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명상, 뭐하러 하나?

브레인 인문학

브레인 87호
2021년 05월 11일 (화)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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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헝거 게임》 여주인공 캐트니스와 그를 응원하는 판엠 국민들

# 작년 말 태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에 이어 미얀마에서도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와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세 손가락 경례’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헝거게임은 12개의 구역으로 구성된 독재국가 '판엠'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10대 소년과 소녀들을 선별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이게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이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여주인공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살기위해 다른 이를 죽이기보다 죽이지 않고 위기를 피하려는 모습, 누구도 원하지 않은 잔인한 살육게임에서 다른 이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세 손가락 경례는, 이렇게 생존의 욕구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에 대한 존경이자 연대의 표시로 발전한다. 

영화적 장치 속에서는 지켜야 할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구에서는 종교개혁과 계몽주의를 시작으로, 동양에서는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을 규정하던 전통적 가치들이 자유를 억압하는 틀이 되어 지속적으로 제거되어 왔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의 평등한 인정‘이라는 가치 외에 인간의 가치를 규정하던 내용들은 대부분 사적 영역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편입되었다. 

# 동양의 심신수행법인 명상이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그 근간이 되는 철학적·영적 색채는 빠지고 자기개발의 실용적 방법으로 축소된 것도 이러한 서구사회의 특성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종교, 영적 수행, 가치 시스템과 같은 동양의 정신적인 요소들은 개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으로, 명상이 생활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제거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마음챙김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 MBSR)이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된 《마음챙김의 배신》에서 저자 로널드 퍼서 교수는 마음챙김명상이 스트레스를 개인화하고 그 원인이 되는 사회적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마음챙김명상을 상업화하려는 의도 이전에, 본래 모든 인간에게 고유한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발전한 자유민주주의에서 그 도구적 이념인 자유와 평등만 남고 무엇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의 선택에 남겨졌다는데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명상은 본질적으로 단순히 스트레스 관리나 집중력 향상 도구가 아니다. 개인의 심신수행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상과 사회의 방향이 전제되어 있다. 명상 인구는 점점 늘고 있는데 사회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면, 명상을 통해 개인의 의식이 변화하는 것과 명상을 통한 심신수행으로 지향하던 사회의 모습을 실현하는 것 사이에 어떤 연결이 필요한 것이다. 

# 엉뚱하게도 미국의 정치학자로 신보수주의의 핵심 이론가로 알려진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글들이 나에게 그 연결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역사의 종말: 최후의 인간》에서 그는 ‘인간으로서의 나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싶다’라는 개인적 혹은 심리적 욕구를 정치의 영역과 연결시켰다.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가장 합리적으로 실현된 체제가 현대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정체성 정치에 대해 다룬다. 인정에 대한 욕구,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필연인 보편적 정체성의 부재로 인해 인정의 결핍을 겪어온 이들이 민족·인종·성별·종교에 몰두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대상에 대한 혐오로 번지게 된다. 그는 인간 존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도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끊임없는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한다. 

명상이 사회 변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우선 명상 수행이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 생활의 실제 문제와 부딪쳤을 때 그 문제의 해결에 주력하라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며, 한국 선도의 전통에서도 개인에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평화에 기여 하라는 ‘성통공완(性通功完)’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도구적 이념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참다운 가치와 공동체로서 국가가 지향해야 할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주체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절차와 형식에 대한 것으로 제한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새롭게 세워야 할 때이다. 명상을 통해 얻은 개인적 체험이 공적 영역에서의 담론을 통해 서로 공유되는 경험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다.

“명상 왜 하나요?”

글. 김지인 jkim618@gmail.com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디자인학교 Pratt Institute 석사과정 중 인생행로를 인간 뇌의 가치실현에서 찾고 대학원을 중퇴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을 익히고 나누려는 삶의 이정표를 따라 미국, 일본 뇌교육 현장에서 10년간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뇌포털 브레인월드닷컴 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유엔공보국(UN-DPI) NGO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을 맡아 국제사회에서의 뇌교육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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