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만실 한쪽에 놓인 스피커에서 낯선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둥, 둥, 둥, 둥…… 꼬르륵 꼬르륵… 툭툭툭… 아기야 사랑해. 아가야 네가 엄마를 잘 도와줘야지. 잘하고 있어요.” 바로 산모의 자궁 속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툭툭 하는 소리는 아기가 움직이는 소리이고 바닥에 규칙적으로 깔려 있는 둥, 둥 소리는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 또 꼬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는 장이 움직이는 소리로 추정됩니다.” 김암 교수의 설명이었다. (중략) 뱃속에서 태아가 듣는 소리의 세계는 생각보다 너무나 또렷했다. 이 정도면 임신부 옆에서 아빠나 가족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태아가 대부분 듣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태아성장 보고서》 본문 중
뱃속에서 3세까지 뇌 발달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KBS에서는 ‘1부. 두뇌혁명이 시작된다’ ‘2부. 태교의 신비’ ‘3부. 천재는 유아기에 만들어진다’는 내용으로 꾸며진 특집 3부작 다큐멘터리 <첨단보고 뇌과학> 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었다. 그 제작팀이 3부작 다큐멘터리의 실험 내용을 바탕으로 《태아성장 보고서》 란 책을 만들었다.
태아에게 ‘자궁’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자궁’이 곧 ‘엄마’이면서 ‘학교’이자, ‘세상’이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무엇을 듣고, 느끼고, 먹느냐에 따라 미래를 살 수 있는 모든 기초가 결정된다. 따라서 태교, 즉 풍요로운 자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임산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오감을 느끼고 반응하며 평생을 살아갈 밑천인 뇌를 만든다.
뱃속의 아기에게 사랑이 넘치고 따뜻한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엄마 아빠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뱃속에서부터 사랑으로 말을 걸고 아기가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태아의 뇌 발달단계를 제대로 이해하여 그에 맞는 교감을 태아와 나누는 것이 필수다.
실험 대상 아기의 90%가 기억하고 찾아 낸 것은?
“아기의 뇌 발달이 태내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이루어지고 아기의 감각 중추가 발달해 뱃속에서 들은 소리나 뱃속에서 느꼈던 냄새에 대해서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아산병원 김암 교수
엄마의 양수를 묻힌 거즈를 20명의 신생아에게 주었다. 그 중 90%가 거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수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신생아의 모습에서 아기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아에게 있어 최초의 세계인 자궁. 태아는 36억 년이라는 발생학적인 생명의 진화 역사를 엄마 뱃속에서 단 10개월 만에 이루어 낸다. 이는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실로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아기의 뇌 발달을 위해 엄마 아빠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를 위해 부모가 취해야 할 행동이 『태아성장보고서』에 담겨 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