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께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이를 훈육할 때라고 하는 답변을 많이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보면 울거나 짜증을 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고 떼를 쓰는 행동 등을 할 때라고 합니다. 이런 행동들을 바로 잡아주려고 하지만 말을 안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씀하시지요.
‘아이를 훈육한다’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의 머릿속에는 아이의 부적적한 행동을 바로 잡아주고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훈육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훈육은 우리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를 잘 조절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며 인격적으로 성숙해 나가는 경험을 쌓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님의 뇌 속에 말 안듣고 짜증부리는 아이의 모습이 아닌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해 나가는 멋진 자녀의 모습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훈육은 내 아이를 위해 기꺼이 부모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요?
# 지난 번에도 안내 드렸던 뇌의 수직적 3층 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신체, 정서, 인지뇌가 조화롭게 통합되어야 친사회적인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 원리만 알고 있어도 훈육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실제로 제가 한 유치원에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6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뒤에서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자아이는 귀찮아서 놓으라고 몸부림을 치고 있고 남자아이는 좋다고 팔을 풀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 중심을 잃고 둘이 함께 앞으로 쓰러져 버렸지요. 물론 여자아이가 밑에 깔린 상황이었구요. 제가 두 친구다 “선생님께 와 주세요” 했더니 남자아이가 “싫어요! 혼내실 꺼잖아요”라고 하더군요. 훈육이 필요한 많은 상황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혼이 났다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겠죠.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먼저 달래주고 나서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 친구가 넘어져서 저렇게 아파하니까 네 기분이 어때?” 라구요. 아이가 저의 반응에 생각지도 못 한 질문이라는 듯 살짝 놀라더니 잠시 후 “기분이 별로 안 좋아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렇지 기분이 별로 안 좋지 그러면 다음부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다음부터는 친구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해야 겠어요” 라고 답하길래 제가 “그렇지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면 좋겠다” 하고 격려해주고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습니다. 울고 있던 여자 친구에게 다가가서 사과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구요. 아이는 저에게 비난 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자신의 실수에 대해 격려를 받아 편안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 이렇게 훈육이란 야단을 치거나 비난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스스로 선택해 보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올바른 행동에 대해 인지가 안 되는 경우에는 올바른 방향을 안내해주기도 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훈육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체 정서 인지 중 어느 부분의 문제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지적인 정보의 문제라면 되는 것과 안되는 것에 대한 정확한 구분과 규칙을 알려줘야 하고 감정적인 차원의 문제라면 그 감정부터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훈육상황에서 부모님들이 취하는 태도는 인지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도 부모의 불편한 감정을 실어 올바른 행동을 하도록 지시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훈육을 할 때 아이의 뇌는 변연계가 활성화 되면서 감정적인 반응이 더 급격하게 일어나며 올바른 행동에 대한 이해나 조절 등을 관장하는 인지 뇌에는 불이 꺼져버리는 다운쉬프트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나 행동수정에 대한 동기부여 대신 부모의 감정에 대해 불편하고 비난 받는 다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심하게 울음을 터트리거나 얼어붙어 버리거나 하는 등의 행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 부모님들이 아이의 행동을 빨리 바로 잡아주려고 마음이 급해지는 순간 뇌교육적 훈육을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아이와의 훈육에서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면 왜 그런지에 대해 스스로 곰곰이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고 짜증내고 하는 상황이 싫고 빨리 스트레스 안 받게 하고 싶고 편안하고 기분 좋아지게 하고 싶으신가요? 아이가 화내고 짜증내는 행동을 안 했으면 하시나요? 이 질문에 고객을 끄덕이신다면 질문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아이가 화나고 짜증나고 슬프고 두렵고 하는 감정을 못 느껴도 괜찮으신 건가요?” 이 질문에는 네 라고 대답할 수 없으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유아시기에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 감정에 대해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조절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하게 표현하게 하는 뇌의 영역인 전전두엽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완성되는 영역이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존중받고 그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해야만이 전전두엽이 제대로 잘 발달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훈육의 순간을 아이의 정서지능을 높이고 사회성을 키우는 기회라고 인식하는 부모님의 관점의 전환이 꼭 필요한 듯합니다.
글. 이은정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겸임교수 nayuc@naver.com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교육관련 일을 하던 중 국제뇌교육대학원을 통해 뇌교육을 공부하게 되고 인간 뇌의 가치를 알게 되고 올바른 교육의 방향을 알았다. 성인 대상 뇌교육을 펼치던 중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유아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있어 유아교육현장에서 10년 째 뇌교육을 전하고 있다. 현재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며,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에서 ‘유아 뇌교육’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