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목표로 삼는 사람이 많아지는 지금, 치매처럼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고 일상생활도 어렵게 만드는 신경퇴행질환은 모두가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하지만 막연히 두려워만 할 뿐, 제대로 예방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꾸 무언가를 깜빡하고, 말하려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집중이 금방 흐트러진 경험이 있는가? 그때 ‘그냥 며칠 동안 피곤해서 그래’,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진 않았는가? 이런 작은 징조를 무심코 넘어갔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2025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신간 《늙지 않는 뇌(The Ageless Brain: How to Sharpen and Protect Your Mind for a Lifetime)》의 저자 데일 브레드슨은 “나이들어서 그렇다”는 말은 틀렸다고 선언한다. 데일 브레드슨은 50년 이상 치매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질환을 연구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이 책에서 노화는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나이가 들면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최신 신경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반박한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신경퇴행질환은 걸리기 전에도 예방 가능하다. 이미 병이 진행됐다면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극복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더 나아가 뇌의 수명까지 연장할 수 있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늙지 않는 뇌’의 비밀을 총망라하고 있다. 먼저, 뇌 기능의 핵심 요소 여섯 가지와 건강한 장수 노인의 일곱 가지 특징을 살펴보며 건강하게 오래 사는 뇌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식생활·운동·수면·뇌 훈련으로 크게 나눠 ‘더 젊고 더 현명한 뇌’를 갖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동시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계해야 하는 독성물질과 미생물도 정리한다.
이 책은 건강 문제가 생기기 전에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와 뇌 건강과 직결된 여러 세부적인 요소를 집중 조명한 부분까지 뇌의 노화 말고도 전반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위한 내용이 다수 담겨있다.
《늙지 않는 뇌》는 주변인이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거나, 스스로의 뇌 건강이 걱정되거나, 평생 예리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의 필독서다.
노화는 절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오랫동안 의학계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이 믿음은 수많은 사람을 비관과 체념 속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데일 브레드슨은 이러한 통념은 과학적으로 틀렸음을 선언한다. 《늙지 않는 뇌》의 도입부에서 ‘노화는 치료 불가능한 자연 현상’이라는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반박한다.
그는 뇌 기능 저하가 나이가 들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쇠퇴가 아니라 특정한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이 축적될 때 나타나는 ‘예측 가능하고 개입 가능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난 5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신경퇴행질환을 연구하며, 기억력 저하·집중력 감퇴·인지 기능 하락 등과 같은 변화가 이미 ‘조절 가능한 위험 신호’임을 임상 연구 결과로 보여주었다. 나이가 많아도, 이미 뇌의 노화가 진행 중이어도 뇌 기능이 상당 부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리코드(ReCODE) 프로그램’를 통해 증상 완화나 극복을 경험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정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데에는 의료 산업 구조의 문제도 있다. 기존 의료 체계는 대개 병이 충분히 진행된 뒤에야 약물 처방을 시작하고, 예방과 회복을 목표로 한 포괄적 접근은 후순위에 둔다.
저자는 이러한 구조를 환자의 건강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생활 습관·영양 상태·호르몬·독성물질·각종 감염 요인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개인 맞춤형 정밀 의학’은 단일 약물 처방보다 훨씬 복잡해 기존 틀 안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늙지 않는 뇌》는 바로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누구도 뇌 건강의 황금기를 늘리기 위한 적절한 개입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파국이 아니라, 충분히 제어하고 되돌릴 수 있는 과정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최신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샅샅이 분석하고, ‘인지 기능이 가파른 내리막길 초입에 선’ 독자가 더 늦기 전에 그 위험한 길을 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상에서 뇌 건강을 지키는 작지만 강력한 변화의 힘
실제로 늙지 않는 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책의 후반부에서는 뇌 노화를 방지하거나 되돌리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뇌 건강은 거창한 치료법이나 극단적인 요법보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에서 결정된다.
저자는 식습관·운동·수면·인지 능력 자극·독성물질 피하기·미생물 관리 등 일상 전반에서 뇌를 보호하는 실천들이 어떻게 서로 맞물려 ‘평생 젊은 뇌’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독자가 당장 오늘부터 적용할 수 있는 행동들로 구성되어 있어, 뇌 노화를 늦추는 일을 일상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저자가 제안한 여러 실천 방안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루틴 깨기’다. 평소 우리의 하루는 같은 집, 늘 다니던 출퇴근길, 비슷한 풍경으로 이루어진다. 뇌에는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 연결이 형성되어 있는데, 새로운 연결이 생기지 않는다면 오래된 연결만 남는다. 갑자기 생활 환경이 바뀌면 인지 기능의 한계를 느끼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자신의 생활 방식, 루틴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신경가소성을 키우고, 뇌에 새로운 신경 경로가 형성되게끔 노력하는 게 좋다.
저자는 “매일 작지만 새로운 과제를 스스로 부과해서 인지 기능을 자극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그보다 조금 더 강도 높은 과제로 자극하고, 일 년에 한 번은 아주 까다로운 과제로 자극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매일 해볼 수 있는 작지만 새로운 과제로는 기억력·주의력·언어 능력·지각력·문제 해결력·의사 결정 능력 등 뇌의 여러 인지 능력을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 괜찮다.
아침마다 가는 같은 카페가 아닌 다른 카페에서 평소에 마시지 않는 음료를 주문한다거나, 항상 일을 하는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거다. 중요한 건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매달 시도할 중간 정도의 자극으로는 새로운 운동해보기, 만들어보지 않은 음식 만들어보기, 잘 읽지 않는 장르의 책 읽기 등이 있다. 세세한 활동을 다양하게 바꾸기보다는 활동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게 핵심이다.
《늙지 않는 뇌》는 뇌 노화를 운명으로 보는 시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뇌는 회복할 수 있고, 언제든 더 젊고 명석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듯,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오늘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뇌는 매일의 작은 실천 하나에 반응하고, 그 반응이 쌓여 평생의 미래를 바꾼다. 이 책은 단순한 건강서가 아니라, “뇌의 미래는 오늘의 결정으로 다시 설계될 수 있다”는 과학적 선언이다. 치매가 두렵거나, 부모 세대의 건강이 걱정되거나, 스스로 평생 독립적이고 또렷한 삶을 꿈꾸는 누구에게든, 이 책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지침이 될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