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발길만 닿아도 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3] 발길만 닿아도 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천화원 사람들] 일지명상센터 천화원 운영관리팀 김경숙 팀장

1988년 여름, 사람들은 '세계인의 잔치인 올림픽이 우리 안방에서 열린다'는 환희 속에 모두 들떠 있었다. 때마침 보급되기 시작한 컬러TV에 힘입어 88서울올림픽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은 2002 한일월드컵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았으리라.

그녀가 천모산으로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온 나라가 올림픽에 들떠 있던 그때, 그녀는 어디 가느냐는 언니의 질문에 "산에 좀 다녀올게"라는 한마디만 전하고 홀연히 떠나왔다.

"그때 전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어요. 단학을 만난 뒤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라는 말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었거든요. 수업시간에 항상 들어왔던 말인데 갑자기 '알아진다'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설명할 수 없는 거예요.
내가 별말 없이 천모산에 간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요. 단어로서의 '홍익인간 이화세계'가 아니라 그것이 내 꿈이 되고 나니 뭐라도 당장 해야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집을 나선 거죠."

일지명상센터 천화원(이하 천화원)의 운영관리를 도맡고 있는 김경숙 팀장을 지난달 9일 만났다. 들어서는 순간 세상에서의 생각과 감정이 모두 잦아들고 자연의 그 온전한 기운과 통한다는 천화원에서 이야기꾼으로 소문난 김 팀장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천화원과 그녀와의 인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 단학을 창시하고 전국 각지에서 선도수련을 통해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 정신의 건강을 전하던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은 자신과 함께 이 뜻을 전할 이들을 양성할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하나 있기도 힘든 국사봉이 네 곳이나 있고 어머니의 자궁 자리와 같아 많은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라는 오늘날 천화원 자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첩첩산중에 자리한 이곳에 건물을 짓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김경숙 팀장은 당시 상주하는 자원봉사자들 중 홍일점이었다.

"3개월 동안 여기서 텐트치고 천막치고 살았어요. 여자라고 쉬운 일만 시키는 게 싫어서 같이 봉사활동 하던 다른 남자들보다 몇 곱절은 더 열심히 움직였어요. 무거운 것도 엄청 들어 날랐구요."

8월에 시작한 공사는 88년 11월 1일에 천화원 본관 준공식을 하면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본인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지은 곳이라 그런지 김 팀장은 천화원을 '유일한 우리 집'이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 그녀는 천화원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자식 자랑하는 부모 마냥 신 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천화원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즉 오행(五行)이 조화로운 곳이에요. 그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든 일이 일어나죠. 그래서 여기서는 천화원의 기운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해요. 바로 천지기운(天地氣運)이죠."

천화원에는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인다고 한다.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온전히 천화원의 기운에 응하면 3개월 만에 원기를 회복한다고 하니 그만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인 듯하다.

 


김 팀장은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이루겠노라 다짐하며 1991년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도시로 나왔다. 회사원들과 군인, 어린이 할 것 없이 우리 선도수련이 필요하고 명상을 원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렇게 복작복작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20년을 살았다. 그리고 2010년 다시 천화원으로 돌아왔다.

"딱 돌아온 순간, 천화원이 정말 아름다워서 땅에 뽀뽀를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눈물 날 만큼 아름답다는 말이 맞겠네요. 천화원은 그런 곳이에요. 홍익정신을 온 세상에 알릴 사람들을 양성하는 곳이니까 그게 꿈인 저 같은 사람에게는 성지(聖地)나 마찬가지죠."

그녀는 천화원을 '신선고을'이라고도 말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참가치를 알고 온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신선처럼 모여 사는 고을을 만들고자 하는 그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천화원을 세우신 이승헌 총장님께서 처음 여기에 터를 잡을 때부터 하신 이야기가 바로 '신선고을'이에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거라고 하셨죠. 홍익을 삶의 기준으로 홍익생활을 하기 위해서요. 실제로 매년 미국과 일본,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천화원으로 한민족 선도문화의 맥을 찾아오는 단체 방문객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녀는 해야 할 일도 많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선도문화와 민족정신이 오늘날 태어나는 그 뿌리가 바로 천화원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선도문화 부활을 위해 최근 추진 중인 일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영동에서 신선과 같이 수행하며 살아가는 마을 열 곳, 즉 '십성촌 조성'하기. 둘째는 '홍익'이라는 정신문화를 알릴 지도자 양성하기. 셋째는 선도문화의 뿌리인 천화원을 통해 선도문화 대중화하기. 넷째는 영동군과 연계하여 국악을 배우며 풍류를 생활화하는 것. 마지막 다섯째는 정월대보름 축제를 통해 천화원과 마을 전체가 선도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천화원의 운영관리팀장으로서 신선고을 문화 조성과 함께 천화원을 성지와 같이 귀한 곳으로 많은 이들이 알고 또 찾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선고을이 된 천화원을 상상하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누구든 발길만 닿아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것처럼 우연이 운명을 만드는 거죠.
천화원은 그런 곳이 될 겁니다. 우연히 등산을 왔다가, 마을을 지나가다가 선도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그런 곳이 될 거예요."


글·사진. 강천금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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