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은 오랫동안 ‘쾌락의 대명사’로 불리며 중독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사랑이 뜨겁게 타올랐다가 쉽게 식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고, 도박이나 게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자극에 강하게 빠져드는 현상을 모두 도파민 탓하곤 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코카인을 주입한 뇌를 관찰했더니 놀랍게도 도파민은 ‘곧 쾌락이 올 것이라는 기대 순간’에 더 크게 분비되었다. 수컷 쥐 역시 암컷이 기다린다는 신호가 있을 때 미로를 더 잘 기억했다.
이 작동 원리는 단순한 쾌락을 넘어 기억과 집중, 의지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도파민은 단순한 중독의 회로가 아니라 학습과 성취를 이끄는 동력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 힘은 실험실을 넘어 인간의 역사에도 깊이 스며 있다. 도파민이 자극되면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며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딘다. 실제로 도파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끝없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모험가 기질을 보인다.
원시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대륙으로 확산된 것도 도파민 덕분이라는 연구가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도파민의 힘을 긍정적으로 길들일 수 있을까?
더 이상 끌려가지 말고 길들여라!
도파민은 적이 아니다. 핵심은 즉각적 보상에 반응하는 ‘욕망 회로’에서 벗어나, 장기 보상과 미래의 가치를 추구하는 ‘통제 회로’로 도파민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유튜브 다음 영상을 기다리며 손을 멈추지 못하고, SNS 알림에 설레며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뇌의 ‘기대 메커니즘’은 디지털 환경에서 증폭되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메커니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파민은 중독의 회로가 될 수도, 성취와 창조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전체 뇌세포의 0.0005% 극히 일부만으로도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힘, 인간을 파괴할 수도 진화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 양날의 화학물질은 두 가지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눈앞의 쾌락과 즉각적 보상에 반응해 중독으로 몰아넣는 ‘욕망 회로’,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가치에 반응해 성취를 이루게 하는 ‘통제 회로’다. 어떤 회로에 도파민을 연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도파민을 길들이는 핵심은 단순하다. 즉각적 쾌락 대신 미래의 목표와 가치에 도파민을 연결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단순한 ‘의지’ 대신 욕망 회로가 폭주할 때 곧바로 다른 행동으로 전환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간식을 찾고 싶을 때 산책으로 대체하거나, 쇼핑 충동이 올라올 때 여행이나 창작 같은 장기 목표로 동기를 옮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단기 욕구를 장기 목표로 바꾸는 순간, 욕망 회로는 힘을 잃고 통제 회로가 작동한다.
더 많은 것을 원하면서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에 도파민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책이 당신의 두뇌를 다시 설계할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