로 무장하라

올해 바둑 9단 이세돌을 꺾은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은 대한민국 교육계에 과제를 던졌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다.

지난 19일 아동 청소년 전문가인 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를 만났다. 오 교수는 세계뇌주간 행사를 비롯해 매년 학부모 대상 강의도 많은 편이다.

인터뷰는 이 대학 2층 교수연구실에 진행됐다. 문을 열자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오 교수는 바닥 장판을 까는 데 돈이 얼마 들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덕분에 거실과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연지능인 본성을 깨워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윤한주 기자)

-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봤는지?

“뉴스로 접했다. 솔직히 두렵더라.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 비슷한 시기에 국제뇌교육학회가 창립됐다. 이승헌 학회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자연지능을 강조했다.

“인공지능과의 차별화다. 자연지능은 본성이고 ‘참나’를 말한다. 우리 안에 이미 잠재돼 있다. 이것을 깨워야 한다.”

- 본성이라고 하니 철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들린다.

“최근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예전에는 터부시됐다. 지금은 심리 치료할 때 그 사람이 건강한지 측정하는 항목에도 들어가 있다.”

-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우리가 본성과 접할 때 영성이 계발된다고 말했다. 본성은 집단 무의식 속에 존재한다. 이것을 계발하려면 명상을 해야 한다. 본성은 우리에게 옳은 길을 알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신호(sign)를 보낸다. 우리가 못 알아듣는다. 아주 작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들으려면 조용해야 한다. 감각을 차단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내면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본성과의 만남은 인공지능으로 결코 대체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이면서 고귀한 자연지능의 발현이다. 두뇌계발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된다. (큰 목소리로) 이것이 진로교육이다.”

- 일반적으로 진로교육이라고 하면 직업을 알려주고 적성검사를 한다. 그렇다면 자기와의 만남이 더 중요하단 뜻인가?

“양성훈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대로 공부하고 좋은 대학가고 취직하면 행복할까? 고민했다. 공부를 접고 명상여행을 다녀왔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홍익대통령이 되겠다고. 그것이 힘이 된다. 진로교육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교육의 목적은 자아실현이다. 내 안의 가치를 찾고 세상에 줄 때 진짜 행복감을 느낀다. 그것을 찾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하는 전환학년제과 같은 것이다.”

- 부모 중에는 자녀가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걱정이 많다.

“1년이라는 시간이 크게 중요하지가 않다. 진짜 나를 찾으면 엄청난 파워가 생긴다.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삶이 행복해지고 도전할 힘도 나온다. 그러면 자기 주도적인 삶이 된다. 1년 빨리 가서 뭐하겠나? 잘못된 방향인데, 제대로 가면 행복해진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경희대)도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했다.

“맞다. (그래서) 부모교육이 중요하다. 아이 정체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부터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부모가 이것이 맞냐? 저것이 맞냐? 하면서 흔들린다. (그러면) 아이 또한 흔들린다. 부모가 어른다운 교육, 얼을 제대로 갖춘 부모가 되어야 한다.”

▲ 오미경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끊임없이 학습할 준비와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윤한주 기자)

- 그러면 자녀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를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르친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엇이 진짜 사랑이냐는 것이다. 사랑은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 어떠한 성장인가? 많은 부모는 아이의 성적을 중요시한다.

“독립심이다. 5가지가 있다. 정서적인 독립, 신체적인 독립, 인지적인 독립, 사회적인 독립, 경제적 독립. 아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 요즘 캥거루족이 많다. 서른 살이 넘어도 부모 집에 살고 용돈도 받아 쓴다.

“빌 붙어 사는 거다.(웃음) 그것은 성장이 아니다. 어른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조차도 독립이 안 된 사람이 많다. 늘 몸이 아파서 병원과 약국에 의존한다. 그것은 독립이 아니다.”

- 학교 교육으로 화제를 돌리자. 기계를 뛰어넘으려면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계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 교육은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뀔지 의문이다.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10대들도 73%가 스마트폰을 가진 지금, 암기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있다. 웹에서 47억 페이지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들이다. 이들의 도전과제는 정보를 찾고 통합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스탠퍼드대학 심리학자 캐롤 드웩이 말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 필요하다. 즉, 교육은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배우는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 이것이 미래교육인가?

“세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얻은 지식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에 관한 끊임없이 학습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교육의 최고 목표가 되어야 한다.”

- 그럼에도 직업을 잃지 모른다는 사람이 많다.

“직업을 잃게 되더라도 성장 마인드셋으로 모든 것은 변화의 과정이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로 생각하자. 다른 직업에 도전할 마음을 갖는다면 어려움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아동발달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뇌과학연구원 뇌기반교육팀장과 브레인HSP센터 아동상담실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로 있다. 정신건강증진상담사(1급)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아의 모자녀 상호작용 놀이평가’와 '뇌교육 명상을 활용한 해피스쿨 프로그램이 아동의 두뇌활용능력지수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


글. 사진.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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