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대형 사건을 보면, 형태와 대상은 모두 달라도 당사자가 느낀 분노가 매우 위험하고 잔인한 공격으로 드러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여름,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끔찍한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는데 겨우 1년이 지나는 동안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사건이 셀 수 없이 발생했다. 가정과 동네, 학교와 직장, 식당과 카페, 지하철과 버스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점점 시한폭탄을 닮은 분노 사회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이제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은 참지 않지’ 같은 말로 응징, 복수, 되갚음을 하는 SNS 게시물을 보면서 잠시 후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일상이 된 사회가 과연 괜찮은지 한번쯤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사이버 렉카들의 사적 제재를 둘러싼 환호성도 결코 바람직한 분노에 속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자살률도 마찬가지다. 공격 대상이 자기 자신일 뿐, 오랫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결과라 보아도 무방하다.
이제 분노를 조절하는 문제는 가정과 사회, 나아가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장 난 시계’가 되었고 머지않아 멈춰버린 시계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분노는 어떻게 삶의 에너지가 되는가》는 30년간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난 우리나라 최고의 상담심리학자가 쓴 본격 ‘분노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수천 명의 내담자를 만나면서 한국인들이 유독 분노 감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참거나 막무가내로 폭발시키는 양극단적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우울, 불안, 사회부적응, 자살충동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털어놓는 마음의 고통은 다양해도 자기 자신과 세상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주목하며, 우리 사회가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분노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며, 때로는 파괴적이지만 분명 정의롭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화가 나도 애써 참다가 더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실에서 화를 제대로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분노를 에너지 삼아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분노의 정의부터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 분노할 때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장 대표적인 14가지 유형별 분노와 대처법까지, 분노를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가득 담았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화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공격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분노를 이해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나에게 상처 준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면, 지금 바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이 그 답을 찾아가는 데 좋은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