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돕는 새로운 세포 내 단백질 품질관리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인슐린 생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단백질 오접힘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난치질환의 치료 전략 개발에 새로운 기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양성광, 이하 KBSI) 첨단바이오의약연구부 이영호 박사 연구팀은 일본 도호쿠대학교, 도쿠시마대학교,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등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단백질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 형성을 돕는 단백질 PDIA6가 칼슘(Ca2⁺) 농도 변화에 따라 액액상분리(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LLPS)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 칼슘 및 정전기적 상호작용에 의해 PDIA6(빨간색)의 액액상분리가 유도되며, 이로 인해 소포채 내에서 구획화된 집합체(과립)가 형성된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진은 PDIA6가 상분리를 통해 응축체(condensate)를 형성하면, 상분리된 자가 집합체가 프로인슐린이 응집되지 않고 올바른 3차원 구조로 접히도록 하는 ‘품질관리 과립(quality control granules)’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동안 PDIA6는 단독으로 샤페론(chaperone)처럼 단백질 접힘을 보조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개념을 넘어PDIA6가 칼슘 이온과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획화된 응축체 또는 자가 조립체로 존재하며 기능한다고 밝혔다.
PDIA6 집합체 내부에서는 프로인슐린의 응집이 저해되고, 이황화결합 형성과 산화적 접힘(oxidative folding)이 촉진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이는 인슐린의 단백질 항상성 유지와 품질관리 기전에 더불어 PDIA6의 액액상분리 현상은 생체 내 인슐린 분비에 필수적인 과정임이 증명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PDIA6의 액액상분리 현상은 소포체가 균질한 단일 공간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단백질 생산을 위한 품질관리 기능이 실제로는 특정 미세 구역들로 구획화되어 작동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를 ‘단백질 품질관리 과립(quality control granules)’으로 명명했다.
당뇨병을 비롯하여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응집·축적되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PDIA6 상분리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함에 따라, 단백질 응집에 의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환(protein misfolding diseases)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PDIA6(위, 노란색)이 칼슘 의존적으로 액액상분리를 일으켜 소포체 내 단백질 품질관리 과립(중앙)을 형성한다.[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KBSI 이영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소포체 단백질 품질관리에서 칼슘 이온에 의해 유도되는 PDIA6 상분리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며, “우리는 단백질 상분리를 조절할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하여 소포체 관련 단백질 응집 질환을 극복하고 정밀 의학을 발전시키는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또한, 본 연구는 국제협력과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증명된 좋은 사례로, KBSI-도호쿠대학교 MoU와 KBSI-World Top Class Laboratory(WTCL) 프로젝트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일본 도호쿠대학교 Masaki Okumura 교수는 “2019년 KBSI를 방문하여 이영호 박사팀과 PDIA6의 액액상분리 연구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논의하고, 2021년에는 Structure 저널에 PDIA6의 새로운 구조도 발표할 수 있었다”라며, “국제협력 연구진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사이언스에 향한 열정과 동료의식으로 새로운 생물학적 현상인 소포체 구획화를 함께 규명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이 프로젝트의 모든 저자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표한다”라고 언급했다.
일본 도쿠시마대학교 Tomohide Saio 교수는 “이영호 박사, Okumura 교수와 장기간에 걸친 국제공동연구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정말 기쁘고, 앞으로도 생명현상과 질환 극복을 위한 기초과학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과제 및 세종펠로우십, KBSI 주요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SCIE 최상위 학술지인‘Nature Cell Biology’誌에 11월 11일 자로 게재되고 Front Cover로도 선정되었다.
아울러, 본 연구성과는 ‘Nature Cell Biology’誌의 News & Views 섹션에서도 별도로 소개되어 학문적 중요성과 파급력을 인정받았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