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꿈의 가능성을 열다…‘루시드 드림’

뇌과학으로 꿈의 가능성을 열다…‘루시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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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보상했으면 다 된 것이 아니냐? 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이 공허해진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남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유가족 눈물이 나의 눈물이라는 사람의 뇌는 좌파나 우파와 같은 이념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인간 누구나 작동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 때문이다.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똑같은 뉴런(신경을 구성하여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구실을 하는 세포)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했다. 덕분에 인류의 공감능력은 뇌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인성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물질만능주의사회에서 이러한 공감조차 퇴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김준성 감독의 영화 ‘루시드 드림(Lucid Dream, 2016)’을 만나보자. 자식을 잃어버린 아버지 대호(고수)가 주인공이다. 그 심정은 어떠할까?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당연히 꿈속에서라도 찾고 싶다.

대호는 대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에겐 홀로 키운 아들 민우(김강훈)가 있다. 대호는 민우를 놀이동산에 데려갔다가 잃어버린다. 회전목마에 탄 민호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 대호는 민호를 찾으려고 하지만 다리에 마취 바늘을 맞고 쓰러진다.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3년이 흘렀다. 민우의 생사여부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형사 방섭(설경구)이 민우의 실종 수사를 나서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답답하다. 대호는 인터넷 검색으로 ‘루시드 드림’으로 범인을 잡았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를 연구하는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친구인 소현(강혜정)을 찾아간다. 꿈속의 기억을 통해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루시드 드림’이라는 말은 1913년 네덜란드 정신과 의사인 프레데리크 반 에이든(Frederik van Eeden)이 처음 사용하였다.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자각몽(自覺夢)이다.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보면 일상적인 REM 수면상태에서는 배외측전전두피질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데 피험자가 자각몽을 꿀 때에는 이 부위가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곧 피험자가 꿈을 꾸면서도 의식이 부분적으로 깨어있음을 뜻한다. 배외측전전두피질은 뇌에서 의식을 담당하는 부위다.

대호는 손목시계의 시간이 멈춘 것을 보고 자각몽임을 알게 된다. 이어 3년 전의 사건현장으로 간다. 그는 오른팔에 문신이 있는 남자, 사진을 찍던 수상한 남자 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아들이 유괴됐다고 판단한다. 꿈속의 용의자를 찾기 위해 쫓고 쫓는 추격전이 벌인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뇌파 주파수를 맞추면 꿈을 공유할 수 있다는 디스맨(This Man·박유천)까지 등장한다. 자각몽에서 공유몽(共有夢)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SF스릴러물이라고 하겠다.

▲ 영화 ‘루시드 드림’ 스틸컷

사실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인간의 꿈이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리학자 스티븐 라버지(Stephen LaBerge)는 우리가 꿈속에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불가능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또한 "꿈이란 현실의 고삐가 풀린 상태이므로 물리적인 제약이 꿈의 공간까지 지배할리 없다"라고 덧붙였다.

대호가 3년 전 기억을 상세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스티븐 라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꾸준한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를 영화에선 뇌과학 기계로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Inception, 2010)’에도 나오는 드림머신(Dream Machine)이다. 인간의 꿈을 조절하는 기계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꿈을 꾸도록 유도할 수 있어도 꿈의 스토리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며 “뇌의 전기적 활동으로 꿈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영화만 보면 딸을 찾고자 범인을 잡는 리암 니슨의 ‘테이큰(Taken, 2008)’으로 시작해서 ‘인셉션’의 기계를 사용한 점이 오버랩된다. ‘자각몽’이라고 하지만 뇌 속의 기억을 더듬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렇다면 잠이 아니라 ‘최면요법(催眠療法, Hypno-therapy)’으로도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사용하려는 감독의 과용(過用)이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단점이다. 다만 ‘곡성(哭聲)’과 ‘부산행’ 으로 이어지는 부성애(父性愛) 키워드가 이번 영화에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

스티븐 라버지, 이경식 역, ‘루시드 드림’, 북센스2008
미치오 카쿠, 박병철 역, ‘마음의 미래’, 김영사2015
정재승,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어크로스2012

글. 윤한주 기자 ykd09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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