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개척의 인생 1막 지나, 명상 통해 느림의 통찰 인생 2막”
- ‘KOREA’ 알려온 한국 MICE 산업 개척자, 조안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 인생 2막 펼치고 있는 조안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45년생.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사업가이자 ‘MICE'란 이름조차 없었던 시절 한국MICE 산업의 초석을 닦은 인물. 세계 최대 PR기업인 버슨미스텔러 한국지사 사장, 전문직 여성들의 국제봉사단체 존타(ZONTA) 한국 여성 최초 아시아 지역 총재 등을 거쳐 ’스타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북아일랜드 한국 공장 진출, 전투기 홍보사업도 맡는 등 세계를 누빈 대한민국 1세대 리더이다.1994년 자신의 격정적 삶을 담은 자전 에세이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가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비즈니스 우먼의 롤 모델이 되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조안리는 서강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면서 초대 학장이었던 고 케네스 킬로렌(한국명 길로연) 신부를 만나 스물여섯 나이 차를 극복하고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허락을 얻어내 결혼식을 올린 파격어린 영화 같은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도전’과 ‘개척’의 인생 1막을 지나 지금은 후배들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며, 미국 LA에서 한국 ‘명상(meditation)’을 통해 느림의 통찰의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는 조안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 MICE: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를 머리글자를 딴 용어. 좁은 의미에서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주축으로 한 유망 산업, 광의적 개념으로 참여자 중심의 보상관광과 메가 이벤트 등을 포함한 융·복합산업을 뜻함.
Q. 오랫동안 ‘코리아’를 알리며 전 세계를 누빈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전’과 ‘개척’의 삶을 살아오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미국 LA에서 한국 명상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었는데, 2010년 들어 맞닥뜨린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는데, 2012년 말 건강이 악화되어서 LA에 왔고 지금도 일주일에 3번씩 신장 투석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시작했으니 6년 정도 되었고 수련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걷기도 하고, 또 열심히 새로운 것도 배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너무나 많으니까요.”
▲ 미국 LA에서 한국 고유 명상을 수련을 하는 조안리
Q. 미국에는 동양의 심신수련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명상에 어떤 매력이 있습니까.“저는 인도 요가를 훨씬 오래전에 시작했습니다. 인도에도 서너 번 가기도 했었고, 유명한 분에게서 배웠습니다. 인도 요가를 할 때는 젊었을 때였습니다. 30대 중반에 시작했던 것 같은데, 환경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다른 것 같습니다. 명상은 친구가 추천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가 더욱 절박할 때여서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요가를 할 때는 스트레칭에 있어 어려운 동작을 많이 했었는데, 여기서는 자기 몸에 부담이 안가면서도, 자기 몸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Listen to Body’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 주변에 많이 권하고 있습니다.“
▲ 미국 LA에서 한국 고유 명상을 수련을 하는 조안리
(※ 그가 수련하고 있는 바디앤브레인센터는 미국 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해 있고, <핵소 고지> 및 <스파이더맨>의 앤드류 가필드, 유명 코미디언 제이슨 알렉산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흑인 사상 첫 신데렐라 역을 맡아 유명한 키키 파머 등 유명인들이 한국 전통 명상을 배우러 찾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디앤브레인(Body and Brain)'은 한국의 대표 명상기관인 단월드가 1990년대 미국에 진출해 만든 브랜드명이다.)Q. 94년 출간되었던 자전적 에세이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도 많이 밝히셨었는데 지금은 삶의 방향에 있어 많이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 조안리가 펴낸 에세이
“2000년 뇌출혈을 겪고, ‘조안리의 고마운 아침’이란 에세이를 냈더니 사람이 많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그전에는 철이 없었다고나 할까. 더 빠르게, 더 높게. 우격다짐으로 안 되는 것도 되게 하면서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고, 몸은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이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제가 한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니 책을 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랬었죠.”
Q. 어느 인터뷰에서인가 다음에 책을 쓰면 ‘웰다잉’에 관련된 책을 저술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전 세계를 누비면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는데, 좋은 삶,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가장 좋은 삶이 아는지. 결국 죽음이란 것이 나면서부터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동안 무시하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이제는 표면으로 들어나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죽음은 결국 사람들에게 마지막 프로세스인 셈이고,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의 발달이 삶의 길이를 늘려놓았는데, 그만큼 삶의 질은 어떠했느냐 질문을 하곤 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맞게. 이제는 편안하게 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그동안 걸어오신 삶이 한국을 알리고,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의 인식을 바꾸자고 하셨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국에 대한 인식에서도 전환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지금 많은 변화가 느껴지실 텐데요.
“엄청나게 변했죠. 제가 외국에서 처음으로 포니 자동차를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어떤 비행장 카트에 삼성 로고가 붙어 있었는데, 삼성이 한국 기업이란 것을 몰랐죠. 정말로 한국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몰랐습니다. 어쩌다 한국을 아는 사람 만나면, 6.25 전쟁 얘기하고.
지금이야 삼성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얼마 전에는 스파에 갔더니 저한테 와서 화장품 뭐 쓰냐고 묻더군요. 최근에는 한국의 음악이 많이 알려지고, BTS 열풍은 엄청나지요. 소셜미디어란 새로운 플랫폼 때문에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래도 이러한 엄청난 인기와 에너지를 받으면서 견딜 수 있는 가치관이라고 할까, 인생의 역경을 넘고 갈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부담을 갖지 않도록 했으면 합니다.”
Q. 한국 MICE 산업의 초석을 닦으셨는데, 지금 한국의 관광인프라, 국제적 역량 그리고 현재의 한반도의 상황 등 많은 부분에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 MICE 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어떤 것이 중요할까요?
MICE 산업이란 게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의 영역이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한국의 인프라가 없었을 때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는 넘은 것 같습니다. 각 분야의 사람들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방문해보고 싶은 가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게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디지털 인프라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잘 되어 있습니다. 인천 가는 전철에서 둘째딸이 살고 있는 스위스랑 무료통화가 가능한 것은 외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Q. 따님 얘기를 잠시 하셨는데, MICE 산업이 여성인력이 많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중요한데요, 여성의 육아와 일 병행에 대해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바쁜 삶을 살아오셨는데, 두 따님은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진학시키고 지금은 여성 전문인으로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워낙 바쁘게 살아와서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친정 어머님이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정신적인 부분은 남편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후로는 애들을 기숙사학교로 보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구요. 제가 했다기보다 워낙 도움을 많이 받아서 애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여성신문이 있는데, 세계 유일하게 30년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어려운 환경에서 견뎌왔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제는 제도적으로는 많이 갖추어 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남은 건 인식의 문제겠지요.
여성의 사회진출과 육아와 가사노동 문제는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입니다. 한국이 풀어가야 할 문제이지요. 육아, 가사노동은 여자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많은 여성들이 이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하는 것은 문제이니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됩니다. 저출산 역시 여성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이죠. 여성이 사회 진출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전체가 고민해가야 합니다.“
▲ 조안리가 수련하는 미국 LA 바디앤브레인센터 명상지도자
Q. 현재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대국들이 둘러싼 지정학적 위치에다, 남북한 이데올로기가 남아 있는 분단국가에 고도의 압축 성장을 통한 많은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 안에서 해오던 사고가 지구촌으로 확장되면서 정체성과 인식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는 것으로도 보입니다.“저는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내에서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차이가 아니라, 남한의 이데올로기 분열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부분에 있어,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가 나누어져서 극한의 대립을 하면 힘듭니다. 외국이 어떻게 우리를 보느냐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문제는 한국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의 문제입니다. 한국을 세계 최강대국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어떻게 해서 해결하자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통일을 정말로 원한다면,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선도해가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국제사회를 쫓아가는 입장이고 끌려가는 입장이라 그렇게 해서는 통일은 아직은 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로 커다란 잠재력과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인적자산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 이후에 반세기에 걸친 드라마틱한 성장의 에너지가 근 10여년 사이에 정체되어 있습니다. 글로벌한 면에서 아주 중요한 지점에 있는데, 어떻게 보면 에너지를 갈무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이 다시 에너지를 끌어내야 하는 시점인데요, 위기를 극복할 대안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Q. 한국에서도 외부가 아니라 내면을 추구하는 쪽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도 학부모들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20세기 교육방식에서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방식의 문제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교육의 문제라고 봅니다. 남을 밟고 올라가는 교육을 시켰거든요. 교육이란 것이 남과 비교를 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은 알다시피 초고속으로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 후유증을 앓고 있지요. 지금의 시기가 다시 기본을 다지는 그런 시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제가 옛날에 그랬듯이 무조건 빨리, 달려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었으면 해요. 남을 딛고 올라가는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이 한국의 역사 동안 가장 부유한 때라고 보는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는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말 우리를 인간스럽게 만들고,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가치를 찾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 도전과 개척의 인생 1막 지나, 느림의 통찰 인생 2막 열고 있는 조안리 회장
도전과 개척을 통해 많은 장애를 넘으며 평생 ‘코리아’의 가치를 알려왔던 인생 1막. 죽음까지 몰아넣었던 건강 위험을 넘어, 지금은 한국 명상으로 다시 느림의 통찰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조안리 회장에게 ‘KOREA’란 단어가 가지는 무게가 지구 반대편까지 전달된 인터뷰였다.
정리. 장래혁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