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장동선 박사의 유쾌한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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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아르테 발간)


 우리의 뇌 속에는 늘 다른 사람들의 뇌라는 또 다른 뇌가 있다. 우리 뇌 속에 대뇌, 소뇌, 간뇌, 중뇌, 교뇌, 연수 등 다른 많은 뇌가 존재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의 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뇌과학의 발달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이다.

장동선 박사가 쓴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염정용 옮김, 아르테 간)는 우리 뇌 속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뇌에 주목하여 우리 뇌의 진화와 기능을 소개한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2016년 독일의 로볼트 출판사에서 나온 Mein hirn hat seinen eigenen kopf의 한국어판이다.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간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을 쓴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독일 튀빙겐의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 세계를 무대로 과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다. 2014년 독일 과학 강연 대회 사이언스 슬램Science Slam’ 최종 우승, 2015년 페임랩 인터내셔널FameLab. International에 독일 대표로 출전하여 최종 9인에 드는 등 과학 지식과 대중 강연 실력을 동시에 인정받아 왔다
 
 
장동선 박사는 어떻게 뇌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저자는 청소년 시절 나는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이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가?’, ‘왜 이해받기를 원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뇌와 행동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저자는 그 답을 사회적 뇌에서 찾는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기에 최적화돼 있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 비로소 뇌도,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의 이 같은 결론은, 전문용어와 복잡한 운동으로 둘러싸인 뇌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준다. 그는 뇌과학이라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한국계 독일인으로서, 뉴욕에 거주하던 당시 유색인종으로서 마주했던 문화 충돌과 에피소드로 경쾌하게 풀어낸다.

인용한 실험 사례 45건을 보면 장 박사의 설명이 더욱 분명해진다. 생소한 뇌과학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뇌의 본질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뇌과학 연구의 최전선에서부터 우리가 몰랐던 뇌의 진실을 탐색하는 과정은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과 인문과학으로 지평을 확대한다. ‘뇌 인문학이라는 다른 이름을 붙여도 손색없는 이유이다.

45건의 실험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뇌 인문학!

 이 책은 막 태어난 아기의 뇌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통해 뇌의 진화를 설명한다. 우리가 모두 경험한 과정이다. 아기는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오면서 주변 환경의 무수한 서로 다른 신호들을 받아들여 해석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경험이 증가할수록 그 신호들을 정리하고 처리하기 위해 뇌 속에 서랍장을 만들기 시작한다. 서랍장의 분류와 이름표를 바꿔 가며 아이는 성장하고, 자신을 독자적인 존재로 인식하면서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을 분리한다. 이렇게 아이의 뇌가 성장한 후 다음 단계에 들어간다. 이 책의 6장 이후에는 이를 소개한다.

 아이는 자신과 외부를 구분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을 유형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하는데, 유년 시절부터 겪는 공동생활의 경험들은 어떤 만남에서 편안함 혹은 불안을 느끼는지 판단하는 원천이 된다. 이러한 판단들은 편견, 선호, 믿음 등으로 드러나게 되고, 이러한 각자의 판단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권력, 종교, 문화 등 사회의 심층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뇌와 상호작용하면서 다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매순간 경험들로부터 새롭게 형성되며 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변한다.

이 책은 심리학, 인지과학, 뇌과학 등 45건의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며 뇌과학을 쉽고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우리들 가운데의 고릴라실험, ‘얼굴 근육 실험’, ‘고무 손 실험등의 결과를 통해 감각기관과 뇌 사이의 연결과 단절을 살피고, ‘타인종 효과’, ‘샐리-앤 테스트등 흥미로운 실험 사례와 함께 뇌가 가진 정보처리 능력과 유연성을 들여다본다. 이밖에도 인종차별주의자의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와 다른지, 다수결이 정말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지, ‘미친 사람의 기준은 절대적인지 상대적인지,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실험들을 뇌과학의 프레임으로 다시 조명한다.

이렇듯 저자의 안내를 따라 내 머릿속 또 다른 뇌의 정체를 알게 될수록 우리는 행복의 조건이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에 있으며,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 논란을 일으킨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이 있다. 사진 속 드레스 색깔이 파란색-검은색 조합인지 흰색-황금색 조합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같은 사진을 놓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을 보는 이 신기한 현상은 잠깐 관심을 끌다 이내 잊혔지만, 저자는 우리 뇌가 특별한 이유를 바로 이 착시 현상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착시 현상은 감각 기관이 제공하는 일부 정보를 이미 저장해 놓은 경험과 결합하는 뇌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 서랍장을 만들고 정보들을 그 서랍장에 맞게 분류한 후,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세상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경험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통합하는 뇌는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각하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판단을 내린다. 이미 만들어진 자신의 범주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기존 범주에 따라 경험들을 분류하는 일만 한다면 우리의 뇌는 이처럼 복잡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기존 서랍장의 이름표를 바꾸거나 새로운 서랍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유연성에서 진정한 뇌의 매력을 발견한다.

저자는 통합을 지향하는 유연한 뇌의 비밀은 다름 아닌 경험의 폭에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변화 없이 동질적인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에서 평생을 산 사람의 뇌는 모든 것을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경험의 폭이 기존의 범주에 오래 머무를수록 기존의 정리 체계에 완강하게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뇌 속 또 다른 뇌의 비밀은 사회를 지향하는 유연한 뇌에 있다. 저자는 이 또 다른 뇌사회적 뇌라는 이름을 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 속에 다른 사람들의 뇌가 있다는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를 복사해 우리의 뇌 속에 넣고 다른 뇌들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연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뇌 탐사 여행은 라는 존재가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 낸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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