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뇌는 어떻게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할까

물질적인 뇌는 어떻게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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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110호
2025년 06월 25일 (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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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적인 뇌는 어떻게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할까 [이미지=게티이미지 코리아]



우리는 우리를 이루는 물질들의 합보다 크다


신경계에 들어 있는 물질적인 뉴런이 어떻게 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창발 현상(emergent phenomenon)이라는 사건과 과정을 이해하게 됐다. 창발 현상이란 개개 부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행동이 전체 복잡계에서는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반딧불 무리가 반짝임을 동기화하는 것이 창발 현상의 좋은 사례다. 

여름에 반딧불 무리가 들판에 모이면 처음에는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전구처럼 무작위로 반짝인다. 하지만 1분 정도 지나면 대장 반딧불이 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닌데 모든 반딧불이 내부의 신경계를 조정해서 동시에 깜박이기 시작한다. 이런 집단적 행동은 반딧불 한 마리를 분석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1천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뇌도 개개의 뉴런으로는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놀라운 행동을 보여준다. 창발 현상이라는 개념은 물질적인 세계가 어떻게 복잡한 인간의 경험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나라는 느낌’은 과학의 가장 큰 신비

영성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경험이다. 의식이란 자기 존재감, 자기 인식, 그리고 자신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별개의 실체로 존재한다는 ‘나라는 느낌’을 말한다. 어떻게 물질로 이루어진 신경계의 뉴런이 의식이라는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식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지만 대단히 미묘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워서 신경생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모두에게 여전히 난해한 개념으로 남아있다. 
 

비종교적 영성과 그 진화적 기원

영성은 자연·우주·타인과 연결된 느낌, 자신보다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된 느낌,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 경외감의 경험 등으로 정의된다. 

1979년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와 리처드 르원틴은 ‘스팬드럴spandrel’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것은 동물의 특성 중에서 그 자체로는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생존에 실질적인 이점을 주는 다른 특성에 따라오는 부산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를 쓰는 능력은 명확하게 드러나는 진화적 이점이 없지만, 소리와 리듬에 대한 감수성에서 비롯된 부산물일지 모른다. 이런 감수성은 실제로 생존상의 이점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영성이 이런 스팬드럴에 해당한다고 본다. 자연 및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거기에 소속되고 싶은 욕망, 자기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느낌, 아름다움에 대한 공감, 경외감의 경험, 창의적 초월 경험 등은 모두 진화적 이점이 있는 다른 특성에서 비롯된 부산물이라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창의적 초월 경험은 우리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순수한 바라봄의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느껴지는 짜릿하고 벅찬 감각에 붙인 이름이다. 
 

초월 경험의 역설

대부분의 초월 경험에서 에고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역설이다. 그 순간에는 시간과 공간도 잊고, 우리 몸도 잊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잊는다. 내가 해체되어 버리는 것이다. 의식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자아감, 즉 우주의 나머지 모든 것과 구별되는 ‘나’라는 느낌인데, 신기하게도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존재가, 자아가 사라진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신의 존재 또는 부재를 설명할 방도는 없다

과학은 결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없다. 신은 물리적 우주 바깥에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종교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다. 신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현상과 경험이 모두 원리적으로는 무신론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제안은 세상에 대한 과학적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세상의 물리적 토대로는 온전히 포착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의 원동력인, 세상의 작동 방식을 알고 싶은 욕구와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에 순응하고자 하는 의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신비’란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

1931년에 아인슈타인이 남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명언이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과학의 요람을 나타내는 근본적인 감정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비’는 무슨 의미일까? 그것이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원히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것은 아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마법의 영역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곳은 우리를 도발하고, 창의성을 자극하며, 놀라움을 가득 안겨주는 장소다. 신을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모두 두려움도 불안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경외심과 경이로움으로 기지와 미지 사이의 벼랑 위에 설 수 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 나의 죽음과 그 너머로 가보자. 내 몸을 구성하고 있던 원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저기 흩어질 뿐이다. 만약 지금 내 몸을 이루는 원자 하나하나에 꼬리표를 붙이고 주민등록번호를 새겨 넣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원자가 천 년 동안 공중을 떠다니다 흙과 합쳐져 특정 식물과 나무의 일부가 되고, 바다로 녹아들었다가 다시 공기 속으로 떠다니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원자는 분명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말 그대로 별과 연결되어 있고, 미래 세대의 사람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인 우주에서도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MIT 최초로 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앨런 라이트먼의 《초월하는 뇌》 중에서 
 


※ 인사이트는 《브레인》에서 선정한 뇌과학 도서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아포리즘 및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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