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인류 역사에서 크게 변화한 것 하나를 꼽는다면 인간의 수명연장일 것이다. 50여 년 전만 해도 60살이 되면 환갑 잔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100세를 맞으면 장수인으로 신문 기사에 실릴 정도였지만, 이제는 6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례가 될 정도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생존해 있는 최고령자는 117세이다.
이제 많은 이들의 관심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얼마나 젊게 사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항노화 기능을 앞세운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날로 커지고, 노화 방지와 관련한 식이요법이나 운동법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노화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작용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젊음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부위는 바로 뇌다. 다만 노화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진행되는지를 직접적으로 관찰하기가 어려워 막연히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품는 정도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이제는 뇌 관련 학계의 노력으로 노화가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되었다. 먼저 시각적으로 보이는 변화는 전두엽과 해마 같은 특정 영역이 축소되는 것이다. 이 영역은 기억력과 의사 결정 능력에 영향을 주는 부위로 치매와도 큰 연관이 있다.
또한 노화는 뉴런 간의 정보전달을 느리게 하여 반응 속도와 멀티태스킹 능력을 감소시킨다. 도파민과 아세틸콜린 같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감소해 기분, 집중력, 운동 능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장기적인 손상으로 인한 뇌신경세포의 노화는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뇌의 노화 방지에 관한 연구들
뇌의 노화에 대한 문제 인식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처법도 늘고 있다. 이미 건강보조식품으로 잘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이나 비타민 A, C, E 등의 항산화물질이 뇌의 노화 방지를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 성분의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 뇌의 노화를 막는 신약 개발 역시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세마글루티드나 불면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수보렉산트처럼 이전에 개발된 약들이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J-147 합성 화합물이 뇌의 노화 방지와 인지 능력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면서 이와 관련한 신약 개발도 연구중에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뇌의 노화 방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 스페인, 버밍햄 대학의 연구진들이 개발한 뇌 지구력 훈련(BET)은 인지 훈련과 신체 운동을 병합한 훈련법이다. 이 방법을 고령의 참가자에게 적용한 결과,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단순히 체조만 시행한 참가자들에 비해 더 높은 비율로 상승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에어로빅과 같은 유산소운동이 뇌혈류 순환을 높이면서 인지 능력을 개선하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이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숙면, 사교활동 등과 뇌 노화의 관계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생산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는 논문에만 머물지 않고 각종 미디어, 언론, SNS 등에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두뇌 건강을 위한 노화 방지 산업의 약진
상업적으로도 뇌 관련 노화 방지 산업은 혁신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최근 건강 관련 산업은 두뇌 건강 연구 및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뉴로트랙이나 BrainHQ 같은 회사들은 인지 평가와 훈련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고, 여기서 제공하는 도구들은 사용자에게 뇌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를 위한 맞춤 훈련법을 제공한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바이오제약 분야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근본 원인을 겨냥한 치료법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새로이 개발된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의 두 가지 특징인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개선하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IT기업들은 두뇌 활동, 수면 패턴, 스트레스 수준을 추적하는 기기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치들은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여 개인이 더 나은 두뇌 건강을 위해 능동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뇌의 노화 방지를 중점으로 하는 전문 클리닉이 등장해 유전자 검사, 개인화된 영양 계획, 신경 피드백 치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노화, 꾸준한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항노화법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맞은 지금, 안티에이징과 관련한 다양한 대처법의 발전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기존의 노화 예방법과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 간에 달라지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번 진행된 노화는 되돌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꾸준한 관리가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피부도 젊었을 때부터 관리한 경우와 이미 노화가 진행된 후 개선해 보려고 노력하는 경우의 차이가 극명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 건강 역시 아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때 항노화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과도한 업무와 경쟁, 대인관계 등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40대 이후의 건강한 삶을 뇌건강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보이지 않아서 소홀히 여겼던 뇌의 건강이 젊고 활력 있는 삶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열쇠임을 알고, 뇌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을 기르자.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