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아니라 사회 환경이 문제입니다”

오순이 부곡중앙초등학교 수석교사

브레인 108호
2025년 01월 06일 (월)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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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10명 중 6명이 학생의 욕설 등 문제 행동을 매일 겪는다’, ‘교권 추락, 더 늦으면 출구가 없다’, ‘전주 초등생, 교감 폭행 처음 아니었다’ 등의 제목으로 날마다 교권 하락에 관한 뉴스가 뜬다. 학교 현장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이제 사라져 버린 걸까? 34년째 초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오순이 교사에게 물었다.
 

▲ 오순이 부곡중앙초등학교 수석교사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이들이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나요?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사는 시대가 다를 뿐이죠.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경험하고 적응하면서 성장하는 거잖아요. 어른들이 사는 세상의 관점으로 아이들 세상을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죠. 우리는 지금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고 컴퓨터만 켜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이미 포노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가 된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는 거예요. 특히 코로나 시기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고, 학교에 와서도 칸막이 속에서 홀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꽤 길었어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인데, 몸도 마음도 어른들보다 훨씬 많이 힘들었겠죠. 지금도 마스크 속으로 숨는 아이들이 간혹 있어요. 그런 아이에게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무기력하거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많아지고 있다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요즘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다 그런 성향을 띄게 하는 사회 환경이 문제라고 봅니다. 돈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금전 만능주의, 일류대학에 들어가면 성공가도를 달릴 거라는 착각 속에 끝없이 경쟁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지나친 사교육, 공동체 문화는 사라지고 이기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죠. 어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람의 역할 모델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해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 어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우선 아이들을 문제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냥 ‘다르구나’ 하면서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가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상황에 공감하고 있음을 아이가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생님이 나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구나’하고 느끼면 아이는 달라지거든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잖아요.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그걸 깊이 체감하고 있어요. 매일 학교 앞에서 교통지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죠. 요즘은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함께해주는 학부모님들이 계셔서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고, 실수를 허용함으로써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 주어야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덕지 교육이죠. 몸이 건강해야 가슴이 열리고,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요. 몸으로 체율체득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활동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인터뷰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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