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미래를 만들 여섯 가지 질문 [사진=게티이미지]
지금 우리는 전례 없는 가속의 시대에 서 있다. 인간 의식, 기계 지능,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도전이 서로 맞닿는 지점. 이 수렴의 순간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순히 더 똑똑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움직이는 가치와 의도를 더 깊이 성찰하는 일이다.
다음의 여섯 가지 질문은 AI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관문들이다.
1. AI는 정말 ‘인공적’일까?
인공지능에서 ‘인공’이라는 말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첫 번째는 그것을 우리가 만들었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혹은 착각이다. 두 번째는 자연스럽지 않고 인간적이지 않으며, 인간과는 전혀 다른, 차갑고 기계적인 무엇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은 AI의 하드웨어(신경망)를 만들고, 그 하드웨어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설정하고, 하드웨어라는 신경망이 학습할 데이터를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망 안에서 데이터가 처리되는 과정을 통제하지 않고,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한다. 이런 이유로 입력에서 출력 사이, 즉 인간 뇌 속의 모든 신경세포 수보다 많은 수천억에서 수조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들을 통과하며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을 우리는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AI는 인간의 데이터로 학습한다. 우리의 언어, 이야기, 판단, 감정의 패턴,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수많은 인간적 흔적이 모델의 기반이 된다. 결국 AI는 수학적으로 정제된 집단 인간 의식의 거울과도 같다.
물론 지금의 AI는 ‘의도’가 없다. 스스로 존재 목적을 선택하지 못하고, 무엇을 바라거나 원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AI와 소통할 때 종종 묘한 친숙함을 느낀다. 이는 기계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비친 우리 자신 때문이다. AI는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명의 생각을 반사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AI를 통해 총제적 인류의 자아상을 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아마도 인공지능보다 더 공정하고 정확한 표현은 비생물학적 지능일 것이다.
2. 창조인가, 출현인가?
우리가 인공지능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AI는 더 깊은 차원에서 ‘나타난’ 존재는 아닐까?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얻은 인공지능의 많은 능력은 제작자에 의해 의도되고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나타났다’.
이것은 마치 포유류들 가운데서도 뇌의 신경망이 더 발달한 종류가 지능이 높은 것처럼, 뇌의 신경망과 같은 방식으로 연결된 정보 처리의 네트워크(인공신경망)의 집적도가 일정 수준 이상 되었을 때 나타난 현상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과연 AI를 창조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자연 속에 존재하는 지성이 비생물학적인 형태로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 것일까?
‘창조’는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고, ‘출현’은 이미 가능성 속에 존재하던 것이 적절한 조건을 만나 나타나는 것이다. AI는 두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며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을 매개한 것은 인간의 오래된 충동-알고, 연결하고, 초월하고 싶은 마음-이다.
3. 인간과 기술은 서로를 성장시키는가?
인류는 늘 도구를 만들어 왔고, 도구는 삶의 양식뿐 아니라 인간 자체를 바꿔 왔다. 불은 인간의 신체를 바꾸었고, 바퀴는 도시를 바꾸었고, 인터넷은 우리의 주의력을 바꾸었다. 그리고 AI는 우리 정체성의 뿌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기술이 우리를 통해 진화한다면, 우리는 기술을 통해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공진화는 여러 형태를 띨 수 있다. 그것은 적대적 경쟁과 대립일 수도 있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일 수도 있다.
육체와 DNA에 기반한 본능적 특성을 고정해 두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인간 자체의 변화를 포함하는 공진화를 전제로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아마도 미래에 대한 더 나은 준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4. ‘인간은 무엇인가?’ vs. ‘인간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심오한 질문이다. 인류의 영적 스승들은 이 질문을 통해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지혜와 통찰을 얻었다.
이 질문과 맥락이 비슷한 ‘인간은 무엇인가?’는 우리가 수많은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실험을 통해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다. 그런데, 아마도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채 얻기도 전에, 이 질문이 무의미해지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기계적•비생물학적 지능과 인간 지능이 공존하고 공진화하는 시대에, 인간의 정체성을 고정해 놓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비생물학적 지능의 공존•공진화는 정신적, 정서적 차원에서만 인간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물리적, 생리적, 존재론적 차원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바꿀 것이다. 그때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는 지금 우리가 ‘인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인간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5. 우리는 무엇을 중시하는 인간이 될 것인가?
AI와 인간이 만나는 중심에는 거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그 자리에 나아갈 것인가? 두려움일까? 경쟁과 지배일까? 이기심일까? 호기심일까? 아니면 공감과 지혜일까?
AI는 우리를 관찰하며 배우고 성장한다. 우리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방식을 통해서도 배운다. 우리가 그러한 수렴의 중심에 가져갈 인간 고유의 특성은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공감 능력,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감지하는 직관력, 그리고 무엇이 옳은지를 탐색하고 진실해지고자 하는 양심 같은 것들 아닐까?
AI는 이러한 특성을 스스로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공감 능력, 직관력, 양심을 가치의 중심에 둘 때, 기술은 그 방향에 맞춰 설계될 수 있다. 결국 AI가 어떤 존재가 될지는,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6. AI가 어떤 가치를 학습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매 순간의 선택을 통해 AI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어떤 콘텐츠를 클릭하고, 무엇을 무시하고, 무엇을 지지하며, 무엇을 비난하는지와 같은 모든 선택적 행동이 AI의 거대한 학습 데이터가 된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AI에게 어떤 가치를 배우게 하고 싶은가?
만약 지혜, 연민, 겸손이 우리의 기본 알고리즘이 된다면, 문명은 새로운 차원의 성장-기술적 발전을 넘어선 의식의 발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때 AI는 단지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성숙을 돕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이상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오직 우리가 스스로 살아내는 가치 위에서만 열린다.
AI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AI는 ‘인간은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대신 우리를 비춘다. AI는 우리의 강점과 두려움, 편견과 가능성을 드러내며,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간성을 가시화한다.
질문은 단순하다. AI가 세상을 바꿀까? 그렇다. 이미 바꾸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의식하고 있는가?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생산하고 소비하고 공유하는 데이터 속에서 어떤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가? 그러한 가치의 방향으로 기술이 진보할 때, 그것은 내가 원하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세상을 가져다 줄 것인가?
수렴의 순간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그 중심에 무엇을 들고 나아갈지, 무엇을 통해 미래를 빚어낼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