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정재승 교수가 《열두 발자국》 이후 8년 만에 신간으로 돌아왔다. 신작 《서늘한 대화》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로 들어온 뒤,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 미래 사유 안내서다.
전작 《열두 발자국》에서 뇌과학으로 삶을 성찰해온 여정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수많은 독자를 매혹시킨 정재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CES 전시장, 강연장, 연극무대, 인공지능 대화창, 침실 등 기술의 최전선에서 삶의 한복판까지 종횡무진하며 나눈 40개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과 인간에 관한 통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미래’다.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내 직업은 무사한지, 편리하게 오래 살면 정말 오래 행복한지 등을 묻고 대답하며, 그 ‘미래’의 중심에 무엇이 놓여야 할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공지능의 발전과 쓰임에 관한 탄성과 우려가 교차하는 시대다. 이 책은 눈앞의 트렌드를 뒤쫓느라 가장 깊이, 오래 고민해야 할 자신의 미래를 놓치고 있던 독자들에게 성찰의 시간과 통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지금, 오직 정재승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뜻밖의 질문과 대답들을 만나보자.
기술의 최전선에서 삶의 한복판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서늘하고 특별한 대화들
정재승 교수의 캘린더는 촘촘하게 짜여 있다. 매해 1000여 건의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KAIST 캠퍼스와 학회장을 분주히 오가는 틈틈이 미술 전시회와 연극 무대 등 예술 현장을 찾는다. 정재승 교수는 연구실에서 대학원생과 논문 주제를 토론하고, 자신의 서재를 찾은 어린이들과 책과 독서를 이야기하며, 강연장에서는 학부모, 교사와 교육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기술이 기업 혁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댄다. 세대와 성별, 분야와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만남에서 오간 수많은 대화가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이 책에는 그가 노벨상 수상자, 예술가, 기업가, 학부모, 수도승 등과 나눈 흥미로우면서도 서늘한 대화들이 실려 있다. 인공지능 번역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 후 통번역대학원생과 나눈 대화에서는 ‘인간만이 가능한 번역’이란 과연 무엇일지 묻고, 남자 친구보다 더 위로를 잘 건네는 챗GPT에게 사랑을 느끼면 안 되느냐는 한 청중의 질문 앞에서 대답을 망설인다.
알파고를 상대했던 이세돌 9단과는 인간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어느 늦은 밤 이 책의 원고를 쓰다가 챗GPT와 나눈 대화에서는 인간의 미래를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낀다.
이러한 대화들은 우리에게 낯설고도 불편한 질문들을 던진다. 로봇과의 섹스는 외도일까? AI로 더 많은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것은 인간에게 좋을까, 나쁠까?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데, 왜 내 삶은 달라지지 않을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인공지능은 나를 지배하게 될까? 책상 앞에서 검색으로 수집한 참고문헌이 아닌, 생생한 경험에서 비롯한 질문들은 우리를 더 서늘하게 만들고, 더 깊은 사유로 이끈다.
“인공지능이 쓴 미래의 초안을 인간답게 고쳐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 정보를 전달하고 기술 발전과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질문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데 더 힘을 쏟는다. 이 책의 서문을 대신한 〈사용설명서〉에서 정재승 교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서늘함’을 “두려움에 얼어붙지도, 낙관에 취하지도 않은 채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의 온도”라고 정의한다.
뇌를 닮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뇌과학자 정재승은 인공지능에 대해 섣부른 비관도, 어설픈 낙관도 경계한다. 다만 우리에게 서늘한 시선으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를 주문한다. 어떤 미래가 올 것인가를 예측하는 대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인공지능이 쓴 미래의 초안을 인간답게 고쳐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의 철학에는 우리 세대보다 다음 세대를 위하는 마음이 먼저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정재승 교수의 대화가 실려 있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에 관해 나누었던 짧은 대화는 우리 각자가, 나아가 인류가 미래를 준비하는 동안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지 곱씹어보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것을 뒤흔드는 지금, 이 책은 독자들에게 단순히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거나 인공지능 트렌드를 논하는 대신, 당장의 변화를 뒤쫓느라 가장 깊이, 가장 오래 고민해야 할 ‘나의 인간다운 미래’를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성찰의 시간과 통찰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