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를 이해하면 기능이 보인다!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240컷 수록
대한민국에 뇌공부 열풍을 불러온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 완결판이 나왔다.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김영사)가 그것이다. 박문호 박사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뇌과학 강의, 서울대, KAIST, 불교 TV, YTN 사이언스 등의 강연과 저술을 통해 대한민국에 뇌공부 열풍을 불러왔다.
▲ 박문화박사의 뇌과학 공부
박문호 박사는 지난 4년간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한층 깊은 내용을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에 담았다. 뇌 기능의 해부학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그려가며 숙달할 것인가를 안내할 뿐 아니라, 뇌과학 공부 방법론에서 의식과 기억에 관한 철학적 수준의 논의까지, 그야말로 뇌 공부의 모든 것을 밀도 있게 담았다. 복잡한 뇌의 작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상, 음영의 정도와 지시선 하나까지 수정해가며 만든 240컷의 올컬러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까지 수고를 한 것은 뇌의 구조를 노트에 그려서 익숙해지는 방법과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전달하려는 요점은 뇌의 핵심 구조와 용어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뇌 공부의 지름길은 ‘손으로 그려서 기억하는 습관 만들기”라고 단언한다. 읽고 이해하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왜 그리는 것이 중요한가? 인간 뇌의 작용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해도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뇌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면 뇌 공부가 시작된다. 그래서 뇌 구조에 대한 정확한 그림이 뇌 공부의 필수 요소다.
박문호 박사는 우주 현상으로서 생명과 생각의 출현을 추적 정리한 《뇌, 생각의 출현》(2008년)을 펴냈고, 뇌의 기능과 작용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탐구한 내용을 600여 장의 그림에 담은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2013년)을 펴냈다. 이 두 권의 책에 이어 지난 4년간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에서 뇌과학을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공부》가 출간됨으로써 박문호의 ‘뇌과학’ 3부작이 완결되었다. 《뇌, 생각의 출현》에서는 뇌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담았고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에서는 인간 뇌의 발생, 진화, 운동, 감정, 기억, 의식을 다루었다면, 이 책에서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 성과를 광범위하게 조사, 반영하면서, 뇌 작용을 감각, 지각, 기억, 꿈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대뇌피질 작용의 핵심이라 할, 감각입력이 처리되어 지각이 형성되는 과정, 해마에서 일화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히 정리했고, 기억과 꿈에 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신경학적으로 자세하게 풀이했다. 그 내용에서는 해외 저널의 논문들을 두루 참고하여 최신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이 책의 40퍼센트 가량은 지금껏 우리말로 된 뇌과학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또한, 뇌 그림에 한글과 영어를 함께 표기했다. 뇌과학 용어를 영어로 기억하면 논문과 참고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뇌 구조 용어를 영어로 기억하지 않으면 뇌과학 논문을 읽기는 어렵다.
책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단연 240컷의 일러스트다. 그림 한 장 한 장마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저자가 3년에 걸쳐 직접 뇌의 구조와 신경계의 흐름을 노트와 수첩에 거듭 고쳐 그리는 과정을 통해, 복잡한 내용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독창적으로 도식화해 정리해낸 것들이 상당수다. 색상, 음영의 정도와 지시선 하나까지 수정하느라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에만 꼬박 1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림만으로도 뇌과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뇌 구조 그림 10장과 뇌 용어 100개를 기억하라
일반인이 뇌를 이해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일단 시상, 해마, 편도와 같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측전뇌다발, 대뇌각, 시상수질선조, 내측섬유띠, 삼차신경섬유띠와 같은 난해한 용어들이 수두룩해, 기가 질려버리고 만다. 저자는 뇌과학 공부를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여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마치 알파벳을 익히고 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용어에 익숙해지면 뇌 공부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용어는 곧장 기억한다. 그림을 반복해서 보고 본문을 읽는다. 알고 싶은 부분을 먼저 보고 점차로 모르는 부분을 공부한다. 책에 나오는 그림을 먼저 노트에 그려보고 본문을 읽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그림, 그림, 그림을 그려보는 훈련이 뇌 공부의 지름길이다."(6-7쪽).
구조를 알지 않고 뇌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저자는 유독 뇌의 구조를 그려볼 것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유용한 점 중 하나는, 뇌과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10장의 프레임 그림을 통해 뇌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커버 뒷면에도 인쇄된 이 10장의 그림에 익숙해지면 다른 그림과 설명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저자가 실제로 서로 성격이 다른 학습모임들을 통해 비교 검증한 바다. 뇌의 핵심구조 그림 10개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회원 27명이 3개월의 훈련으로 모두 기억해서, 학습기억 발표 모임에서 5시간 동안 기억을 바탕으로 큰 종이에 그려내기도 했다.
요약하면 이 책이 제시하는 뇌 공부의 목표는 ‘뇌 구조그림 10장을 그리고, 뇌 용어 100개를 기억한다’이다. 새로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용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하지 말고 익숙하지 않는 것이다. 뇌구조의 명칭을 기억한다면 뇌 공부가 한층 재미있을 것이다.
핵심 뇌 구조 10개를 순서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뇌간과 뇌신경 2. 뇌간의 앞쪽과 뒤쪽 그림 3. 척수 단면 4. 변연계 기억회로 5. 소뇌연결 6. 시상 구조 7. 척수와 대뇌의 발생 8. 감각과 운동신경로 9. 브로드만 맵 10. 대외의 단면 구조.
그런데 이렇게 뇌 공부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뇌를 그리는 이유는 뇌 작용을 이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식이기 때문이다. 뇌 구조를 기억하는 동안 이미 뇌의 연결이 바뀌고 그래서 자신이 변화한다. 뇌를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뇌를 알면 내가 변한다. 진지하게 뇌를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글. 안승찬 기자 br-md@naver.com 사진.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