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뇌의 몇 퍼센트를 사용하고 있을까?
죽을 때까지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한다는 게 진실일까?
뇌과학자들은 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망각’을 꼽는다. 그 이유는 바로 뇌가 당장의 생존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며 과도한 기억력은 지금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가 과도하게 좋은 기억 능력을 갖고 있다면, 부차적인 것까지 기억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데, 뇌에게 있어 이는 기껏 만들어 축적하고 생존만을 위해 모은 에너지를 다른 데에 써버리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100% 뇌 활용법》에서 대추야자 경작에 비유해 망각이라는 뇌 기능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대추야자든 어떤 식물이든 불필요한 잎을 잘라내면 그 전보다 적어진 잎들이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해 잘 자랄 수 있다. 특히 과실을 맺는 식물에는 품질 향상이라는 큰 이점이 작용한다.
이처럼 인간의 뇌가 무언가를 잊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지금, 그리고 생존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다.
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분명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뇌의 좋은 특성 중 하나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부 사항을 망각한다는 점이다.
가끔 어떤 기분들은 우울증으로 뚜렷하게 나타나 뇌 활동을 지나치게 감소시킨다. 하지만 우울증은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데, 생활 사건에 의해 촉발되기도 하며 지속되는 기간은 사건의 강도마다 각기 다르다.
놀라운 점은 이런 임상 우울증, 계절에 따라 우울증이 발생하는 계절성 정동 장애, 그리고 산후 우울증까지 모두 뇌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기분 장애라는 것이다.
임상 우울증에는 경도의 우울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있고 중증, 그리고 중강도의 우울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있다.
많은 정신의학과 의사들은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만을 사용하는 약물 치료뿐만이 아니라 정신 사회적 치료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데, 이 또한 뇌의 코드를 이용한 방법이다.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는 뇌가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임을 보여주는데,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기분 장애를 드러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뇌의 보호 수단이다.
계절성 정동 장애와 산후 우울증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원시시대에서 산후 우울증은 존재했는데, 뇌가 활동을 감소시키는 기분 장애를 야기해 현재 자신은 산모와 아기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변에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뇌는 이렇게 당장의 생존을 위해 뇌 기능의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파악해나가면 뇌의 목표만 따라가지 않고 뇌의 목표를 미끼로 삼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억 능력, 학습 능력, 창의력…능력 발휘를 위한 본격적인 뇌 활용법
우선 기억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 기관에서 받은 자극을 뇌의 신경망에 메시지 형태로 전달하고 그것을 ‘기억’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은 피질하부와 피질 두 부분에 나뉘어 저장되는데 기억의 최종 정착지가 어디냐에 따라 의식 기억과 무의식 기억으로 구분된다. 의식 기억으로 저장된 것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항상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무의식 기억으로 저장된 것들은 뇌가 당장 생존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뇌 속 깊은 곳 어딘가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서 쓰기도 하고 아니면 그대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의식 기억으로 분류된 것들 중 중요하다고 여긴 기억을 의식 기억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무의식 기억이 아닌 의식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창문이나 문은 매일같이 열고 닫기 때문에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출 전에 창문을 닫았는지 분명하게 기억하고 싶다면 ‘창문을 닫는 것’에 생각을 집중하면 된다. 열려 있는 창문을 뚫어져라 보고, 창문 손잡이를 잡은 손에서도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창문이 닫히면서 사라져가는 바깥 풍경에 집중하는 것이다.
뇌는 단순한 목표를 가진 만큼 이러한 잠깐의 집중만으로도 쉽게 설득당한다. 어떠한 생각에 조금이라도 집중하면 그것을 생존과 바로 연결시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욱 확실하게 하고 싶다면 창문을 닫으면서 “창문을 닫았다”고 되뇌면 된다. 더 나아가 “창문을 닫았다”고 말하고 나서 닫힌 창문, 반쯤 젖혀놓은 커튼을 보면서 사탕을 먹는 방법도 있다.
주변 풍경을 인식하는 시각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사탕의 맛, 즉 미각을 통한 감각의 결합을 사용해 기억력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그럼 외출 후에 갑자기 창문을 닫고 나왔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입 밖으로 내뱉은 말과 당시에 본 창문 쪽의 풍경, 그리고 사탕의 맛이 떠오르면서 닫힌 창문이 기억날 것이다.
너무 단순한 뇌 때문에 우리는 망가질 수도 있다
우리가 아직 원시시대의 뇌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부분, 즉 운동, 학습, 인지 등에 있어서는 원시인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 한 가지만은 원시시대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식습관이다. 궂은 날씨, 타 부족의 침략, 거대한 야생동물의 공격 등은 이제 우리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먹을 것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고 누릴 수 있는 맛도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과도하게 먹는다. 바로 ‘언제든 에너지를 비축해놔야 한다’는 뇌의 강박 때문이다.
하루에 세 끼를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성별로 나누어 꼭 섭취해야 할 필요 열량을 국가적으로 제시하며 홍보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꼬박꼬박 세 끼를 먹으며 평균 2,500킬로칼로리를 먹는 것은 현대인에게 너무 과하며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가 우리에게 명령을 내려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뇌가 하는, 하려는 모든 일이 지금 당장 살기 위한 것임을 알고 나면 나머지는 어렵지 않다.
뇌의 목표가 단순한 만큼 이를 이용해 새로운 패턴을 심어주고 행동을 유도하는 일 또한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제 《100% 뇌 활용법》을 통해 뇌의 단 한 가지 목표와 그 목표를 위한 행동들을 알았으니 이제 이를 더욱 완벽하게 파악해 뇌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해보자.
그렇게만 한다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던, 숨어 있던 뇌의 잠재력을 깨워 내일은 좀 더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