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살아남는 비결

[책] 야마다 사장의 50년 ‘흑자 스토리’

아침 8시 30분 출근해서 4시 30분에 퇴근하는 회사가 있다. 일본에서 가장 근무시간이 짧다. 그런데 창업 이래 5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설비 재료를 전문으로 만드는 중소기업 미라이공업이다.

국내 매스컴에도 ‘샐러리맨 천국’으로 소개됐다. 한국에도 이와 같은 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야마다 사장은 돈 버는 법을 알고 있다(아우름)>와 <미라이공업이야기(그리조아)> 2권의 책에서 찾아본다.

직원은 가축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연평균 노동시간(2012년)은 2,193시간이다. OECD 평균인 1,749시간보다 많다. 지난 대선 슬로건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히트를 쳤던 이유다. 미라이공업은  연간 노동시간이 1,640시간이다. 시간외근무는 금지다. 왜 그런지 야마다 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 날마다 야근을 시켜버리면 직원은 집에 가서 먹고 자는 일밖에 못 한다. 직원은 가축이 아니니까 자기만의 시간을 줘야 한다.

- 미라이 공업 직원들은 근무 시간이 짧은 만큼 그 시간만큼은 미친 듯이 일한다. 잡담 인터넷 이런 거 할 틈이 없다. 인간답게 살려면 퇴근 전에 마쳐야 하니까.

오카키 영업소 업무과 K 씨는 “근무시간이 짧고 시간외근무가 금지라고 해서 일이 편한 건 아니다”라며 “시간 내에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일이 쌓인 사람이나 안 끝날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모두가 그 사람을 도와 시간 내에 끝나도록 팀워크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하루 근무시간 중 1시간 54분을 인터넷 검색 등 개인적인 활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컨설팅회사인 언스트앤영 한영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에 근무하는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다. 언스트앤영 한영은 "이처럼 낭비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시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46조 원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무기력 vs 의욕

회사 밖에서는 활기찬 상태이지만 출근만 하면 무기력해진다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매년 설문조사를 하면 10명 중 8명을 기록하는 ‘회사 우울증’이다.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현재 회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직장인 46.4%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라이공업은 어떠한가? 창업자부터가 ‘의욕충만’이다.

- 사원의 의욕을 100% 끌어내는 것이 사장이 할 일이다. 사원의 의욕만 북돋을 수 있다면 1천만 엔쯤은 값싼 투자에 속한다.

사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500엔(¥)을 준다. 종이에 낙서를 써도 받을 수 있다. 좋은 제안은 1,000엔부터 30,000엔까지 현금으로 준다. 실제로 232건을 낸 직원도 있다. 연 제안만 1만 건에 달한다.

오가키 영업소 업무과 S 씨는 “한해의 목표를 ‘제안서 50건 내기’로 스스로 정해서 실천한 적이 있다”라며 “제안서를 쓰는 일이 아주 즐겁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의 기쁨은 뭐라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상사가 명령조로 ‘당장 이렇게’라는 지시가 없다”라며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실행하고 스스로 결과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뿐인가? 직원이 다섯 명이 모여서 동아리를 만들면 회사가 매달 1만 엔씩 보조금을 준다. 현재 80개 모임이 있다.

한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연 5천만 원의 예산이 든다. 또한 80개 동아리를 지원하려면 1억원이다. 계산기를 두들기는 사장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할 숫자다.

현재 미라이공업은 800명 모두 정규직원이다. 정년은 70세이다. 60세를 넘겨도 급여를 깎지 않는다. 65세의 어느 직원의 급여는 약 700만 엔이라고 해서 신문기사에 소개될 정도다. 휴일은 연 140일이고 12월 23일부터 1월 10일까지는 20일 동안 쉰다. 5년에 한 번씩 전 직원 해외여행을 회사부담으로 다녀온다. 이런 천국에 다니는 직원들이 한국처럼 ‘회사 우울증’에 겪을 리는 없을 것이다.

- 장사는 고객을 감동시켜야 성립한다. 고객을 감동시키면 물건을 사준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누구냐? 바로 직원들이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고객보다 먼저 직원을 감동시켜야한다. 직원이 자기 회사에 감동하지 못하면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실패한 직원보다 더 나쁜 직원은?



이제부터 미라이공업의 인재관과 리더십을 알아보자. 인재관은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다.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실패한 사람이 2번째를 차지한다. 꼴찌는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다.

- 다케야마 히로시는 이런저런 실패를 겪었다. 우리는 몇 억 엔이라는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다른 회사 같으면 다케야마는 당장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미라이공업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놈보다 100% 실패하는 인간이 훨씬 위대하기 때문이다. 다케야마는 미라이공업을 이끄는 사장이 되어 훌륭하게 직책을 수행해주었다.

심지어 퇴사한 직원도 다시 쓴다.

- 우리 회사에 5년쯤 근무했던 사람이 상사와 싸우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친구가 미라이공업에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총무부 사람은 처음에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총무부장을 설득했다. 그 친구는 미라이공업을 5년이나 근무했기 때문에 베테랑에 속할 것이다. 일을 가르칠 필요도 없다. 다시 돌아온 사원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역시 여기밖에 없구나"하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내에서 점점 더 공을 세우더니 지금은 미라이운수라는 계열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다. 그때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견학하는 인원만 연간 ‘1,500명’

1965년 창업 당시 경쟁사는 마쓰시타, 도시바 등 대기업이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무조건 다르게 하자, 차별화로 싸우자”라고 결심했다.

- 일본에서 97% 기업이 경상이익 4,000만 엔도 안 된다. 대부분은 돈을 잘 못 벌고 있다. 창업이래 국내 최초를 고집했다. 제품개발이든 취업규칙이든 복리후생이든 전부다. 적자가 없고 높은 경상이익률(평균 15% 이상)로 성장한 까닭은 철저한 차별화와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구조에 있다.

그는 회사의 모든 벽 구석마다 커다란 표어를 써 붙였다. 바로 "늘 생각하자!"라는 모토다. 한국도 표어를 붙인다. 하지만 시무식에서 외치는 구호와 다를 바가 없다. 그때뿐이다. 하지만 미라이공업은 생각이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 제도로 만들었다. 그 결과 2012년 일본 의장등록건수 상위 20사 중에 13위를 기록했다. 1위는 파나소닉이다. 닛산 자동차가 14위라고 하니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창업자는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장은 바보라고 깨달아야 한다. 진두지휘 따위 당치도 않다. 어떻게 당근(인센티브)을 줄지 큰 전략만 생각하면 돼. 전술은 직원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 막이 오르면 연기는 배우(=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는 성장하지 못하고 배우가 성장하지 못하면 연극은 망한다.

요미우리 신문이 2011년에 <한국기업이 주목하는 일본의 경영자>라는 설문조사에서 야마다 아키오는 5위에 들었다. 1위는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교세라 창업자), 손정의(소프트뱅크 사장), 혼다 소이치로(혼자 창업자) 순이었다. 한국에서 미라이공업에 견학하는 인원만 연간 1,500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앞의 질문을 다시 해보자. 대한민국에도 미라이공업과 같은 샐러리맨 천국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2권의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불가능’이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직원을 인간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하는 한국 자본주의 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의욕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내년의 회사 우울증 설문조사 보도자료도 같은 결과를 받게 될 것 같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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