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레인 인터뷰] 온전한 잠과 숨으로 건강한 뇌, 건강한 삶을

[파워브레인 인터뷰] 온전한 잠과 숨으로 건강한 뇌, 건강한 삶을

전유전 대전 만년설한의원 원장

어린 시절 우주인을 꿈뀠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의대에 들어갔다. 대학 시절 심리적 문제를 겪으며 심리와 정신의학에 관심이 생기며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비슷한 증상에 같은 치료를 했음에도 어떤 환자는 금방 낫고 어떤 환자는 낫지 않았다. 정신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아 10여 년간 서울에서 운영하던 한의원을 정리하고 의학공부를 위해 티베트로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뇌과학을 공부해 한의학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한의사 전유전 원장을 알게 된 건 『노화를 늦추는 뇌 건강법』(전유전, 어른의 시간)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쏟아지는 다양한 뇌 건강법 중 ‘코호흡’이 뇌 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그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한의학에 다양한 심리치료와 뇌과학 연구 결과를 융합해 진료하고, 한의학을 우주의학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전유전 만년설 한의원 원장을 지난 1월 대전에서 만났다.

 

▲ 전유전 원장이 부비동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은애 기자]



Q. 건강을 유지하고 노화를 늦추고자 사람들은 음식이나 운동에 신경을 많이 쓰는 데 원장님은 수면을 강조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를 전공해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를 많이 진료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어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포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정신 질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20대라도 밤낮이 바뀌어 새벽 늦게 자는 환자의 근육통은 치료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수면패턴을 정상화해야지 치료할 수가 있습니다. 여성의 생리통도 마찬가지로 수면 패턴이 무너지면 통증이 심해집니다.

또 똑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서도 수면의 질이 좋은 환자는 예후가 좋아서 회복이 놀라울 정도로 빨랐지요. 그리고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들은 퇴행성 질환이 매우 이른 나이부터 시작되고요. 수면의 질은 곧 자가 회복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뇌과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해 다양한 치료법을 배우고자, 개원해서 10년간 운영하던 한의원을 접고 티베트 의학을 배우러 라다크로 떠났었어요. 라다크뿐만 아니라 다람살라, 라싸, 샹그릴라까지 티베트 의사 중에 정신 질환 치료에 탁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신 분을 찾아다니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소망하던 그런 결정적인 치료법은 찾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뇌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이전부터 정신과 환자들을 진료해서 언젠가는 뇌과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 때부터 해부학, 생리학은 따로 공부하고 있었고요. 


 

Q. 호흡과 뇌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아 큰 과제로 남았던 환자들이 모두 코호흡보다 입호흡 위주로 호흡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운명같이 『호흡의 기술』이라는 책을 만났죠. 책의 저자는 자신의 코를 막고 열흘간 생활하면서 겪게 된 몸의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실험 첫날부터 잠을 못 자고, 구취, 야간뇨에 혈압상승, 집중력 저하에 우울감까지 이 모든 증상이 단 열흘 만에 일어나게 됐어요. 이 책을 만난 이후로 코호흡에 대해 열심히 연구했고, 그러다가 뇌 내부의 온도에 관한 연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연구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20~40세 실험자 40명을 대상으로 하루 세 번에 걸쳐 뇌 내부 온도를 MRS(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를 이용해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평균 뇌 온도는 38.5도로 평균 체온인 36.5도에 비해 2도 정도 높았습니다. 뇌 중심부 온도는 40도가 넘기도 했고요,

뇌 온도는 아침이나 오후에 가장 높고 밤이 되면 낮아집니다. 남성보다 여성의 뇌 내부 온도가 조금 더 높은데 특히 생리 주기에 따라 온도가 달라집니다. 또 20대보다 40대가 약 0.6도 높고, 밤에 뇌 온도가 떨어지는 것도 적었습니다.


뇌는 신경세포의 끊임없는 발화에 의해 서로 네트워크하고 있고, 인체가 쓰는 에너지의 20퍼센트나 되는 양을 사용하기에 열이 많이 발생합니다. 뇌는 우리 체온보다 뜨겁습니다. 
 

이 뜨거운 뇌를 제대로 식혀주어야 뇌세포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뇌 온도가 높으면 신경세포 손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됩니다. 

또한 밤에는 뇌의 온도가 내려가야 잠을 잘 잘 수 있는데, 뇌의 열이 식지 않으면 숙면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아까 뇌 온도 연구에서 나이가 들수록 밤에 뇌의 열을 잘 못 식히게 된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노화입니다. 


제가 환자들을 보면서 발견한 것이 바로 코호흡을 통한 부비동**의 공기 순환이 뇌의 열을 식히는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비동의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면 노화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 「A daily temperature rhythm in the human brain predicts survival after brain injury」 2022 《Brain》 Jun 30;145(6)


** 부비동은 비강(콧구멍) 연결된 얼굴과 두개골 안의 빈 공간을 말한다. 비강과 연결되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체내에 적합한 온·습도로 가온·가습시키고, 비강과 귀의 압력 조절을 도와준다. 속이 텅 빈 공간으로 두개골을 가볍게 하고, 눈과 뇌를 보호한다. 목소리를 낼 때 음성을 공명시키는 일에도 관여한다고 밝혀져 있다.  



▲ 부비동의 구조 [이미지=전유전 통합의학]


 

Q.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까요?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호흡법이 있나요?


건강을 증진하는 다양한 호흡법들이 있는데요. 아무리 좋은 호흡법이라 할지라도 그 근간은 코호흡입니다. 좋은 호흡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입술을 잘 붙이고 코로 천천히 숨을 쉬는 겁니다.

입술이 잘 붙어있기 위해서는 혀의 위치가 대단히 중요한데, 혀를 입천장에 붙이는 것이 필수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혀를 입천장에 대고 코로만 천천히 호흡하면 됩니다.


그리고 잘 때 수면 테이프 사용을 추천합니다. “나는 입 안 벌리고 코로 숨쉬면서 잘자는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자면서 혀를 입천장에 붙일 수 있나요? 의식을 할 수 없으니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중력의 영향으로 입이 벌어지게 됩니다. 단지 잠이 들 때와 잠에서 깨어날 때 입이 붙어 있기에 자신은 입을 다물고 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또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의식적으로 코호흡을 하려고 해보세요.


Q. 한의학에 뇌과학을 접목한 데 이어 다양한 심리치료도 병행하시던데요.
 


미술심리치료, 알렉산더테크닉, 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 감정자유기법(EFT), 최면치료 등 마음을 치료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부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감정자유기법(Emotional Freedom Technique, 이하 EFT)을 많이 활용하는데, 이는 한의학의 경락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만든 에너지장 심리요법입니다.


EFT는 떨쳐내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그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 요법입니다. 가령, 신체에 어떤 증상이 생겨서 불안함이 몰려들 때, ‘나는 비록 이 증상이 생겨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예요. 

이 말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감정이 줄어듭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면 스스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해결법을 찾기도 하고, 표면적인 감정 이면에 깔린 진짜 감정을 만나기도 합니다.


▲ 전처리 과정을 거진 한약재들이 보관된 약장은 만년설 한의원의 자랑이다.



Q. 한의원에 들어서자마자 벽 한 면이 약재로 가득 찬 서랍장과 옹기로 약을 달이는 탕전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 한약을 기계에 넣어 달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만년설 한의원에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서 약재 세척과 건조, 전처리 과정 모두 직접 하고 있습니다. 모든 약재는 탕전하기 전에 잘 씻어서 말려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천장에 약재 전용 건조대도 설치했습니다. 약재를 잘 말리지 않으면 약재에 곰팡이가 필 수도 있습니다.

건조된 약재는 팬이나 직화로 볶거나 굽기도 하고, 술이나 쌀뜨물에 찌고 말리기를 반복하며, 약재마다 다양한 전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전통 방식으로 옹기에 생수를 넣고 달이고 망에 거르고 재탕해서 다시 달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같은 약이라도 어떻게 달이느냐가 매우 중요하기에 이런 과정으로 한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 직접 세척과 건조, 전처리 과정을 거진 한약재들이 보관된 약장은 만년설 한의원의 자랑이다.
 

 

Q. 한의사가 된 후에도 우주에 대한 꿈은 여전히 가지고 계셨나 봅니다. 2006년 ‘대한민국 우주인선발대회’에 지원해 1차 합격자 245명 안에 들었었고, 2023년에는 우주학술대회에서 발표도 하셨다면서요.  


원치 않는 한의대 진학이었고 예과 때는 방황도 많이 했었지만, 우주과학자라는 꿈 대신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보겠다는 꿈을 가졌어요. 그래서 NASA(미항공우주국)에서 초청받아 일하는 한의사가 되자 마음먹었죠. 마음 한편에는 우주가 늘 함께 했었습니다. 그래서 우주인 선발대회는 당연히 참가했었고요. 아쉽게도 우주에는 못 갔지만요.


아까 잠깐 호흡과 뇌와의 관계에서 부비동의 뇌의 열을 식혀주는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곧 노화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마이크로중력으로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 적으니 우리 몸의 혈액이 상부에 더 몰리게 돼요. 그러면 얼굴이 붓게 되면서 당연히 부비동 주변 점막도 붓게 되겠죠. 이에 따라 부비동의 공기 순환이 적어질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중력 상태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부비동의 공기 순환으로 뇌의 열을 식힐 수도 없게 됩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지내는 우주인들이 겪는 신체의 변화는 노화 현상과 매우 유사하고, 이런 변화를 이끄는 핵심이 바로 부비동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우주학술대회에서 체액순환을 다루는 한의학이 우주의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Q. 우주의학과 노화 관련 이론이 흥미롭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부비동의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한동대학교 기계제어공학부에서 유체역학을 공부하며 임상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 중인 부비동과 노화 사이의 관계가 우주에서의 여러 증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양한 생리, 병리, 노화 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글, 사진_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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