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브레인 북스]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유럽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의 신간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가 출간되었다. 독일에서 1년 넘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글로벌 베스트셀러 《행복의 공식》(2002) 이후 시간, 우연, 창조성, 이타심 등 인간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들을 탐구해온 슈테판 클라인의 이번 화두는 ‘변화’다.

이 책은 ‘왜 사람들은 변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가’라는 풀리지 않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탐험서다. 

많은 사람들은 상황과 환경이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진짜 원인이 “우리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효율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가 자신이 만든 인지적 오류와 고정관념, 착각에 빠져 역설적으로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고대문명의 몰락부터 21세기 신경과학 연구까지 전방위적으로 오가며 그 근거를 추적하고, 인간의 변화를 가로막는 7가지 방해 요소를 살펴본다. 변화를 다루는 다른 책들이 ‘의지력’이나 ‘습관’ 같은 피상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인간의 본성과 이성의 작동 방식을 파헤친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기후변화, 인공지능의 범람, 고령화 등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인류는 이 방해꾼들에게 굴복할 것인가? 다행히도 슈테판 클라인은 역사 속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가 모순을 극복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변화의 문화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을 거쳐 변화의 임계점을 넘는 순간, 인류는 폭발적인 도약을 이루어냈다. 불안정성이 극에 달하고 해결할 난제가 쌓여 있는 지금, 슈테판 클라인의 통찰은 인류가 낡은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환대하고 진보로 나아갈 수 있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날마다 현실을 부정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분출하는 화산 속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처럼

슈테판 클라인은 취재차 카리브해 몬트세랫의 화산지대를 찾았던 잊지 못할 경험으로 책을 시작한다. 예고 없이 화산이 폭발하자 군대가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구조 헬기가 날아다녔다. 

구조된 주민들이 섭씨 600도에 이르는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내가 살던 곳’이라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벌였고,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슈테판 클라인은 묻는다. ‘몬트세랫 주민들만이 비이성적인 것일까? 그들의 행동이 정말로 우리에게 낯선 것일까?’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도 기를 쓰고 옛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역시 날마다 현실을 부정하며 살아간다. 다른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만족스러운 직장을 꾸역꾸역 다니고 있거나, 운동을 하고 술을 덜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의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일이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변화를 추구한 계획의 70% 이상이 실패했다고 답했다. 

사회 차원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기후재앙, 인공지능의 부상, 급속한 고령화 등 위기 앞에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 구성원이 알고 있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 우리는 변화를 거부할까?

사람들은 흔히 현재 상황이 힘들어서 변화가 쉽지 않다며 외부 환경을 탓한다. 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외부 상황이 아닌 우리 내면의 모순된 본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심리학, 신경과학,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변화를 방해하는 우리의 7가지 인지적 착각과 방어기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그 원인을 해부한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우리의 이성이 사실 대신 예측에 의존한다는 ‘예측부호화(Predictive Coding) 이론’과 뇌의 에너지 절약 메커니즘이다. 

이 책에서 그는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끝까지 지구 종말을 믿었던 외계인 추종자들, 지나친 확신으로 산모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9세기 유럽의 의사들, 블라인드테스트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결국 제품 변화에 실패한 코카콜라 사례 등을 통해 왜 우리가 무의미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지, 왜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포기하고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지 등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를 탐색해간다. 

인지부조화, 확증편향, 손실 회피, 비현실적 낙관주의 같은 인지적 오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과학적 실험과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착각을 만들어내며 기존의 편견과 습관을 고수하는 이유, 변화를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 ‘이성의 함정’임을 강조한다.

낡은 관성과 습관에서 해방되어 변화를 만드는 사용설명서

슈테판 클라인은 이 책에서 개인의 의지력을 넘어 변화를 만드는 법칙을 통해 우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다. 담배 규제, 노예 해방 등의 역사적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변화로 나아가는 4단계를 제시한다. 

자신의 착각을 의식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것(결정 능력 갖추기), 도덕적 호소보다 넛징(Nudging)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낡은 습관을 대체할 것(습관을 대치시키기), 작은 공동체에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성공적인 본보기를 제시할 것(연쇄반응 준비하기). 체념이 아닌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 두려움 대신 희망에 초점을 맞출 것(좋은 이야기를 하기)이 그 핵심 내용이다.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개인의 자기계발을 넘어 사회 전체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하며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천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이 책은, 미래를 그냥 견디는 것이 아닌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변화의 문화를 만들고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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