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말랑말랑 청소년의 뇌

[브레인 북스] 말랑말랑 청소년의 뇌

아이를 사랑하고 싶을 때 하는 뇌과학 공부


우리 뇌에서 좌우대칭이 아닌 유일하게 하나만 있는 기관이 있다. 바로 솔방울샘. 해가 진 후 다시 해가 뜰 때까지 빛이 없는 동안 솔방울샘은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이것이 우리가 주로 밤에 자는 이유다. 그런데 청소년 뇌의 멜라토닌 분비는 어린이나 성인보다 약 두 시간 정도 뒤처지게 조정되어 있다. 그러니깐 청소년은 어린이나 성인에 비해 2시간 정도 늦게 자고, 2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다.

2017년 영국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10시로 늦추자 병으로 결석하는 학생의 숫자가 50% 이상 줄어들고 성적은 20% 이상 향상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금이야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추세지만 이렇게 반복하면서 검증된 실험 결과 때문에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0교시’ 폐지가 진행된 적이 있다. 거꾸로 미국에서는 올해(2023년) 들어 벌써 아홉 개 주 이상에서 등교 시간을 9시 30분 이후로 조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짓을 골라서 하는 걸까?
청소년 뇌의 삼각형 – 편도체 · 선도체 · 전전두피질

청소년 혹은 10대의 뇌는 어른들과도 다르고 유아와도 다르다. ‘어릴 땐 말을 잘 들었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이상해졌다.’는 말만큼 부질없는 말도 없다.

청소년 뇌와 성인의 뇌 차이는 세 군데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흔히 청소년 뇌의 삼각형이라고 부른다. 정서 반응을 주관하는 편도체, 보상 탐색을 주도하는 선조체, 집행 기능을 통제하는 전전두피질이다. 편도체와 선조체는 어른에 비해 과활성화되어 있고 전전두피질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뇌의 중앙 하단부에 위치한 편도체는 쉽게 말해 감정 반응이 생겨나는 곳이다. 청소년의 편도체는 성인에 비해 과활성화되어 있다. 아이의 방문을 예고 없이 열고 들어갔을 때를 상상해보라(진짜 그렇게 하진 않기 바란다). 놀라 날뛰는 것과 함께 과격한 몸짓과 언행이 돌아온다. 문이 이유 없이 열리는 모습을 보면 청소년의 편도체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감지해 활성화된다. 이 경우에는 공포와 분노가 복합된 정서 과잉 반응에 기인한다. 도망쳐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으니 펄쩍 뛰어오르고, 자기방어의 기제로 거친 언행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흔히 겪는 상황을 청소년은 난생처음으로 맞닥뜨릴 때가 많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받는 보호는 유년기보다 훨씬 적거나 없다. 

두 번째는 선조체다. 뇌의 중앙 상단부에 위치한 선조체는 보상감과 쾌감을 담당한다. 이 역시 편도체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뇌에서는 상대적으로 과활성화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왜 또래들 앞에서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위다. 더더군다나 선조체의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은 쾌락, 동기부여, 낙관 등에 관여하는 도파민이다. 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청소년의 뇌는 성인보다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분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는 전전두피질이다.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이 기관은 편도체와 선조체와는 달리 훨씬 덜 발달되어 있다. 전전두피질의 기능 중에는 계획 수립, 성찰 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이다. 충동조절도 포함되어 있는데 본격적인 발달은 10대 후반부터나 되어야 시작된다. 대개는 20대 중반 정도에 비로소 성장하는데 30대 후반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말한 청소년 뇌의 삼각형만 알아도 우리 아이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궁금해하는 상황은 줄어든다.

이 책을 쓴 스페인 다비드 부에노는 애초 뇌과학을 전공한 학자였다. 하지만 뇌의 주요 부위를 연구하며 유아나 어른과 다른 청소년의 특징을 계속 발견해냈고 결국 ‘교육학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런 연구를 기초로 뇌의 발달 과정이 청소년의 행동과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꾸준한 강연과 집필을 이어가며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다비드 부에노의 최근작 『청소년의 뇌』는 교육학자들은 물론 독자 후기에도 수없이 ‘필독서’ 목록에 올랐으며 지난해 스페인 아마존닷컴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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