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브레인 북스]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한다는 착각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신작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가 출간됐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안내자"로,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저술가"로 평한 저자의 이번 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인 '자유의지'를 정면으로 다룬다.

전작 『행동』에서 인간 행동의 신경생물학적 기원을 탐구했던 새폴스키는 이번 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은 단지 '생물학적 착각'에 불과하다는 파격적 주장을 펼친다. 현재 학계의 주류인 '양립주의'—결정론을 따르되 자유의지도 존재한다는 입장—조차 환상이라고 일축하며, 방대한 과학적 근거로 이를 논증한다.

거북이 비유로 풀어낸 결정론의 구조

새폴스키는 책의 첫 장을 '거북이 일화'로 연다. 세상이 거북이 등 위에 있다고 믿는 노부인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어떤 행동의 원인을 바로 직전의 '의도'에서 찾아 멈추지만 실은 그 의도 아래 또 다른 원인이 무한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정 행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고 믿는 순간 이미 뇌의 보조운동영역은 활성화되어 신경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그 행동에는 1초 전의 감각, 몇 시간 전의 허기, 며칠 전의 호르몬 수치, 청소년기의 환경, 태아기의 영양 상태, 유전자, 그리고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문화와 가치관까지 모두 작용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 명제다.

현대물리학도 자유의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없다

자유의지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이 근거로 삼는 세 가지 물리학 이론—카오스이론, 창발적 복잡성, 양자역학—도 새폴스키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카오스이론에 대해서는 예측 불가능성이 곧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다. 

복잡성 아래에도 물리법칙은 여전히 작동한다는 것이다. 창발적 복잡성 역시 마찬가지다. 개미 군집이 보여주는 놀라운 최적화는 경이롭지만, 그것이 생물학적 제약을 벗어난 '자유의지와 같은 마법'은 아니다. 

양자역학의 무작위성도 자유의지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양자 효과가 실제 인간 행동을 변화시킬 만큼 신경계에서 작동한다는 증거 역시 없다고 단언한다.

자유의지 없는 사회는 더 공정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자유의지 부재를 사회적으로 수용했을 때의 함의를 탐구한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을 씌우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능력주의 신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누군가의 성취는 더 좋은 환경에서 생물학적 기계가 원활히 작동한 결과일 뿐, 순전한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특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법 체계에 대한 시사점도 도발적이다. 범죄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유전자·환경·호르몬 등 복합적 요인의 산물로 보아야 하며, 복수심에 기반한 응보적 처벌보다 재활 중심의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없어도 도덕적 혼란이 오지 않는다는 점은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자유의지 신념 여부보다 '도덕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이 가장 정직하고 관대하다는 것이다.

뇌과학·신경학·생물학·물리학을 종횡무진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새폴스키의 글은, 뉴욕타임스가 "제인 구달에 코미디언을 섞으면 새폴스키처럼 글을 쓸 것"이라 평했을 만큼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독자는 뇌과학적 이해를 넘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 시스템 전반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글ㅣ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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