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쓰면 눈이 뻑뻑하고 불편해지기 쉽다.
눈 깜빡임이 줄면서 눈물막이 마르기 때문인데, 눈물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결막 술잔세포’가 부족하면 이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던 술잔세포를 안구 표면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김기현 교수 연구팀이 안구 표면에 가볍게 접촉하는 것만으로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관련 연구 결과를 안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오큘러 서피스(The Ocular Surface)'에 게재했다.
▲ (a) 접촉형 시스템 개략도 (b) 결막 영역별 대표 이미지 [사진=POSTECH]
‘결막 술잔세포’는 점액 성분을 분비해 눈물막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주는 세포다. 이 세포가 줄면 눈물막이 쉽게 깨져 안구건조증이 악화되고, 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눈 건강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이 세포를 보려면 눈표면 조직을 일부 채취해야 하는데, 과정도 번거롭고 눈에도 부담이다. 술잔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한 형광 영상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눈에 닿지 않는 비접촉이라 비교적 평평하고 노출이 쉬운 눈 아래쪽 부위만 볼 수 있었다. 술잔세포 밀도와 분포가 다른 여러 부위를 살펴볼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연구팀이 이번 연구에서 눈에 가볍게 접촉하는 소형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투명한 플라스틱(PMMA)으로 만든 손톱만 한 보호 캡이다. 지름 4.5mm, 두께 0.5mm 투명 창이 눈에 닿으면 초점이 자동으로 맞춰지면서 술잔세포가 찍힌다.
크기가 작아 눈 구석구석까지 촬영할 수 있고, 전기로 초점을 조절하는 렌즈(ETL)를 더해 장비를 움직이지 않고 선명한 영상을 확보한다. 이 장비는 약 1.8×1.4mm 면적을 실시간 촬영할 수 있으며, 1.06 µm 수준의 높은 해상도로 개별 세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안구 표면에서 △눈 아래쪽 △눈꺼풀과 맞닿는 부위 △코 쪽 △귀 쪽 △위쪽 등 5개 부위를 촬영해 술잔세포 분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마다 부위별 술잔세포 밀도·분포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눈꺼풀 안쪽 결막낭에서는 세포 밀도가 가장 높았고, 눈 아래쪽은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코 쪽은 밀도는 높지만 세포가 밀집된 영역과 거의 없는 영역이 함께 나타났고, 귀 쪽과 위쪽은 상대적으로 세포 수가 적고 듬성듬성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더해 영상 분석 과정도 자동화했다. 이미지 밝기를 균일하게 맞추고 잡티를 지운 뒤,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술잔세포를 자동 검출했다. 그 결과 정확도 0.93, 정밀도 0.94, 재현율 0.99의 성능을 보여 사람이 직접 세는 방식과 유사한 수준의 분석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실제 안구건조증 치료에 사용되는 점안액(2% 레바미피드) 투여 전후 술잔세포 변화도 관찰했다. 그 결과 촬영한 모든 부위에서 술잔세포 밀도가 증가했으며, 평균 밀도는 투약 전 250±430 cells/mm²에서 투약 후 480±540 cells/mm²로 약 두 배 증가했다. 특히 눈 아래쪽과 코 쪽에서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났다. 약물 치료 전후 술잔세포 변화와 부위별 치료 효과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기현 교수는 "안구건조증을 비롯한 다양한 안구표면질환 지표인 술잔세포를 짧은 시간 안에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현재 (주)셀샤인과 병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의료기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안구표면질환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정부지원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