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피부에 기기를 직접 대지 않고도 생체 내부를 선명한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병하 교수팀이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최원식 교수와 공동으로, 레이저와 초음파 원리를 결합해 '광학 기반 비접촉식 광음향 단층촬영(PAT)'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GIST 이병하 교수, 고려대 최원식 교수, 고려대 윤태일 박사, GIST 임정묘 연구원, KAIST 고학석 박사, GIST 정의헌 교수
이 기술은 초음파 센서를 피부에 밀착할 필요 없이, 생체 조직 내부를 고해상도로 3차원 영상화할 수 있어 뇌혈관·종양·약물 반응 추적 등 의료 영상 분야는 물론, 반도체·원전 설비 같은 산업 현장의 비파괴 검사에도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PAT는 짧은 시간 동안 레이저를 조직에 쏘아 그 에너지를 흡수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광음향파(초음파)를 감지해 내부 구조를 3D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빛의 높은 선택성과 초음파의 깊은 침투력을 결합해, 종양 탐지, 혈관 관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에 연구팀은 초음파 센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와 광학 센서만으로 초음파 신호를 발생시키고 감지하는 비접촉식 광음향 영상 시스템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레이저로 조직에서 광음향파를 발생시킨 뒤, 생체 표면에 퍼지는 미세한 초음파 파문을 디지털 홀로그래피(Digital Holography)로 감지해 동영상 수준으로 기록하고, 이를 분석해 내부 혈관 구조를 3차원으로 정밀하게 복원했다.
특히 디지털홀로그래피를 통해 넓은 면을 한 번에 측정함으로써, 기존의 점 단위 스캔 방식보다 훨씬 빠른 영상화가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생쥐의 허벅지 혈관과 닭 배아의 융모막 혈관을 3D로 선명하게 촬영해 실제 해부 이미지와 비교했으며, 높은 일치도를 확인했다.
특히 지방조직 등 불투명한 층 아래의 혈관도 명확히 식별돼, 심층 혈관 모니터링, 종양 탐지, 약물 반응 추적 등 다양한 의료 영상에 응용 가능성이 크다.
▲ ‘AOL’ 형상 팬텀에 대한 광음향단층영상 [사진=GIST 제공]
GIST 이병하 교수는 “이번 연구로 생체에 접촉할 필요 없이 빛만으로 생체 내부에서 발생한 초음파 신호를 넓은 영역에 걸쳐 빠르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며, “뇌혈관 질환 진단, 종양 진단 등 의료 영상은 물론, 반도체 웨이퍼나 원자력 설비 등 산업 전반의 비파괴 검사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최원식 교수는 “새로운 역전파 알고리즘과 다층 음향 보정 기술로 해상도와 속도 측면에서 기존 광음향 영상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고정밀·고속·비침습 3D 영상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병하 교수의 지도 아래 윤태일 박사과정생이 주도하고, 고학석 박사(KAIST), 임정묘 연구원(GIST), 정의헌 교수(GIST), 최원식 교수(고려대)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포토어쿠스틱스(Photoacoustics)》에 2025년 7월 25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